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꼬여 구치소에 들어가 수양 좀 하고 오려는데,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지난 3월16일부터 4월4일까지 20일 동안 구치소에 갈 작정으로,
병원에서 평소 먹는 약 처방전도 받아오고, 쪽방 달세도 미리 줘야했다.
정선 가서 땅도 파 뒤집어 둬야 하는 등 이리저리 마음이 바빴다.


그 일은 5년 전 수난 당하는 동강할미꽃이란 칼럼을 신문에 투고했는데,

야생화 사진하는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뒤늦게 벌금이 이백만원 나온 것이다.

벌금 낼 돈도 없지만, 승복하기 싫어 몸으로 때울 작정을 했다.

친구나 후배들께 빌릴 수도 있지만, 민폐 끼치기도 싫었다.

구치소에서 편한 밥 얻어 먹고 규칙적인 생활로 몸 관리하면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정영신씨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이

한사코 벌금을 마련할 테니 들어가지 말라고 종용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공윤희씨와 김수길씨가 찾아와 잘 다녀오라며 위로주 까지 얻어 마셨다.

 

그런데, 다음 날 김명성씨가 오래전에 부탁해 만들어 둔 작품을 팔아주겠다며 벌금을 내란다.

벌금은 안 낸다고 버티니, 정영신씨 한데 다시 전화했던 모양이다.

정영신씨 말로는 남에게 도움 받는 것만 민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부담 주는 것도 민폐란다.

구치소 가는 사람이야 마음 편할지 모르겠으나, 밖에 있는 사람이 어찌 다리 펴고 자겠냐는 것이다.

그 말도 맞긴 하지만, 정영신씨 된소리에 그만 깨갱하고 꼬리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명예훼손 건은 무혐의 판결받았어야 할 사건이었다.

판결 통보서만 받았다면 당연히 항소할 사건인데, 항소기한이 지난 후에야 독촉장을 받은 것이다.

왜 판결통지서는 보내지 않았을까?

 

쪽방 우편물은 일층계단에 40여개 쪽방의 우편물을 한꺼번에 모아두는데,

대부분 독촉장이나 행정명령 등의 불편한 우편물인데다 량이 너무 많아 잘 보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십 통이 쌓여 딩굴다 유실되고 마는데, 거지들이라 우편배달부도 무시 하는것 같다                                            

다른 곳에서 우편물을 이렇게 처리하면 가만 두겠는가?

그리고 판결통보서 같은 중요한 문서는 등기로 보내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그래서, 누가 책을 보내준다 해도 분실되니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건, 이미 엎질러 진 물이라 말할 필요조차 없겠으나,

봄만 되면 동강할미꽃을 예쁘게 찍기 위해 마른 풀을 뽑아내거나

물을 뿌려 말라죽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해 기어이 고쳐야 할 일이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자가  전시했던 사진을 보면 햇볕이 나야 피는 꽃에 이슬이 맺혔거나

꽃 주변이 말끔한데다, 심지어는 배경에서 인공조명까지 사용한 흔적이 뚜렷해 

검찰에 소명서까지 제출했으나, 몇 년이 지나서야 벌금 독촉장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그자는 야생화 전문가라 캘린더를 만들어 팔거나 사진 원고로 살아 개인적인 피해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건은 개인의 명예에 앞서 공익에 관한 문제다.




그 신문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으로 많은 아마츄어 사진인들이

야생화는 말끔하고 예쁘게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처럼 자연을 해치는 사진인들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사협공모전에 심사도 하니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은 이 사건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명예훼손 문제로 신경이 날카롭다.

, 원칙에 벗어나는 나쁜 일은 아무리 가까운 분이라도 그냥두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더러운 세상 바로잡기 위한 고충이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잘 못해도 싫은 소리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데 있다.

나 역시 남에게 미움 받는 소리 하기 싫지만, 나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더구나 신문 발행인이 칼럼 제목을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로 정해 놓았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매번 빼딱한 소리만 하니 고개까지 돌아갈 지경인지라, 칼럼은 2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동안 그러한 일로 고소를 당 하거나 등 돌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오죽하면 사람이 좋아 한 평생 사람만 찍어 왔으나, 사람이 싫어진다.

 

구속이 아니라 사형을 시킨다 해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쁜 일이라면

죽을 때까지 까 발릴 생각에는 변함 없으나, 이제 합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요즘 이광수교수의 정치평론에 관심 가지면서, 꼭 원칙만이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칙을 지키려는 진보정당과 개혁을 위해 합리성을 택하는 여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사인에 게재된 폭력성에 도취된 사진가의 거리 사진이란 기사를 우연히 보았는데,

일본의 스즈키 다쓰오란 거리사진가의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촬영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 역시 인사동에서 거리사진을 종종 찍기 때문에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아는 분이야 가깝게도 찍지만, 대부분 멀리서 가리풍경 위주로 찍는데,

얼굴을 가리거나 싫어하면 지웠으니, 촬영으로 여지 것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동자동이나 부랑자의 사진도 대부분 인터뷰하며 찍거나 양해를 구해 찍는다.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 다들 이해하는데,

실상을 모르는 분들은 몰카로 오해할 지도 몰라 심기가 편치 않았다.


좌우지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상충하는 문제들이라 조심해야 할 일은 틀림없다.

요즘, 공익과 개인의 명예, 원칙과 합리에 대한 갈등으로 머리가 아프다.

때로는 비겁하게 다 떨쳐버리고 정선에 처박혀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솔직히 옛날같이 바보처럼 살고 싶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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