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김상현씨의 음악홀 ‘뮤아트’에서 “인사동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 열렸다.

얼마 전 기국서씨 훈장수훈 기념만찬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축하공연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다들 취중이라 제대로 기억 못했는지 몇 명 나오지 않았다.




평일 공연 외에도 봄, 가을로 페스티벌을 갖지만, 그동안 잘 가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가끔 다녔으나, 귀에 이상이 생기면서다
조명이 어두운 공연장이라 스트로보를 터트리는 무례도 마음에 걸렸고, 한 번도 내지 못한 술 값도 부담스러웠다.
이번은 꼭 가겠다고 약속했던 터라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저녁 여덟시 무렵 집을 나섰다.




옛날에는 고막이 덜덜 떨릴 정도의 볼륨으로 음악에 파 뭍혀 살았지만,
사진에 미쳐 음악에 등 돌 린지 숱한 세월이 흘렀다.
이번엔 스스로 즐기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모처럼 음악에 빠져 볼 작정을 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뮤아트‘ 입구에서 망설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김상현씨가 문을 열어주며 반겼다.
’뮤아트'의 분위기는 언제보아도 적막한 멕시코 뒷골목이나 담배연기 자욱한 쿠바의 선술집 같은 분위기다.



자리에는 조준영 시인과 양평에 작업실을 둔 화가 최용대씨가 와 있었다.
이태원 시절 만난 최용대씨는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2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숲‘을 주제로 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도 주었다.
인사동에서 가끔 만났던 최 형, 안준영, 곽미영, 박소진, 류수씨 등 여러 명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 날 처음 본 유혜린 째즈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감미로웠다.
물방울을 튕기는 듯한 영롱한 피아노 음율에 빠져들기도 했다.




선물로 샴페인을 한 병을 가져왔는데, 그 맛은 샴페인에 대한 기존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여지 것 삼페인 하면 40여년 전에 마셔 본 ‘오스카삼페인’이 떠올라 기피해 왔다.
그 당시는 생일이나 무슨 축하할 일만 생기면 “뻥‘ 터지는 소리 때문에 오스카 삼페인이 따라 붙었는데,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그 맛에 고개를 절절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 샴페인은 가라 안는 기분을 살짝 받쳐주는 좋은 술이었다.




김상현씨의 ‘뮤 아트’는 93년도 이태원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회원제로 14년 동안 어렵게 끌어왔으나, 건물주 횡포에 신사동으로 옮겨오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원치 않는다는 그의 고집은 사업이기를 포기한 듯했다.
그 긴 세월동안 임대료에 허덕이며 버텨온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에게는 음악이 전부였다. 부도로 무너질 때도 음악이 일으켜 세웠고,
병마에 쓰러졌지만, 음악이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는 사나이가 김상현이다.




그 날은 나에게 불러주는 노래라며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를 불렀다.
전시 오프닝 공연이나 술자리에서 여러 차례 들었지만, ‘뮤 아트’ 본 무대에서 듣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얼마나 처절하게 부르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김상현씨가 아픈 후로 감정의 폭이 더 깊어진 것 같다.
그의 노래 소리에서 낙엽 떨어지는 가을 냄새가 난다.




“비 오는데 두고두고 못 다한 말 가슴에 새기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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