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장은 작년에 들려 일정에도 없는 코스였으나 네비게이션 조작 실수로 가게 되었다.

고금장을 떠나며 무주 설전면사무소로 찍었으나 난데없는 남해 설전면사무소가 찍혀 안내된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엉뚱한 길로 달리다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과오도 있지만, 인간이 기계의 속물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기분 나빴다.

없는 돈에 기름 값과 통행료 날린 속상함도 한몫해 괜히 옆 자석의 아내에게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하동장에 내리며 아내에게 한 말은, 내가 한 말이지만 너무 웃겼다.

“본전 찾아야 하니 좋은 사진 찍기 전에는 갈 생각 말아라“

이미 파장이 된 장터에는 할머니들만 띄엄띄엄 지키고 있어 골목과 외진 구석들을 찾아 다녔다.
어느 한 골목을 들어서니 일전에는 본 적이 없는 개인 장옥 한 동이 눈에 띄었는데,
고색창연한 외양이 일단은 눈길을 끌었다.
창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는 뻥튀기집이었다.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사진인들과 기자들한테 시달렸으면 사진쟁이 둘이나 침입했으나

미소로 반길 뿐이었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촬영해도 하던 일만 반복할 뿐이었다.

일하며서 간간이 묻는 말에 답은 했으나 이름과 나이 등의 인적사항은 노코멘트였다.
그 자리에서 4-50년을 장사했다는데, 집 구조나 집기들은 오랜 연륜을 보였지만
주인이 너무 젊어 보여 좀 믿기지 않았다.

붉은 백열등 불빛을 받은 뻥튀기 기계 두 대가 연이어 터져댔다.
재료에 따라 가열시간이 다른데도 쉼 없이 해내는 일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여태껏 장터에 따라붙는 다양한 뻥튀기 행상들을 봤지만 이런 가게는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주로 난전에서 튀겼으나 지금은 대부분 차를 개조해 포터 위에서 튀긴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편할지 모르지만,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나쳐 왔던 터다.
그런데 이곳은 난전도 아닌 판자집 안인데다, 아주머니 혼자 억척스럽게 일해 구미가 당겼다.

판자집 구조도 뻥튀기 집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문이라고는 입구문과 조그만 창 하나가 전부였으나, 터질 때마다 김이 쉽게 빠져 나갔다.

이름 없는 뻥튀기 집이지만 오래된 추억들과 함께 그 곳 사람들의 구수한 인정까지 골고루 주워 담을 수 있었다.
밤을 튀겨 가는 한 아낙은 밤 세알을 내 손에 살짝 쥐어 주었고, 주인 아낙은 튀긴 메밀을 맛보라며 내놓았다.
이것이 사람 사는 맛이고, 장마당의 인정이다.
그 집을 나오며 아내에게 말했다.

“본전 찾았으니 이제 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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