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이어 술 마실 일이 생긴다.
어제도 마시고 내일도 마셔야 하는데, 오늘은 조준영시인과 마시기로 했다.
얼마 전 황명걸선생께서 ‘저희를 사랑하기에 내가’라는 시선집[창비]을 내셨는데,
책을 전해받기 위해서다.




애주가로 소문난 분이지만, 요즘은 몸이 편찮아 인사동에 잘 나오지도 못하신다.
그 흔한 출판기념회 한 번 못하는 선생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마는
언젠가는 축하의 자리를 한 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6일 오후6시 무렵, 인사동 ‘유목민’에 갔더니 조준영시인과

공윤희, 정영신, 김기영, 허미자, 전활철씨 등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
반가운 분들 만나 술 한 잔 해야 하는데, 이가 아파 걱정이었다.
요즘 치통으로 진통제를 먹지만, 술 때문인지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 날은 작심하고 술에 눈 돌리지 않으니, 시선집이라도 살펴 볼 수 있었다.






한 평생 쓰 오신 시편을 구중서, 신경림께서 4부로 나누어 정리하셨는데,
1부에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아이’도 실렸고,
한포기 작은 풀일지라도로 시작되는 ‘지조’도 실려 있었다.


2부에서는 두 번째 시집 ‘내 마음의 솔밭’의 시로 짜여졌고, 
3부에서는 세 번째 시집 ‘흰 저고리 검정치마’에 실린 작품이었다.
4부의 최근작들은 전반부의 냉철한 현실의식보다는
황혼녘에 다다른 시인으로서의 삶의 통찰이 담겨 있었다.






“꽃 피우고 새 우는 봄날이 오면 / 나 떠나리, 이 산하 어드메에 /
쇠잔한 몸 추슬러 외양 단정히 매만지고 / 명아주 단장에 의지해 /
희고 가는 머리카락 날리며”(‘새날’전문)





마지막에 하셨던 ‘이럴러고 시를 썼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말씀은 남의 말이 아니었다.

누구나 작품을 정리할 때면 느끼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좀 더 치열하지 못한 아쉬움은 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집 날개에 박힌 황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내 사진이 아닌 것 같았다.
‘창비’에서 사진원고료까지 10만원 받았는데,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 사진을 사용한 줄 알았는데, 사진이 눈에 설었다.
선생님께서 헷갈렸는지 내가 헷갈리는지 모르겠으나, 한 번 알아봐야겠다.
아니, 알아볼 것도 없이, 받은 원고료를 황선생님께 드려야겠다.


꽃피는 봄날 인사동에서 약주 한 잔 대접해 드리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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