그 지긋지긋한 더위에 다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올 여름 우리 동네서만 일곱 명이 더위에 죽어 나갔다.
지병이 있어 죽었다는 말도 나왔으나, 목숨을 재촉한 건 더위였다.






날씨가 마지막 기승을 부린 지난 14일은 화요카페에서 식료품을 나누어 주는 날이다.
밤에는 더워서 잠을 못자 낯잠이 많은 탓에 눈을 떠보니 오후2시가 넘어 버렸다.
배급시간을 놓쳤으나, 허기도 메울 겸 터벅터벅 공원으로 내려갔다.






공원 위쪽에는 쪽방 주민들이 여기 저기 앉아 술 마시거나 바람 쐬고 있었고,

아래는 옆 동네 산다는 잘 모르는 양반이 찾아와  노숙거사들에게 한 턱 쏘고 있었다.






그것도 병학이 한테 신용카드를 내주어 사오라 했다.
가오도 가오지만, 얻어 먹는 떨거지들 입장은 황공할 따름이다.
의기충천한 물주가 열심히 구라를 푸는데, 구라도 보통 구라는 아니었다.






평소에는 술만 홀짝이던 서먹한 자리에 장단까지 맞춰주니 술술 넘어갔다.
대복이는 일찍부터 맛이 가 비틀거렸고, 영철이는 술병 났는지 슬슬 피했다.






술자리에서 불리는 호칭은 다들 별명으로 불렸다.
‘병뚜껑’이 힘자랑 한다고 옆에 있는 나무 뽑는 시늉을 하니.
‘오프너’가 "까불어도 내 한데는 쥐약이다"며 엄포 놓는다.





서있던 '병뚜껑'이 씨발! 한 판 붙자며 주먹을 치켜세운다.

열 받은 '오프너'가 따라 일어서니, 아니라며 꼬리 내리기를 반복한다.

'쪽제비'는 술자리 주위를 슬슬 돌며 바람 잡는다.






돈 내고도 볼 수 없는 동자동 마임의 한 토막이다.
그러다 물주가 떠나니, 김빠진 맥주처럼 하나 둘 나가떨어진다.





옆자리는 이홍렬씨가 술을 마셨고, 위에는 김장수씨를 비롯한 세 사람이 마셨지만 끼어들기 싫었다.
이홍렬씨는 혼 술을 즐기는 스타일이고, 윗자리는 술맛 떨어지는 자가 끼어 있었다.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이 더위 식히려 공원에 물을 뿌려주었다.
어떤 이는 물에 젖어 앉을 자리도 없다며 투덜거렸으나, 좀 불편해도 이해해야 한다.
더위도 식히고 공원청소도 하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화요카페에서 나누어 주었다는 계란도 놓쳤고 끼니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막걸리 몇 잔에 시름 달래고 다시 방으로 기어오른다.
그렇게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사는 게 별것 있겠나?
교도소에 자리 깐 그네와 쥐박이 보다야 낫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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