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하나 없는 인사동에서 유일하게 정기 음악회를 갖는 곳이 하나 있다.
인사동 ’통인가게‘ 김완규회장이 끌어 온 풍류감상회가 바로 그 것인데,

때로는 오페라의 진한 감동을 안기기도 하고, 때로는 판소리의 절절함을 맛보게도 한다.

전용 공연실이 아닌데다 자리마저 협소해, 원하는 분들을 다 수용 못해 안타깝지만,
수시로 외교사절이나 문화계인사들을 초대해, 인사동의 또 다른 풍류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지난 27일 초대된 뮤지션은 기타의 명인 송형익씨 가족, ‘송 트리오’였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송형익씨의 독창적인 연주는 이미 세계에서 호평 받아 잘 알려졌지만,

이번 공연은 딸 송시예의 만돌린과 송나예의 기타가 더한, 부녀 트리오가 빚어내는 매혹적 앙상블의 선율이었다.

송나예와 송시예가 들려준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구름’은 청명한 울림과 떨림으로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끌어냈는데, 그 연주자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마치 인형놀이처럼 깜찍했다.

그러나 뒤에 나온 송형익씨의 기타연주가 압권이었다.
그가 작곡한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아리랑’은 성가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에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접목시킨 변주곡이었다. 처음에는 영롱한 여운을 남기는 울림과 떨림으로 은은하게 이어갔는데,

때로는 저음의 거문고 같은 음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리랑의 원래 음에서 조금씩 내려 연주하는 것이 좀 특이했다.

이어 모든 줄을 다 튕기는 풍부한 소리로 시원함과 경쾌함을 주었는데, 그의 다양한 연주 기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연주는 ‘고구려의 기상’이었다.
송형익의 기타 말발굽소리에 실려 인사동으로 봄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클레식기타의 감동이 인사동을 흥건히 적신 ‘통인’ 이브닝 콘서트였다.

솔직히 이번 연주회가 개인적으로 큰 이변이 있었다.
심한 감기 몸살로 식욕마저 잃어, 그의 빈사상태라 정신 차리려 나왔는데,

어질어질한 상황에서 듣는 연주가 더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회장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다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온 몸을 던진 흔들림에 책장 위의 2,800불짜리 육중한 조각품이 머리 위에 떨어진 것이다.  
다행스럽게 돌머리도 쇠뭉치도 깨지지는 않았으나, 그 멍한 울림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보다 찡한 음악적 체험이 어디 있겠는가?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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