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정선에 나올 때 마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하는 고민이 늘 따랐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특별하게 좋아하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손 쉽게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으나,
몇 년 전부터 정선시장에 가면 꼭 ‘곤드레밥’을 사 먹기 시작했다.

'정선아리랑시장' 블로거를 관리하면서 단골식당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여기 저기 다니며 곤드레 밥 잘 하는 집을 찾아 나선 것이다.
곤드레밥은 주재료인 나물과 쌀이 좋아야하지만, 밥을 언제 했느냐?
양념장이 제대로 되었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다.

우연히 시장 통 “메밀이야기” 먹자 골목에 산초기름 짜러 갔다가,

기름집 맡은 편의 ‘아우라지’식당에서 곤드레 밥을 시키게 된 것이다.
시장기도 일조 했겠지만, 그 날 진짜 곤드레 밥의 진수를 맛 보았다.
약간 찰기가 도는 밥도 좋았지만, 입에 씹히는 나물의 질감이나 두 가지 양념장도 좋아 

너무 맛있게 잘 먹은 것이다.

그 뒤 다시 가며, "그 날만 나물과 밥이 좋았던 게 아닐까?" 우려했으나 기우였다.
갈 때마다 금방 지은 밥처럼 찰기가 돌았고, 나물도 여전했다. 
그래서 시장 통의 ‘아우라지식당’ 단골 손님이 된 것이다. 
식당 주인인 최순자(57세)씨는 여느 가게 주인처럼 싹싹하거나 친절하진 않지만,
그냥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곤드레 밥집을 블로거에 소개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더니, 마침 이웃동네 가탄에 산단다.
그 곳에서 직접 농사 지은 곤드레로 밥장사 한지가 십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순자씨는 남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나를 훤히 알고 있었다.

“에끼 이 사람아! 그러면 좀 아는 체하고, 손님 마시다 남은 소주라도 한 잔 권하지 그랬냐?”

 말이 입안에 맴돌지만 참았다. 천성이 그런 사람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 어머니들이 그랬다. 말은 잘 안 하지만 속에서 우러나는 정이 깊었던 것처럼...

 

 

사진,글 / 조문호

 

 

'아우라지 식당'은 정선아리랑시장 안의 '메밀이야기'먹자 길로 들어가면 막바지에 있다.

전화 033-562-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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