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경기 평택 안중장

“덤이 바로 정이고, 정 없는 장은 장이라 할수없지~”

골목골목 장이 들어서는 골목장…1·6일이 드는 날 열려
난전엔 앵두·오디 등이 다소곳이…
100개 노점갖춘 민속 5일장 개장 활기
주변에 평택항 있어 제철 해산물 많아

 

 

안중장은 경기 평택시 안중읍 안중리 안중버스터미널 주변에서 1일과 6일이 드는 날에 열린다. 이 장은 골목골목 장이 들어서는 골목장이다. 여름이면 나무가 무성하게 잎을 매달듯 장날이면 골목마다 울긋불긋한 파라솔 행렬이 장날임을 알린다.

 안중은 서해안 개발붐 덕분에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이곳 장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처음에는 안중 남쪽에 있는 현덕면 황산리에 장이 섰는데 인근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아산만을 가로지르는 방조제가 없던 그때, 보부상들은 만에 물이 빠지면 걸어서 황산리로 왔다. 수로와 육로의 교차점인 황산리 일대가 조선시대 보부상의 길목이 되자 이들의 왕래로 마을이 번잡해졌다. 그러자 마을 터줏대감인 정씨 일가가 장꾼들을 쫓아냈고, 삶의 터전을 잃은 보부상들이 북쪽에 있는 지금의 안중으로 장을 옮겼다고 한다.

 안중버스터미널 주변에 형성된 골목 난전에는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앵두부터 보리수·복분자·오디에 청솔방울까지 이름표를 내걸고 할머니들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텃밭에서 따왔음 직한 호박과 마늘종은 싱그러운 초록을 뽐내고, 한창 물오른 매실의 향긋한 내음이 지나가는 여인네의 발길을 붙든다.

 해마다 매실청을 담근다는 신덕자 할머니(71)가 지난해에 비해 값이 너무 싸다며 매실을 고르자 사람들이 몰려든다. 매실을 파는 과일장수 김득수씨(52)도 해마다 생산량이 많아져 가격이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매실에 우리 신체의 생존 에너지를 생성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재배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졌다”는 게 김씨의 이야기다.

 스물다섯 ‘꽃각시’ 시절에 장사를 시작했다는 김씨 할머니(76)는 올해로 51년째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안중장에 내다 팔고 있다. 반평생을 장에서 살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다 식구 같다면서 “여기가 살기 참 좋은 곳이여. 좋은 쌀도 많이 납니다” 하고 안중 자랑을 한다. 안중장에서 덤 많이 주기로도 소문난 김씨 할머니는 “덤이 바로 정이고, 정 없는 장은 장도 아니지” 하며 “땅이 주는 선물을 나누어 먹을 수 있으니 장이 참 좋다”고 덧붙인다.

 장터 한쪽에서는 물놀이로 더위를 쫓는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근에 현대·기아는 물론 외국의 완성차업체에까지 납품하는 자동차부품 공장들이 있어 다른 장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어린애들도 더러 나온다는 게 이유식 할머니(80)의 말이다. 이씨 할머니는 “농사짓기가 힘들어 장에 나온 지 31년이나 됐는데 그동안 돈도 못 벌고 몸만 늙어버렸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농사짓던 그 시절이 그립다며 푸성귀 같은 초록빛 웃음을 건넨다.

 장터를 다니면 다닐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전국 어디든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현대적인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일보다 제철 식재료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구색을 알차게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를 깨달았음인지 평택시도 기존의 안중전통시장 내에 100여개의 노점을 갖춘 민속 5일장을 개장하고 6월11일 개장식을 가졌다. 이제 장날이면 안중전통시장 일대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안중장은 또 평택항이 가까이 있어 싱싱한 제철 해산물도 많이 나온다.

 어물전이 몰려 있는 곳 옆에는 뻥튀기 가게가 있어 인근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한다. “뻥!” 하는 소리에 문득 든 ‘우리네 정을 뻥튀기 하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지나가는 바람에게 물어보며 발길을 돌린다.

 안중장 외에 평택에 서는 장은 서정장(2·7일), 안정장(3·8일), 송북장(4·9일), 통복장(5·10일) 등이 있다. 또 평택 송탄관광특구의 심장부인 신장쇼핑몰도 미군 부대를 기점으로 한 신장동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나라 안팎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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