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고향도 아니고 사는 곳도 아니지만,
비 온다고 나가고 날씨 개였다고 나간다.
전시한다고 나가고 사람 만난다고 나간다.
정든 사람 떠난 인사동을 허구한 날 맴돈다.
더러는 저승으로 떠나고 더러는 오리무중이다.
남은 건 인사도 안 하는 인사동이란 이름뿐이다.
아니면 술에 취해 인사 불성된 기억만 떠돈다.
가게들은 간판을 바꾸고 주인까지 바뀌었지만,
꼬불꼬불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만 그대로다.
그러나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기억의 저장고다.
그리움이 안개처럼 맴도는 추억의 공간이다.
삭막한 거리를 떠돌며 지워진 이름을 떠 올린다.
천향각, 실비집, 시인통신, 누님칼국수, 하가, 귀천,
레테, 춘원, 평화만들기, 수희재, 인사동사람들...
그리고 별이 된 사람들도 떠 올린다.
민병산, 박이엽, 천상병, 박재삼, 강 민, 심우성,
이구영, 김동수, 김대환, 이계익, 이호철, 목순옥,
원광스님, 중광스님, 적음스님, 김용태, 문영태,
김종구, 이존수, 여 운, 이동엽, 김영수, 강용대, 박광호...
다들 일상 너머 세상을 꿈꾸는 낭만적인 사람들이다.
지나간 세월이 그립고, 떠나 간 사람들이 보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은 지루한 장마가 끝난 지난 일요일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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