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내일키움일자리사업’은

살길이 막막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것도 많은 예술가들을 거느린 예술단체에서 나선 것이 아니라

설립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해 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에서

 

'스마트'(SMART)는 'Social Mutual ARTs'의 약자로,

예술인들을 위한 상호부조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지난 2월에 설립되어 5월에 ‘은평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 사무실에 문을 열었다.

 

하는 일은 예술가들의 작업과 연관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창작 여건을 개선하는데 있다.

공연이나 전시 기획, 조합원 교육, 예술인 네트워킹,

장비 및 공간 공유 등 조합원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 만찬장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활동 지원을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 졌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서인형이사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가 단체로 꼽히는 ‘예총’이나 ‘민예총’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여지 것 회원들 생계나 개인적 행정에 도움 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하기야! 제대로 일 할 사람은 안 보이고,

감투나 명예에 눈독 들이는 사기꾼 비슷한 예술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아니던가?

 

작가들의 사행심이나 조장하는 공모전으로 장사나 했지,

회원들의 생계에 도움 줄 일을 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적 잖은 회비 갖다 바치며, 무리에 끼이려 안달하는 분들이 가련할 뿐이다.

 

‘스마트협동조합’ 회의장면

 

‘스마트협동조합’은 설립과 동시에 조합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지만 ‘예술가의 식탁’을 마련하여

매주 수요일 조합원들이 오찬을 함께하는 등 공동체 친목도 다졌다.

 

미술평론가를 앞세운 ‘도슨트와 미술관 산책’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조합원들에게 700w상당의 음향기기를 대여하는 사업도 벌였다.

예술가들의 프로필사진을 촬영할 스튜디오 설치와 사진출력 프린트기를 마련하는 등

조합원들이 염가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설비를 마련한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어려운 시국을 맞아

조합에서 예술가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영등포 지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사하는 일과

금속 소공인들을 만나 설문조사 하는 일을 따내 3개월 간 예술가 24명을

근무시간에 따라 월 90만원에서 180만원을 받는 일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내일키움일자리사업 신청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내일키움일자리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예술가들이 수도권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양로원 보육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이나 전시를(두 달간 2회 이상)해 주고 총 360만원을 받는 사업인데,

어려운 예술가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사업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잡혔다..

사업선정 통보 받은 지 4일 만에 접수를 받았다는데,

300명 모집에 무려 700여명의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심의 기준에서 제외된 분을 위해 추가 모집을 협의해

다시 200명을 고용했다니,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내일키움일자리사업 신청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그 많은 인원의 서류접수와 면접을 불과 몇 일만에 해 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서인형 이사장과 황경아 국장, 박건주씨 등 세 명이 밤을 새워가며 중노동을 했는데,

끝난 후 함께 일했던 박건주씨가 노동청에 고발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 그 과정이야 말하나 마나다.

 

사람이 죽고 사는 생계문제가 걸렸는데, 어찌 원칙만 따질 수 있겠는가?

그 많은 예술가들의 활동 상항을 체크해 가며

마무리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서인형이사장이 '내일키움일자리사업'에 신청한 예술가 면접을 보고있다.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재정은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이사장이 앵벌이처럼 외부에서 벌어 두 직원 급여를 충당해가며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 온 것이다.

 

그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지난 달 ‘문체부’의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이 제 자리에 안착된 것은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부단한 노력에 의한 성과지만,

코로나 위기가 받침이 되었으니, 위기가 기회란 말이 딱 맞다.

 

지난 30일, ‘스마트협동조합’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있었다.

조합원에 불과한 나야 갈 필요가 없으나 정영신 이사가 가신다는데,

기사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약속된 ‘궁중족발’까지 태워만 주기로 했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 칠 수도 없지만,

서인형, 황경아, 정영신씨 뿐이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한

다섯 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있으니, 최석태씨와 박건주씨가 나타난 것이다.

인원이 초과되었으면 얼른 나와야 하지만,

모처럼 최석태씨를 만났는데, 어찌 그냥 올 수 있겠는가?

테이블 두 곳에 나누어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여러 가지로 입장 난처하게 만드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마트협동조합 송년회 덕에

불청객도 기분 좋게 한 잔 걸치는 영광을 얻었다.

 

그런데, 술값을 돈도 못 버는 최석태 감사가 계산했다.

거지 조합에 거지들 밖에 없지만, 통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협회 밥값을 감사가 내는 것 본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 봐라.

 

내년에는 더욱 성장하여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본산이 되길 기대한다.

더 많은 참여와 예술가들의 연대도 부탁드린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지난 주에는 정영신의 전시 핑계로 술 마실 일이 많았다.

 

27일 저녁에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팀들이 정영신씨 녹번동 집으로 들이 닥쳤다.

해적도 아니면서 참치 한 덩어리를 들고 왔더라.

 

이사장 서인형씨와 최석태, 이미경씨가 왔는데,

집구석이 얼마나 넓은지, 다섯 사람이 앉으니 꽉 찼다.

사실, 춤 출 일 없으면 술 마시는 데는 좁을수록 술맛난다.

코로나놈 알면 큰 일 나겠지만...

 

스마트협동조합으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일자리가 급하다'

 

서인형씨는 내일 키움 일자리 채용을 비롯하여 일이 많아 요즘 얼굴보기 힘들다.

'내일 키움 일자리'는 예술인들에게 2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인데,

300명 채용에 7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사장과 황경하씨가 하루 17시간 가까이 일한, 주 100시간 넘는 일을 해냈다.

 

신청인원이  너무 많아 10여명씩 동시에 면접 심의를 하는 장면

 

그 짧은 기간에 사람 모아 분류하여 심사하는 등 완전 한 판 전쟁을 치룬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일을 해 냈으나, 심의 기준에서 제외된 분들이 안타까워 추가 모집을 협의 중이란다.

예술가들의 삶이 힘들다는 방증인데, 고생은 하지만 조합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안주로 가져 온 냉동 참치가 녹아 식칼로는 먹히지 않았다.

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톱으로 자르는 것 같았다.

주방장 솜씨 탓이 아니고 연장 탓이지만, 어쨌든 회는 맛있었다.

한 점만 넣어도 입안이 그득했으니까... 언제 이렇게 먹어 본 적이 있었더냐.

우물우물 맛있게 먹은 생각을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양조장 술까지 잘 익어 그 날 밤은 애들 말로 해피한 밤이었다.

 

그 다음 날인 토요일엔 경의선 책거리 ‘예술산책’에서 김수길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김보섭씨도 만나, 김수길씨는 응암동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진데다 공사 차에 막혀 골목에서 한 참 갇혀 늦어버렸다.

찿아 간 ‘푸른 언덕’에는 김수길씨와 조해인씨, 둘이서 마시고 있었다.

 

기분 좋게 술을 얻어 마신 것만도 고마운데, 조해인씨가 술 한 병을 선물로 주었다.

‘죠니 워카 블루’인데, 독주를 싫어해 선물 받은지가 2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고맙게 받아 녹번동 주막에 맡겨 두었다.

그런데, 그 날은 바쁜 걸음 치느라 권총을 차에 두고 내려 사진 한 장 못 찍었네.

 

일요일 오후에는 김상현씨와 김명성씨가 녹번동으로 찿아왔다.

양조장에 술이야 있지만, 안주 준비를 못해 단감으로 때웠는데,

나야 술만 좋으면 손가락을 빨아도 괜찮지만, 김명성씨가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부경찰서 뒤에 좋은 횟집이 있다며 끌고 간 것이다.

길이 헷갈려 간신히 찾았는데, 횟집 이름이 ‘마포나루’였다.

네 사람이 여러 가지 회를 양껏 먹었으나, 십 만원 남짓이었다.

가격이 싼데다 맛있고 가까우니 죽기 전에 한번은 더 올 수 있겠다 싶었다.

‘마포나루’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뿔뿔이 헤어졌다.

 

파장 잔치는 언제 쯤이나 끝날까?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예술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한국스마트협동조합’ 개소식 축하파티가

지난 27일 오후7시부터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녹번동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상상홀에서 열렸다.

 

이날 개소식에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의 인사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대표, ‘은평문화재단’ 홍미경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바리톤 박태종씨와 테너 민정기씨, 경하와 세민의 축하공연이 분위기를 띄웠는데,

전위예술가로 변신한 화가 조남현씨가 나타나 신나는 리듬에 맞추어 치맛자락을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화가 이중섭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어 유익한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날의 개소식 파티는 ‘코로나’ 여파로 개별 연락은 생략한 채 열렸다.

SNS 공지만으로 번잡함을 피했는데, 별도의 뒤풀이 없이

앉은 자리에서 와인과 음식을 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날 참여한 분으로는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조해인, 김수길, 김 구, 이정환, 박성식,

정영신, 성유나, 최건모, 윤보린, 김정남, 변동욱, 박재용, 조햇님, 남지현, 김영규씨 등

약 70여명이 참석해 개소식을 축하했다.

 

그동안 예술인으로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었다.

 

극심한 생활고로 10년 전 가수 달빛요정이 숨지고,

이듬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되었으나, 실제 작가의 생계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예술인을 위한 지원 사업도 있었으나,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 단체에서 방임하거나 못하는 일을 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업인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이지만,

예술인은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최근 국회에서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 올 연말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예술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술인 709명에게 활동비 8억7000만원을 선 지급하는'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路)'가 생겨나는 등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으나.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자기 작업에만 몰두해 행정에 어두운 예술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예술인들의 손발이 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스마트협동조합이다.

예술인들의 공연 및 전시기획을 비롯하여 예술인 교육과

예술사무대행 (장비임대, 회계정산, 법무, 세무, 각종 지원및 계약),

예술인 네트워킹에 이르기 까지 예술가들이 처리하기 힘든 모든 업무를 상호 협력하게 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다들 힘을 모아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찾자.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이자.

 

본 조합원으로 가입할 분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홈페이지인

kosmart.org 에 접속해서 가입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많은 참여를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예술인들의 창작 여건 개선과 안정적 활동을 지원하고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사장: 서인형)이 탄생했습니다.



조합을 이끌어 갈 예술가를 비롯하여 프리랜서작가, 예술향유자, 지역 주민 분들을 모시고

인사드리는 첫 자리가 오는27일 오후7시부터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바쁘신 중이라도 개소식에 참석하여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위치는 지하철3호선 녹번역 4번 출구의 눈앞에 있습니다.

‘녹번119안전센터’ 건물 3층 ‘은평구사회적허브센터’(은평로 245번지)입니다.
조촐한 음식과 볼거리도 준비하였으니, 함께 즐기는 유익한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 곳은 조합원을 위해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은 삼천원으로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공유 사무실입니다.

예술인들의 공연 및 전시기획을 비롯하여 조합원 교육, 예술사무대행(정산, 법무, 세무, 각종 지원및 계약),

예술인 네트워킹에 이르기 까지 예술가들이 처리하기 힘든 모든 업무를 협력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개소식 안내-
?축사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정희섭 대표
           은평문화재단 / 홍성민 대표  
?공연 : 경하와 세민
?강연 : 최석태 (미술평론가)

조합 가입 및 자세한 정보
www.kosmart.org




지난 5일 재불화가 강명희씨 전시가 열리는 '인디프레스'에 프랑스 전 총리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 그의 일행들이 방문했다,

특별 손님을 위해 기존 전시외에도 보안여관 신관과 3갤러리 등 세 곳으로 전시를 확대했는데,

대작을 보여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마련된 별도의 전시는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준비했다고 한다.




정영신씨와 함께 인사동에서 열리는 류연복씨 전시 뒤풀이를 마다하고 '인디프레스'로 달려갔다.

전시장에는 김정대관장을 비롯하여 최석태, 김정헌, 신학철, 민정기씨 내외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와 있었다.

뒤 이어 성완경씨와 담양의 박문종씨가 나타났고, 윤범모, 김정업, 오경환, 장경호, 박불똥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강명희씨는 1972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로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코르틀리에 시립미술관', '갤러리 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액스포' 등지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시적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열혈작가다.


 

그는 80년대 서울미술관을 운영했던 화가 임세택씨 부인으로,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지금은 파리와 제주에 화실을 두고 바람처럼 떠다니는 여류작가다.



전시된 강명희씨 작품은 세계 여행 중에 접한 사막이나 오지에서 만난 자연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재현했다.

이번에 방문한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는 자연과 인간현상에 대한 단상을 담은 시화전을 중국과 한국에서 같이 열기도 했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눈 밭에서 사물들이 스물 스물 기어 나오는 것 같다.

아니, 안개 속에서 시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에서는 슬픔이 왈칵 밀려왔다.

화폭 위에 번진 색들의 날숨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다.


 

북녘 정원이란 뜻의 대형 작품 북원앞에 서 있으니, 그 황홀함에 가슴이 벅찼다.

대자연을 노래한 시어들이 물안개처럼 아롱거리는 장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학철, 민정기씨와 술 한 잔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으니,

작가 강명희, 임세택 부부와 도미니크 드 발팽씨 일행들이 밀어 닥쳤다.



도미니크 드 빌팽씨는 주미 프랑스대사, 외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내무부장관을 거쳐

총리에 오른 인물로 문학평론과 정치수상록 등 많은 책을 펴냈다.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한데,

강명희 작가와는 절친한 친구이자 그림과 시로 소통하는 오랜 동료이기도 하다.


 

그날 도미니크 드 빌팽씨의 축하인사에 이어 강명희씨와 서울대 미대 동문이었던 화가 김정헌씨,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관장, 미술평론가 성완경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축하했다.


 

노벨상 단골후보 시인 아도니스가 강명희씨 작품에 바친 시다. 

"이 신기한 색채 속을 여행하면서/ 두 눈은 파리의 가을에 취하고/ 두 손은 몽골의 얼굴을 만지는 듯하네/

본래 대자연을 읽어온 나지만/ 화가의 그림은 만물을 꿈속으로부터 불러내네."



강명희 작품전은 216일까지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지난 28일 ‘정직한 후보’ 시사회가 열리는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로 갔다.
정영신씨의 장터사진 다섯 장이 영화 스틸사진으로 사용되어 초대권이 여러 장 배정되어서다.



요즘처럼 전염병 문제로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길 꺼리는데, 몇 명이나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박찬호씨 도움으로 곽명우, 정명식, 강제욱씨 등 사진가 다섯 명에게 연락되었는데,
정영신씨가 연락한 사진가 이정환, 성유나,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등 열 명이 극장 앞에서 만난 것이다.




서인형씨는 그 곳까지 왔으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로 한 딸과의 약속으로

밖에서 영화 끝나기를 기다려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 장유정감독과 출연진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장동주, 조한철, 조수향, 온주완, 김나윤씨가 나와

영화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난, 영화보다 장터 스틸사진이 정치풍자 영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더 궁금했는데,
영화가 상영되자 정영신씨 장터사진 다섯 장면이 나왔다.
내용인즉, 국회의원에 출마한 주인공의 할머니가 장터에서 힘들게 돈 벌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장터 사진으로 대신한 것 같았다.








전형적인 한국 영화같았는데, 뜻밖에도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란다.
브라질 상황을 국내 상황과 정서에 맞게 고쳤다는데, 코미디 영화 '부라더'를 연출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물이었다.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 대권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출판기념회에서 대필 작가가 책을 썼다는 등 자신의 비리를 스스로 폭로한다.
'서민의 일꾼'이라는 머릿속 문구가 '서민은 나의 일꾼'이라는 말로 튀어 나오기도 했다.




선거참모진은 비상이 걸렸으나, 민심 돌아가는 분위기는 심상찮았다.
이상하게 바뀌어버린 정치인 주상숙을 의외로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주상숙은 마음을 바꾸어'정직한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유권자 환심 사기에 나선다.
국회의원을 지키는 열정 보좌관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의 활약은 반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튀어나오는 바른말 때문에 ‘정직한 후보’로 변신한 주상숙의 웃음 폭격이지만,

오늘의 답답한 정치현실에 대리만족을 안겨 주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정경유착 등 더러운 현실정치와 맞물려, 정치 자체가 코미디란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주인공 라미란의 '원맨 쇼'에 가까웠다.
코믹한 연기에서부터 노래와 춤까지 숨겨놓은 장기를 모두 쏟아 부었는데, 그의 연기력은 독보적이었다.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영화의 한계는 드러났다.
할머니의 거짓 죽음과 사학 비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영화는 과부하가 걸린 듯 삐거덕거렸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전개는 산만하고, 펼쳐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느라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코미디라는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오는 2월 12일 개봉 된다.




시사회가 끝난 후, 서인형씨를 만나 인근 '콩나물해장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한 사진가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영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정환씨 이야기를 들었다.
‘남산의 부장들’에 밀려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겠단다.



아무튼,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

사진,글 / 조문호





















예술인을 규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예술을 빙자한 기존의 사기꾼 패거리는 예술가 이름이나 붙여주는 것으로 장사를 하지만,
제대로 작업 하는 작가라면 아무도 그런 곳엔 관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개인주의가 예술가를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로 정착시킨 것이다.
기존 협회에서 안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찾자는 것이다.



도둑놈 심보로 원고료도 안 주고 공짜로 써먹는 대형언론사의 횡포는 물론
초상권이나 사진저작권 등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살아가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돈이다.




작가마다의 작업을 분류하고 작품가격 등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책정하여
작품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소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가 안정적으로 생활비와 작업비가 마련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 꿈같은 일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
바로 서인형씨가 추진하려는 예술인협동조합 프로젝트였다.



아무리 좋은 일도 추진하는 이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심이 개입되어 있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서인형씨라면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한 것이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은 엘리트 계층이지만, 안정적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잘 못된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그동안의 행적이 말해주듯,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꾸준히 프로젝트를 만들어 도움을 주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깍듯 그는 늘 가난하게 산다.
가난하게 사니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는 한 때 ‘민예총’ 사무국장을 지낸바 있는 문화전략가로
협동조합 결성에 대한 경험이 많은데다 대부분 성공시킨 경력자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여러 사람이 협의하기 시작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사진가 정영신씨, 서울민예총 사무국장 황경아씨와 세민씨 등
여러 명이 협력하여 매주 일요일마다 역촌동에서 모여 회의를 가져왔다.
난, 얌체같이 한 번도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회의가 끝난 후 밥 먹는 데만 매번 따라붙어 술만 축낸다.




지난 1일에는 역촌동 ‘북경반점’에서 청요리와 고랑주를 얻어 먹었는데,
8일은 최석태씨 연락 받아 갔더니, 다른 분들은 볼 일이 있는지 모두 가고 없고,
최석태씨와 정영신씨만 정답게 앉아 있었다. 눈깔 튀어 나오게...




따라주는 이과두주를 홀짝 홀짝 마시기는 했는데, 겨우 몇 잔에 슬슬 맛이 갔다.
정영신씨 집으로 옮겨 와 다방커피 마시며, 술 깨려고 사진기를 들고 설쳤는데,
집이 너무 넓어 화각이 나오지 않았다.
이튿날 찍은 사진을 보니, 위험하게 씽크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 별 지랄을 다 했더라. 


 
그 날 밤은 최석태씨가 자정이 가깝도록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나,
자고 일어나니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았다. 좋게 말해 치매지, 노망든 것이다.
그래서 예술인협동조합에 앞서 대중의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몇 자 적는다.




대중들의 예술품에 대한 가치기준, 즉 의식변화가 시급하다.
작품을 돈으로 보지 말고 즐기는 기호품으로 보라는 것이다.
작가 이름이나 값 비싼 작품만 관심을 가지거나,
평론가 말 듣고 작품을 구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가 뭐라던 자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여 즐겨라.
벽에 걸어두다 지겨우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작품을 보는 나름의 안목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작품은 돈이 아니다. 비쌀 수록, 유명 할 수록 사기다.

사진, 글 / 조문호








































역촌사거리 고기집에서...좌로부터 서인형, 전세미, 황경아, 박권주, 최석태씨



지난 24일 저녁무렵, 정영신씨로 부터 밥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역촌 사거리에 있는 고기집인데, 그 곳은 1인당 12,900원만 내면 무한정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고기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본전 뽑고도 남는다.

정영신씨가 부탁한 서류를 가져가니, ‘예술인 협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는 서인형씨와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를 비롯하여 '서울민예총' 사무국장 황경하씨와 박권주, 세민씨 등 젊은 분도 세명이나 있었다. 

예술인 협동조합 창설에 따른 회의를 마친 후 마련한 자리 같았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속담처럼, 술과 고기를 양껏 얻어 먹었다.

정영신씨 집으로 옮겨 와 차 한 잔 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집이 너무 넓어 주인과 장정 세 사람 들어가니 꽉 찼다.

의자까지 부족해 옆에 쪼그려 앉아야 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영신씨 집에서...좌로부터 최석태, 서인형씨


이미 사진시장에 대해서는 정영신씨가 많은 조언을 했겠지만,

술김에 사진판 돌아가는 이야기나 지껄였다. 얻어먹은 술 값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사실 ‘예총’에서 만든 ‘한국예술인협동조합’이나 연극인들이 하는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

‘온누리 국악 예술인 협동조합’ 등 기존 예술인 협동조합도 있으나 이름만 협동조합이지 제 기능을 못한다.

특히 미술이나 사진 등 시각예술 부문에 몸 담은 분들이 만든 협동조합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라

작품 시장의 활성화나 저작권 문제 등 도맡을 일이 한 둘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기구다. 

제일 관건은 많은 예술인들이 함께 동참하는 결집력인데, 작가들에게 도움만 된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여러 협동조합을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서인형씨가 주도하는 일이라 신뢰가 간다.

이미 성공한 다른 나라 경우를 벤치마킹 할 것이란다.


얼마전 회의를 마치고 정영신씨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좌로부터 서인형, 정영신, 최석태씨


기존의 미술시장은 재력있는 삼성이나 가나 등 몇몇 갤러리에서 시장을 주도해 작품 값을 튀기지만, 사진판은 아직 미미하다.

'한미', '스페이스22'등 재력가들이 운영하는 사진갤러리에서 이름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정도다.

내가 볼 때는 이름 있는 몇 몇 작가보다 가난한 작가들의 그림이나 사진에 올인 해야된다.

이미 제벌갤러리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작가들은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술판은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자문하고 있지만, 사진판은 사진평론가 이광수교수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의 협력도 얻어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예술인협동조합의 성공적 정착을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얼마 전 회의를 마치고 정영신씨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좌로부터 서인형, 최석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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