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의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인사동에 찬바람이 일고 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날 기미를 보이자 모처럼 인사동거리가 활기를 찾았으나 며칠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19일 오후 ‘진인진출판사‘ 김태진 대표와의 약속으로 인사동에 갔다.

인사동 거리부터 한 바퀴 돌았는데, 인파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한산한 곳이 비단 인사동만은 아니지만, 보기 안쓰러웠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인사동 큰길가에 자리 잡은 매장들이 많이 바뀌었더라.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하던 관광상품 매장이나 실타래과자 등 군것질 장사가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를 의류매장이나 악세사리 매장이 대체했다.

 

싸구려 중국산 관광 상품이 사라진 것은 반갑기 그지없었으나,

새로 생긴 매장들은 여성 고객들을 겨누어 고급화되어가는 추세였다.

아직 셔터를 내린 빈 점포도 많았으나, 머지않아 인사동 그림이 바뀌는 것은 불가피했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오래된 노포들도 살아남아 있었다.

골동상, 탈방, 필방, 도예방 몇몇이 간신히 버텨, 그나마 인사동의 자존심을 지켰다.

또 하나의 변화라면 ‘통인가게’ 이층에 생긴 ‘태극당’을 비롯하여

금옥당, 수예당 등 대형 다과점이 생겨 난 것이다.

 

그리고 ‘통인가게’ 일층을 차지했던 실타래과자점이 대부분 사라지고

새롭게 단장한 미술품 매장들이 눈길을 끌었다.

 

쓸쓸한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 유랑 악사들의 버스킹도 평소보다 많았고,

‘갤러리 이즈’ 일층에는 이용순씨의 사진전(25일까지)이 열렸다.

 

약속한 ‘사동집’으로 정영신씨와 함께 갔더니, 의외로 손님이 없었다.

텅 빈 식당을 지키던 노모 송점순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북적대던 평소와 달리 그토록 손님 없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렇지만 벽에 걸린 민병산선생의 글씨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김태진씨와의 미팅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었던 인사동 사진집 출판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저녁식사로 만두전골을 시켰는데, 이전보다 맛이 없는 것 같았다.

역시 음식은 손님이 많아 제 때 제 때 소모되어야 맛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특별한 안은 없었으나 좋은 사진집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었다.

인사동 토박이들의 인터뷰로 내용을 다양화 하는 등

인사동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팔릴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진집이 나올 즈음에는 어떤 모습의 인사동으로 변할까?

사진으로나마 지난날을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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