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는 길에 만지산 이선녀씨로 부터 두릅을 얻어왔다.
집에 키운 두릅을 망쳐 사러 갔으나, 돈을 받지 않아 신세지게 되었다.
그런데, 얻어 온 량이 적지 않아 정영신씨가 주변 분들과 나누어 먹겠단다.
냉장 보관할 곳이 없어 빨리 전달해야 한다기에 고사떡 나누듯

육등분해 택배기사 노릇을 자청한 것이다.




전해 드릴 분 명단을 받아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돌았는데, 그 일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강남에 계신 한교수님 댁에 가는 일이었다.
요즘 몸이 편치 않아 집에만 계시기에 한번 찾아뵙고도 싶었던 터다.
어렵사리 전해드리기는 했으나, 퇴근 시간대에 걸려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남은 두 곳은 은평 지역이라, 하는 수 없이 정영신씨 집 부근으로 불러 모았는데,
시간이 지체되어 서인형씨를 한참 기다리게 만들었다.
무슨 대단한 선물한다고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좌우지간,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정영신씨의 극성은 알아주어야 한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저녁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마침 정선에 두고 왔던 가방을 찾아왔는데,
그 안에 든 통장 속에 재난지원금이 40만원 들어 와 있었다.
매번 얻어먹기만 하다 모처럼 술 한 잔 대접할 기회가 온 것이다.
아들까지 녹번동 ‘풍년식당‘으로 불러 두릅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며느리와 손녀까지 만날 기회가 될 줄이야 미처 예상치 못했다.




손녀 하랑이가 이젠 걸음도 제법 잘 걸었다.
그 전에 만났을 때는 엄마 손에 끌려 다녔는데, 이젠 손녀가 엄마를 끌고 다녔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벌써 핸드폰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뭘 보는지 한 번 잡으면 그곳만 집중해 심각한 폐해가 우려되었다.




아들 햇님이는 임대료 마련이 어려워 정의당 은평사무실을 철수했다는 안 좋은 소식을 전했고,
서인형씨는 오는 27일 ‘스마트협동조합’ 개소식을 갖는다는 반가운 소식도 주었다.
좌우지간, 원님 덕에 나팔 불다보니, 내가 취해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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