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내일키움일자리사업’은

살길이 막막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그것도 많은 예술가들을 거느린 예술단체에서 나선 것이 아니라

설립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해 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에서

 

'스마트'(SMART)는 'Social Mutual ARTs'의 약자로,

예술인들을 위한 상호부조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지난 2월에 설립되어 5월에 ‘은평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 사무실에 문을 열었다.

 

하는 일은 예술가들의 작업과 연관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창작 여건을 개선하는데 있다.

공연이나 전시 기획, 조합원 교육, 예술인 네트워킹,

장비 및 공간 공유 등 조합원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 만찬장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활동 지원을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 졌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서인형이사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가 단체로 꼽히는 ‘예총’이나 ‘민예총’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여지 것 회원들 생계나 개인적 행정에 도움 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하기야! 제대로 일 할 사람은 안 보이고,

감투나 명예에 눈독 들이는 사기꾼 비슷한 예술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아니던가?

 

작가들의 사행심이나 조장하는 공모전으로 장사나 했지,

회원들의 생계에 도움 줄 일을 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적 잖은 회비 갖다 바치며, 무리에 끼이려 안달하는 분들이 가련할 뿐이다.

 

‘스마트협동조합’ 회의장면

 

‘스마트협동조합’은 설립과 동시에 조합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지만 ‘예술가의 식탁’을 마련하여

매주 수요일 조합원들이 오찬을 함께하는 등 공동체 친목도 다졌다.

 

미술평론가를 앞세운 ‘도슨트와 미술관 산책’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조합원들에게 700w상당의 음향기기를 대여하는 사업도 벌였다.

예술가들의 프로필사진을 촬영할 스튜디오 설치와 사진출력 프린트기를 마련하는 등

조합원들이 염가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설비를 마련한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개소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어려운 시국을 맞아

조합에서 예술가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영등포 지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사하는 일과

금속 소공인들을 만나 설문조사 하는 일을 따내 3개월 간 예술가 24명을

근무시간에 따라 월 90만원에서 180만원을 받는 일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내일키움일자리사업 신청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내일키움일자리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예술가들이 수도권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양로원 보육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이나 전시를(두 달간 2회 이상)해 주고 총 360만원을 받는 사업인데,

어려운 예술가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사업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잡혔다..

사업선정 통보 받은 지 4일 만에 접수를 받았다는데,

300명 모집에 무려 700여명의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심의 기준에서 제외된 분을 위해 추가 모집을 협의해

다시 200명을 고용했다니,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내일키움일자리사업 신청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그 많은 인원의 서류접수와 면접을 불과 몇 일만에 해 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서인형 이사장과 황경아 국장, 박건주씨 등 세 명이 밤을 새워가며 중노동을 했는데,

끝난 후 함께 일했던 박건주씨가 노동청에 고발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 그 과정이야 말하나 마나다.

 

사람이 죽고 사는 생계문제가 걸렸는데, 어찌 원칙만 따질 수 있겠는가?

그 많은 예술가들의 활동 상항을 체크해 가며

마무리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서인형이사장이 '내일키움일자리사업'에 신청한 예술가 면접을 보고있다.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재정은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이사장이 앵벌이처럼 외부에서 벌어 두 직원 급여를 충당해가며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 온 것이다.

 

그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지난 달 ‘문체부’의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이 제 자리에 안착된 것은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부단한 노력에 의한 성과지만,

코로나 위기가 받침이 되었으니, 위기가 기회란 말이 딱 맞다.

 

지난 30일, ‘스마트협동조합’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있었다.

조합원에 불과한 나야 갈 필요가 없으나 정영신 이사가 가신다는데,

기사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약속된 ‘궁중족발’까지 태워만 주기로 했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 칠 수도 없지만,

서인형, 황경아, 정영신씨 뿐이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한

다섯 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있으니, 최석태씨와 박건주씨가 나타난 것이다.

인원이 초과되었으면 얼른 나와야 하지만,

모처럼 최석태씨를 만났는데, 어찌 그냥 올 수 있겠는가?

테이블 두 곳에 나누어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여러 가지로 입장 난처하게 만드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마트협동조합 송년회 덕에

불청객도 기분 좋게 한 잔 걸치는 영광을 얻었다.

 

그런데, 술값을 돈도 못 버는 최석태 감사가 계산했다.

거지 조합에 거지들 밖에 없지만, 통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협회 밥값을 감사가 내는 것 본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 봐라.

 

내년에는 더욱 성장하여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본산이 되길 기대한다.

더 많은 참여와 예술가들의 연대도 부탁드린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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