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농사지으러 정선 다니지만, 타산이 안 맞다.
야채모종이나 씨앗 값만 십여 만원 먹히는데다.
한 달에 두 번씩 농사지으러 가는 연료비가 칠십만원 들어간다.
양평가는 국도를 이용해 통행료는 물지 않으나,
한 번 오가는 기름 값만 오만원들어 나로서는 만만찮은 지출이다.
무공해 채소를 위한 선택이지만, 그 돈이면 사 먹고도 남는다.
이전에는 자연이 좋아 조경용으로 나무도 심었으나, 지금은 농사지을 땅이 더 필요해 졌다.
이왕 농사지을 바엔 본전 찾아야 되겠다는 욕심에서다.
자연환경도 없는 이에겐 사치나 마찬가지다.
옆집 한순식씨에게 포크레인으로 나무를 뽑아 땅을 파 뒤집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 나절 일한 대가로 그 곳에 버틴 50년 된 옻나무 한 그루를 주었다.
옻닭 장사 하는데는 없어서 안 될 약재니까...
지난 어린이날 땅을 파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들린 21일부터 일구었다.
고추와 옥수수, 야채 모종도 심고 여러가지 씨앗도 뿌렸다.
삼일에 걸쳐 너무 무리하게 일 했는지, 몸이 말이 아니다.
힘들어 곤죽이 된 잠자리도, 여러마리의 개들이 난리를 피워 깨어버렸다.
이 깊은 밤에 산돼지가 나타났을까? 고라니가 나타났을까? .
잠은 깨웠지만, 집을 잘 지켜주니 탓할 수도 없었다.
개가 없을 때는 아무나 들락거려 산나물 씨를 말렸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이틑날 옆집에 손님 여러명이 찾아와 끓였다며 개장국 한 그릇을 주었다.
기름기가 니글거렸지만 배가고파 허급지급 먹었다. 설마 키우던 개는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먹고 일어서기가 무섭게 설사가 쏟아졌다.
되로 먹고 말로 싼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먹던 대로 살 것이지, 그 놈의 욕심 때문에 몸만 망가졌다.
적당히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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