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장 견학을 다녀와서...)

이번 선진시장견학은 20여년만에 단체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긴 이동시간을 활용하여 어머니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밀린 원고도 쓰는 등 여러가지 할 일들을 정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관광버스에 노래방기계가 장치되어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마이크에서 흐르는 노래 소리는 어느정도 견딜 만 했으나
반복되는 시끄러운 반주소리에 귀가 멍멍해졌다. 이걸 두고 "꿈도 야무지다"고 하는 것일까?
다행히 어제 잠을 설친 탓에 소주 두 컵에 곯아 떨어 질 수가 있었는데, 잠결에 어머니들의 정선아리랑 노래 소리에 잠을 깼다.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라 귀동냥 할 만했고, 특히 이옥분씨가 부른 구전민요에 귀가 번쩍 띄었다.
“영 글렀네, 영 글렀어 내 댕기 찿기는 영 글렀어”라는 후렴이 따라붙는 처음 듣는 구전민요였다. 너무 좋아 가사까지 옮겨 적었다. 
장터에서 여러 차례 뵙기는 했으나 이렇게 노래를 잘 하시고 신명이 많은지 미처 몰랐다. 이번 여행에서의 가장 큰 발견이었다.

12시 20분경 목적지인 진주에 도착하였고, 진양호와 촉석루를 거쳐 진주중앙유등시장을 방문했다.
마침 장터에 공연이 있는지 공연장에는 관객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윤광 조합장과 유등시장 상인회장의

선물교환도  인사말도 있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이 것 저 것 물어보기도 했다.
서울이나 정선보다 물가가 쌌고, 무뚝뚝했던 경상도사람들의 불친절도 많이 개선되어 있었다.

숙박지인 부곡온천에 도착하여 따뜻한 목욕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 작정이었는데, 여전히 시설들이 너무 낡아 있었다.
부곡온천에 들릴 때마다 혹시나 하여 다른 숙박업소를 찾지만 대개 오래된 시설들 뿐, 리모델링한 업소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온천 개발 때 지은 건물들이라 낡을 수 밖에 없지만 왜 재투자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시설이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물이니 밑질 건 없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러니 손님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웃에 고향을 두어 나름대로 부곡온천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여기 저기에서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지 못하다 결국 취해버렸다.
이윤광조합장 일행이 이끄는 가요주점까지 들렸는데, 모두들 기력이 대단하셨다.
특히 연세 많은 어머니들의 지칠 줄 모르는 춤 솜씨에 두 손 다 들었다. 어디서 그런 신명들이 나오는지...
어머니들과 보조 맞추느라 지쳤는지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이틑 날 들은 이야기로는 숙소에 가서도 이옥분씨 구전민요를 배우며 놀았다는데, 모두들 타고 난 체질이셨다.
이번 견학에서 정선아리랑시장사람들이 가진 장점들을 두루 보았다.

모두들 정이 많고 예능적인 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튿날 첫 일정으로 밀양 표충사를 들렸는데, 그 곳에서는 꼭 촬영해야 할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오래전 전국의 불교관련 자료들을 촬영할 때 실수로 표충사 삼층석탑만 빠트렸던 기억이 난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표충사 자연환경은 변하지 않았으나 불사 탓인지 절집들이 좀 많아진 것 같았다.

마지막 행선지인 경주 계림연합시장에서는 시장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계림향토음식촌’에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계림연합시장을 돌아보았는데, 이곳 역시 물가가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선보다 크기가 두 배 정도나 되는
수수부꾸미 한 장에 천원밖에 하지않았다. 그리고 경상도 장꾼들의 손님받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친절이라기보다 살가운 말을 거는 등 많이 매우 싹싹해 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타 경상도지역 장터에 비해 변했다는 자체가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에 의한 교육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는 길에 경주 성동시장을 둘러본 후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돌아왔는데, 오후7시가 넘어서야 정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견학 마지막 날인 9월4일은 나의 생일이었다. 아내와의 약속도 있고 하여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간신히 생일날을 넘기지 않은 오후11시경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아내가 준비한 축배도 들 수 있었다.
이번 생일 날은 좀 특별했다. 평소 식사량이 하루 두 끼 정도 먹으면 많이 먹는 편인데 시장 견학 덕분으로
세끼를 꼬박 꼬박 찾아먹고도 술과 간식까지 먹고 놀았으니 생애 최고의 생일이 분명했다.
이틀 날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하는 고충은 따랐지만...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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