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밀사, 연희, 지승호

발행일 / 2015년 2월 14일

펴낸곳 / 철수와 영희

가격 / 8,500원

 

해 묵은 사진들을 꺼내 보인 ‘청량리588’사진전이 끝나도록
사진 속 주인공인 정숙씨는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해주기 위해 별도의 사진까지 프린트해 두었으나, 소용없었다.

하기야 삶의 패턴이 바뀐 이제 만나 무슨 말을 하랴마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고, 못 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돌이 켜 생각하니 정숙씨는 시대적으로 앞서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성노동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지만, 그 때는 그러지 못했다.
범죄란 선입견과 폐쇄적인 사회구조에 갇혀 꼼짝달삭 못할 때였다.
내 뜻을 받아들여 주변을 설득해 나간 정숙이는 분명 깨어 있는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노동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나라다.
“사람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바로 성이다.
그런데 왜 성 얘기만 나오면 거부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사회분위기마저, 뻥긋하면 성희롱이란 올가미에 씌여 매장되기 십상이다.

전시가 막바지에 치 닿던 지난 8일, 정숙씨를 만난 듯 반가운 사람이 나타났다.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라는 대자보를 낸 연희씨와 친구 이류시연씨가 온 것이다.
연희씨는 미아리텍사스와 룸살롱을 거쳐 안마 또는 휴게텔에서 일하는 현역이다.
지난 달 나온 책을 내밀며, 미소 짓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서먹서먹해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뒤늦게 책값을 챙겨주며 기념사진을 찍었으나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그녀의 주장이나 삶의 이야기야 책속에 담겨있어 물어 볼 필요도 없겠지만,
결국 그녀와의 인간적 교류를 트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성노동자 권리모임’과 ‘용감한 여성연구소’같은 단체에 몸 담은 분이나,

성노동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며 공론화되어가는 현실에 한 가닥 희망을 가졌으나,
일반인들의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성문제에 관심을 가져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조차 껄끄러워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성노동 문제를 하루속히 합법화하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이번 '청량리588'전시에서 비록 정숙씨는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숙씨의 생각을 이어받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큰 위안을 받았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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