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사진전 여는 조문호·정영신 부부

 

 

전국 5일장 사진전인 ‘장에 가자’를 여는 부부 다큐 사진작가 정영신(왼쪽) 조문호씨가 19일 서울 아라아트 센터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8년간 전통시장 522곳 돌며 촬영 "대형마트에 밀린 시골장… 안타까워"

 

 

“시골 장터로 향하는 발길, 한번 가 보니 끊기 어렵더라고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 정영신(57)씨 부부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세대들에게는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기존 세대들에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서울 인사동의 아라아트 센터에서 ‘장에 가자’라는 주제로 전국 5일장 사진전을 연다. 전통시장 사랑하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진전에는 1987년부터 최근까지 28년 동안 전국의 전통시장 522곳을 돌며 만들어낸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정 작가는 “사람과 장터를 이을 연결 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정겨운 옛 풍경 외에도 인물의 표정과 복장에서 묻어나는 희로애락을 살펴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정 작가가 신춘문예에 실패를 거듭하던 87년 ‘사람 내면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골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전 5일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는 ‘삶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람을 알기 위해 장터를 찾았죠.”

 

이후 전국의 5일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정, 쓸쓸한 변두리 풍경까지 모조리 사진기에 담았다. 남편 조 작가는 2006년부터 동참했다.

 

지난해 가을 경남 합천 초계장에서의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리어커에 태워 오셨는데, 물건을 풀어 놓고도 옆에 앉혀 놓고 밥을 먹이면서 물건을 팔았다. 몸이 불편한데도 집에 돌볼 사람이 없는 할아버지를 태우고 수십리 길을 걸어 온 것이었다. 이외에도 “100살까지 장사할 테니 4년 뒤에 사진 찍으러 꼭 오라”던 제주장에서 만난 96세 할머니, 추운 날씨에 장꾼 전용 3,500원짜리 연탄 화덕을 선뜻 내 주던 예산장의 인심 좋은 아주머니도 사진기에 소중히 담았다.

 

전북의 장터에서 한 할머니가 무심코 던진 말은 아직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거 폴아(팔아) 갖고 밥 묵고 살믄 존일이제. 욕심이 너무 많으문 나도 힘들고, 남 눈에도 숭해 보인당께.”

 

정 작가는 “장터에는 꼬깃꼬깃한 검은 비닐 한 장도 허투루 버리는 게 없어요. 밥 한 숟갈의 소중함이 있는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죠. 그 모습을 보며 인생 공부는 덤으로 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속속 사라지는 시골장들을 보노라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앞으로 5일 장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네 삶이 살아있는 서울 시내 전통시장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생각이다. 이달 말에는 ‘전국 5일장 순례기’가 출간된다. 조 작가도 80년대 청량리 일대 사창가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내달 출간할 예정이다.

 

 

 

상인들과 주민들로 분주한 1987년 전남 담양장의 모습.

 

92년 겨울 새벽 입김을 내뿜으며 등짐을 지고 전북 순창장으로 향하는 상인들

 

 

88년 충북 영동장에서 독장수가 자리를 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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