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월11일 전라북도 완주의 운주장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곳은 곶감으로 유명한 마을이지만 장터에 사람들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장꾼 몇 명이 모닥불을 쬐다 낯선 사람들의 출현에 관심을 보였다.
내 나이 또래 쯤 돼 보이는 박모씨가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어라?”
“서울서 왔심더”
“에이 공갈치지 말아요. 촌사람 같은데....”
“서울서 왔지만, 주소지는 정선이고요”
“그럼 그렇지! 서울사람이 그럴 리가 없지”

내 꼬락서니가 영락없는 시골 노인 행색인데다,
신발마저 시골사람들이 신는 두툼한 장화였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을 게다.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저 사진 찍는 여자는 누구여?”
“내 마누라요”
“또 공갈치네! 딸 같은데..”
“진짜요. 나이가 내 보다 어려서 그렇지...”
“아따 아제 재주도 좋소이, 돈은 좀 있는가베?”
“한 푼 없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한지가 오래됐소.”
"에이~"
 신용불량자란 말도 거짓으로 들렸는지 고개를 흔들며 또 물었다.  

 

“운주장은 왜 찍는 당가?”
“운주 뿐 아니라 전국장터를 다 찍으러 댕기요”
“거기 드는 돈은 어디서 나는디, 나랏돈이여?”
빚내서 돌아다닌다면 또 믿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엔 거짓말을 했다.
“나라에서 큰 돈 받아, 새마누라까지 얻었지요”
좀 부러워하는 걸 보니 진짜 거짓말은 믿는 눈치였다.

진실은 거짓말로 들리고, 거짓말이 사실로 들리는 요지경 세상이다
불신이 만연한 세상 탓인가? 아니면 내 꼬락서니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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