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잠깐만 캠페인]

 

지난 3월9일부터 15일까지 방송되는 'MBC 잠깐만 캠페인'에 전국5일장 순례기의 저자 정영신씨가 방송합니다.
하루에 다섯 번씩 방송되는 ''MBC 잠깐만 캠페인'에 많은 관심바랍니다. 아래는 캠페인 일정과 방송내용입니다.

 

 

[MBC 잠깐만 캠페인1] 장터는 움직이는 인생 박물관 / 3월 9일 월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어느날 부턴가 무작정

푸근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우리네 장터를 순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5일장을 다니며

소중하지 않은 만남은 없었는데요,

 

경기도 강화 풍물장에서 오랫동안

음식을 팔아오신 할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이 일을 하고 있으니 내가 사는 거‘라구요.

 

장터에는 쉬지 않는 삶이 있고,

돈보다 귀한 사람살이의 정이 숨어 있는

움직이는 인생 박물관이나 다름 없습니다.

 

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2] 정 없는 장은 장도 아니다. / 3월 10일 화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요즘 많이들 가는 대형 할인점과는 달리

장터에서는 물건보다 사람이 중심입니다.

 

흥정을 하고 덤을 주고 받을 때도

정이 뚝뚝 묻어나는데요,

시골 장은 상품도 사고 팔지만,

훈훈한 인정도 함께 나누는 곳이죠.

 

어느 장터에서나 들리는

가장 우렁찬 소리는 뻥튀기 가게의

‘뻥~’하는 소리인데요,

이웃과의 정도 정감어린 이 소리에 맞춰서

더욱 커지고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3] 글쓰는 할머니 / 3월 11일 수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몇 해전, 진해 경화장터에서

야채 파는 전찬애 할머니를

처음 만났습니다.

 

장사를 하다 말고 할머니는

종이에다 뭔가를 열심히 쓰셨는데요,

알고보니, 어린 시절부터 장터에서 일하며

힘들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글을 쓰면 신기하게도 힘이 났다고 해요.

 

평생 장-돌뱅이로 살아온 분들 중에

숱한 고비를 지혜롭게 이겨낸 경우가 많은데요,

그 분들의 생생한 장터 인생 이야기에서

세상 살이를 배워봅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4] 사람을 만나러 장터에 나오다 /  3월 12일 목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하루는 충북 진천장에서

홍시감 몇 개를 가지고 나온

할머니에게 여쭤봤어요.

'할머니, 이거 팔려고 장에 까지 나오셨어요? '

 

할머니는 ‘그냥 사람들 보고 싶은 마음에

나와봤어~~‘ 하시더라구요.

시골 장터에는 장날이 유일한 외출이고,

장에 나와야 친구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와 얼굴 보는 일보다는

문자나 전화에 익숙해져가는 시대지만,

장터 곳곳에서는 늘 반가운 만남의 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5 정도단 할머니 / 3월 13일 금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노래와 춤이 취미라는

정도단 할머니를 만난건

전남 진도 오일장에서 였습니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손을 펼쳐 보이셨어요.

한 평생 맨손으로 칡을 캐는 바람에

거친 갈퀴손이 됐지만,

어머니로써 부끄럽지 않은 손이었죠.

 

우리네 시골 장터는 정 할머니 처럼

고단한 삶을 묵묵히 살아낸 이들의

땀과 눈물이 보석같이 빛나는 곳입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6] 어릴적 장날은 축제날 / 3월 14일 토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장날은 그야말로 축제의 날이었어요.

 

하얀 고무신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동네 어르신들 뒤로

장에 따라나설 때면,

얼굴엔 늘 웃음꽃이 피었는데요,

 

5일 마다 열리는 시골장의 정겨움은

소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달콤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나봅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MBC 잠깐만 캠페인7] 시골 장터의 봄날 풍경 / 3월 15일 일요일

 전국 5일장 순례기 저자 정영신

 

안녕하세요? 전국 5일장 순례기를 쓴 정영신입니다.

 

시골 장터에서는 봄소식을

봄꽃이 아닌 봄나물이 전해줍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원추리와 돌나물, 씀바귀...

이런 것들로 봄날 장터에는

봄나물 향기가 가득하지요.

 

겨울에 들렀던 경기 안성 5일장에는

봄나물을 캐 둘테니

봄에 꼭 다시 오라는 인정 많은

할머니도 계셨는데요,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봄나물 향기 맡으러 시골 장터로

향해봅니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


무주 설천장을 거쳐 금산장에 갔다.
가는 날이 인삼축제라  장터가 흥청댔다.
풍물꾼들 풍악소리가 장터를 덥쳤다.

가는 곳 마다 인삼천지다.
거짓말 좀 보태 노인 반, 인삼 반이다. 
난생 처음 인삼튀김 맛도 봤다.

시골 축제는 노인들의 잔치다.

 

2014.9.27 금산장

사진.글 / 조문호

 

 

 

 

 

 

 

 

 

 

 

 

 

 

 

 

 

 

 

 

 

 

 



 

정영신의 장터순례(37)제주 세화장



“은갈치 참말로 좋수다”
직접 낚시질해 좌판에 좍~

세화해변 옆에서 5·10일마다 장 열려
옥돔·우럭 등 싱싱한 해산물 풍부
70여년 장에서 산 할망…“사람 소리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매일 보는 바다지만 영감하고 바닷가로 달리니 참말로 좋수다.” 경운기에서 내리는 고씨 할머니(73)의 웃음소리가 제주 바다를 닮아 푸르기만 하다. 영감님이 드라이브 가자고 하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나선다는 고씨 할머니는 오늘도 경운기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장에 나왔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답게 제주 세화장 어물전에는 자리돔·옥돔·우럭·조기·갈치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갈치는 은빛을 뽐내며 좌판에 일렬로 누워 있다.

 제주도는 잘 알려진 대로 돌·바람·여자가 많은 삼다도다. 키가 워낙 커서 한라산을 베개로 삼은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창조했다고 한다. 제주 창제 신화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날라 제주도를 만들었는데, 한라산을 쌓던 중에 터진 치마 틈으로 떨어진 흙이 오늘날 숱한 오름(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름의 능선이 보여주는 곡선미는 엄마의 너른 품처럼 완만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거기 담긴 제주 여인의 삶이 여행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코발트빛 맑은 세화해변이 지척인 세화장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5일과 10일이 드는 날에 열린다. 고선아씨(45)는 이곳에서 15년 동안 제주 갈치만 팔았다. 세화해변에서 멀지 않은 성산포의 갈치를 알아준다는데, 고씨는 이걸 잡으려고 밤낮없이 낚시를 한다. 봄 갈치는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낚고 가을 갈치는 밤에만 낚는다고.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은색 갈치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바로 예술입니다” 하는 고씨 옆에서 옥돔을 손질하던 박씨 할망이 “야야, 이제 갈치 박사 다 됐네” 하고 거든다. 그 순간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장옥을 건너 바다로 스며든다.

 곧 무너질 것만 같은 낡은 장옥에서 반가운 얼굴, 김옥순 할머니(83)를 만났다. 김씨 할머니는 3년 전 고성장(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만났을 때 채소와 과일을 팔면서 점까지 봐주고 있었다. 염주알을 돌리고 쌀과 작은 종지를 뿌리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예시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일곱살에 글을 깨친 후 장에 나와 장사하다가 말문이 트여 점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겨울 여기서 잘 아는 할망이 이것저것 묻기에 점괘 따라 말해줬더니 그 이후로 할망 얼굴이 보이질 않아.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서워지기 시작해 그만뒀어.” 70여년을 장에서 살다 보니 사람 소리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할머니의 미소가 밀짚모자에 숨는다.

 “어디에서 와시냐?” 하고 묻는 송씨(60)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친 김에 제주도에는 논이 안 보이는데 벼농사를 짓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물이 빠지는 현무암 지대라 논농사는 못 짓고, 대신 ‘산듸’를 심어 제사도 지내고 잔치할 때도 쓴다는 답이 돌아온다. 산듸는 밭에 씨를 뿌려 키우는 찰벼인데, 파종과 밭매기가 힘들어 부지런하지 않으면 경작할 수도 없다고 한다.

 송씨가 대뜸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이라는 영화를 보았냐고 물어온다. 제주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4·3사건의 아픔이 눅눅하게 배어 있는 땅이다. <지슬>은 제주 사람이, 제주 땅에서, 제주 토박이말로 만든 독립영화로, 1948년 3월부터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풀린 1954년 9월까지 7년7개월 동안 이어진 4·3사건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세화장 외에 제주에서 열리는 장은 감귤과 갖은 채소가 많이 나는 함덕장, 성산포 은갈치와 성산 겨울무로 유명한 성산장, 대정 암반수 마늘로 유명한 모슬포장(이상 1·6일), 은갈치·옥돔·대장간이 이름난 제주민속장, 성읍민속마을과 제주민속촌이 가까운 표선장(이상 2·7일), 옥돔·갈치·고등어가 많은 중문장(3·8일), 열매를 먹으면 백살까지 산다는 백년초 군락지가 있는 한림장, 제주의 대표 축제인 들불축제와 노천탕이 있는 고성장, 자리돔 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장(이상 4·9일) 등이 있다.

 

[스크랩 / 농민신문]

 

 




장터 사람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또한 장터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장터에서 만나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장이 쇠락해 가는데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장날이면 장터에 나와 삶의 현장인 장터를 지켜내고 있었다. 치열한 삶을 살아내면서도 부모의 삶을 자식들에게 되 물림하지 않으려고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은 통 크게 밭 한 뙈기를 장터로 옮겨와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삶의 체취가 묻어있는 장터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는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터 골목 귀퉁이에서 홍시감 몇 개 소쿠리에 담아, 고루내리는 햇빛을 등에 이고 앉아있는 할머니얼굴은, 고향마을 입구에 600년이나 묵은 당산나무평상에서, 볼우물이 생기도록 담뱃대를 빨던 옆집 할머니모습이었다.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얼굴을 찾은 것이다. 그 모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았다. 사람이 그리워서 호박 한덩이 갖고나와 온종일 바람과 공간과 햇빛과 놀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장터에 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사람들이 내가 찾고자했던 얼굴이었고, 여기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이 솟구치게 일어났다. 

  
사진을 처음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그 당시 장날은 잔치가 열리는 날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장터에 가면 어렸을 적 동무들과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하던 고향집 마당처럼 편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장에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놀고, 시골마을까지 따라가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장터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았다. 이 얼굴들은 시간을 뒤로 돌려 타임머신을 타고 보여 지는 향수와, 어머니 고향 같은 연민의 정보다 더 따뜻한 사랑이 그곳에 있었다. 어느 할머니 얼굴에서는 아쟁 소리처럼 심금을 울리고, 또 다른 얼굴에서는 남도의 육자배기처럼 정겨움이 흘러넘쳤다. 그런데 시골장터에도 서서히 문화가 바뀌기 시작해, 장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이, 물건과 복장이 바뀌어 갔다. 모든 것이 변하는 걸 지켜보며 사진이 시간성을 갖는다는 말이 점점 실감 있게 다가왔다. 서둘러 우리나라 장터를 모두 기록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의 장터를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540여 곳의 전국에 있는 오일장을 기록했으나 아직도 수 십 개의 장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을 보는 관점이나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보부상에 대한 사료를 찾아가면서 포괄적인 인문학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장을 지키는 개개인의 사람들로 집중되었다. 그 사람을 모르면 그 사람 마음을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찍히는 사람과의 소통에 관점을 두어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그 사람과 똑같은 위치에서 앵글을 잡아 평면적인 사진만을 고집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따뜻한 인간애이기 때문이다. 내 사진의 시작은 장터였다. 그래서 그 끝 또한 장터가 될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필생의 작업이다.

  
그리고 벙어리로 남는 사진이 아니라 그들의 말과 혼이 담긴, 말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드는 것이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사진이다. 그곳 장터에 가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 장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도 이제 막바지에 달해 잠시 열렸다 사라지는 오지나 드나들기 불편한 섬들만 남았다.

지난 11일 완주 운주장과 장성 사거리장을 촬영한 후, 노화장으로 가기 위해 완도로 향했다.

이 곳은 작년에도 선착장까지 간 적이 있으나 배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곳이기도 하다.

완도 읍내 여관에 여장을 풀고, 노화도 가는 첫 배를 타기 위해 새벽잠을 설쳐야 했다.

이틑날 오전 6시 30분 무렵 화흥포항에 도착했다. 노화가 있는 동천항까지는 약 30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지만 차와 사람을 실어주는 도선료가 왕복 오만원이라 좀 부담스러웠다.

 

이른 아침의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그러나 서서히 수평선 위로 타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웅크려 있을 수만 없었다.

일출은 매일 떠오르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반복되는 그냥 그림같은 풍경일 뿐이다.

평소 사진적 가치로만 따져 별로 반기지 않았으나 배 위에서 맞이하는 감회는 좀 달랐다.

그리고 오랜 세월 장돌뱅이들이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일출을 맞는 기분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보고 소망하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고,

그 날 하루의 행운을 점치지 않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노화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짝 들떠 있는 사이 배는 동천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10여분을 달려서야 장터가 있는 노화읍내에 도착할 수 있었으나 장돌뱅이는 한사람도 없었고,

이 지역의 할머니들만 나와 있었다. 하기야 그 비싼 도선료 물어가며 장사하러 올 사람은 없었을 게다.

이 곳 원주민 할머니들만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직접 재배한 농작물이나

수산물들을 팔고 있었는데, 오히려 다른 장보다는 소박한 장터였다.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사라지게 될 시골장터의 전형이지만...

 

노화장 오가는 뱃길과 보길도에서 만난 풍경사진들을 올린다. 

 

 

 

 

 

 

 

 

바다위에 떠있는 것들이 전복양식장이다.

 

깨돌 사장으로 유명한 해수욕장

 

 

 

 

 

 

 

 

 

노화도와 보길도를 이어주는 보길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대화란 서로 얼굴 보면서 눈빛을 읽어야 하는데 요즘은 같은 자리에 앉아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면서도 문자로 대화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말만 잘하면 빚도 갚는다.’고 하는데 휴대폰이 비서마냥 뭐든 척척 해낸다. 손가락을 움직여 마음을 전달하고, 약속을 잡고, 기계 속에 마음을 담아 전달한다. 사람마음을 송두리째 가져간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해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주고받아야 할 이야기를 중간매개체인 휴태폰이 그 역할을 다한다. 차마 말로 할수 없었던 이야기를 문자에 남겨 뜻을 전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젠 손편지대신 휴대폰이 그 역할을 대신해 개인주의가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다. 문자로 대화하는것이 침묵에 들어가는 것일까. 과연 침묵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

휴대폰 매장 앞에 좌판을 펼쳐놓은 두할매가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겨울 내내 땅이 얼어붙은 이월의 추위가 따뜻한 이야기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휴대폰할인매장의 화려한 유리창에는 파라솔이 반사되어 쇼윈도우의 유혹을 차단하고 있다. 문명의 이데올로기에 편입된 자본주의가 오일장까지 파고들어 백화점 같은 큰마트가 우후죽순 생겨 재래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가지만 우리네 할매들은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며 정을 나눈다. 할머니가 파는 나물 속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들어가 맛을 오묘하게 만든다는 박씨할매다.

"이 맛으로 장날만 되면 나오지유, 이것도 다 팔릴것이구만유, 덤도주고, 정도주니께 사가는 사람이 많아유.” 아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팔기 때문에 장사는 일도 아니라는 할매들이다. “여름날 뙈앗볕에 앉아 밭을 매봐야 여자라고 할 수 있지유, 남정네들이 반나절만 밭을 매봐유, 정강이 아파서 걸음도 못 걸을 것이구만유.”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산다는 것이 만만치 않을지라도 장날이면 곱게 차려입고 미리미리 손질해 다듬어놓은 것들과 함께 모처럼 사람구경을 하는 것이다.

자식자랑하고 싶어 장날이면 호박 몇 덩이 따갖고 나오는 할매도 있으니, 휴대폰이 아닌 사람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없이 숭고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글, 사진 / 정영신

 



 


 

 

 

A. 아이구! 이기 누고? 얼마만이고, 어데 아푼데는 없나?
B. 와 아푼데가 없건노. 인자 허리가 아파서 마이 댕기지도 몬한다.
A. 여 좀 안자봐라.
B. 조카넘이 차에 기다려 호메이 사가지고 퍼뜩 가야된다.
A. 쯔쯔.. 인자 언제 보것노이?
B. 그래, 사는기 뭐라고...

8월29일 경북 고령장에서 만난 두 어머니의 짧은 대화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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