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 백승운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전통시장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도입했지만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폭염탓에 손님들의 발길이 더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보다 냉방시설을 잘 갖춘 대형마트로 손님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도 일부 전통시장은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성과도 기대 이상이다.

수원 팔달문시장은 몇해 전까지만해도 여느 전통시장과 다름없었다. 매출은 오르지 않고 시장은 텅 비어 갔다. 자구책 마련이 시급했지만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시장이 최근 들어 지역민과 외지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죽어가던 팔달문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은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이 정조임금 스토리다. 조선시대 정조는 부국강병의 기초가 상업에 있다고 여겼다. 이를 위해 팔달문시장을 열어 전국의 유능한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정조의 부름을 받고 시장에 모인 상인들은 대부분 정조와 뜻을 같이한 선비들이었다. 양반에 뿌리를 둔 상인이라는 뜻에서 ‘유상’이라 불렸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착안한 팔달문시장은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했다. 시장 곳곳에 정조 스토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들고, 인근의 수원화성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특히 시장 초입에 세워진 ‘술 따르는 정조 임금’ 동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백성 모두가 풍요롭게 살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조의 의지와 팔달문시장 스토리를 형상화한 동상이다. 여기에 상인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박물관도 조성했다. 정조임금 스토리와 상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이 급증했다. 실제 하루 평균 2만4천명이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팔달문시장의 성공비결은 이야기에 있다. 시장의 역사를 스토리텔링화 하고 상인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스토리가 있는 시장’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시설 현대화사업만이 전부가 아니다. 팔달문시장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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