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을 규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예술을 빙자한 기존의 사기꾼 패거리는 예술가 이름이나 붙여주는 것으로 장사를 하지만,
제대로 작업 하는 작가라면 아무도 그런 곳엔 관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개인주의가 예술가를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로 정착시킨 것이다.
기존 협회에서 안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찾자는 것이다.



도둑놈 심보로 원고료도 안 주고 공짜로 써먹는 대형언론사의 횡포는 물론
초상권이나 사진저작권 등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살아가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돈이다.




작가마다의 작업을 분류하고 작품가격 등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책정하여
작품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소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가 안정적으로 생활비와 작업비가 마련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 꿈같은 일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
바로 서인형씨가 추진하려는 예술인협동조합 프로젝트였다.



아무리 좋은 일도 추진하는 이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심이 개입되어 있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서인형씨라면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한 것이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은 엘리트 계층이지만, 안정적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잘 못된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그동안의 행적이 말해주듯,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꾸준히 프로젝트를 만들어 도움을 주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깍듯 그는 늘 가난하게 산다.
가난하게 사니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는 한 때 ‘민예총’ 사무국장을 지낸바 있는 문화전략가로
협동조합 결성에 대한 경험이 많은데다 대부분 성공시킨 경력자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여러 사람이 협의하기 시작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사진가 정영신씨, 서울민예총 사무국장 황경아씨와 세민씨 등
여러 명이 협력하여 매주 일요일마다 역촌동에서 모여 회의를 가져왔다.
난, 얌체같이 한 번도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회의가 끝난 후 밥 먹는 데만 매번 따라붙어 술만 축낸다.




지난 1일에는 역촌동 ‘북경반점’에서 청요리와 고랑주를 얻어 먹었는데,
8일은 최석태씨 연락 받아 갔더니, 다른 분들은 볼 일이 있는지 모두 가고 없고,
최석태씨와 정영신씨만 정답게 앉아 있었다. 눈깔 튀어 나오게...




따라주는 이과두주를 홀짝 홀짝 마시기는 했는데, 겨우 몇 잔에 슬슬 맛이 갔다.
정영신씨 집으로 옮겨 와 다방커피 마시며, 술 깨려고 사진기를 들고 설쳤는데,
집이 너무 넓어 화각이 나오지 않았다.
이튿날 찍은 사진을 보니, 위험하게 씽크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 별 지랄을 다 했더라. 


 
그 날 밤은 최석태씨가 자정이 가깝도록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나,
자고 일어나니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았다. 좋게 말해 치매지, 노망든 것이다.
그래서 예술인협동조합에 앞서 대중의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몇 자 적는다.




대중들의 예술품에 대한 가치기준, 즉 의식변화가 시급하다.
작품을 돈으로 보지 말고 즐기는 기호품으로 보라는 것이다.
작가 이름이나 값 비싼 작품만 관심을 가지거나,
평론가 말 듣고 작품을 구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가 뭐라던 자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여 즐겨라.
벽에 걸어두다 지겨우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작품을 보는 나름의 안목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작품은 돈이 아니다. 비쌀 수록, 유명 할 수록 사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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