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지난 4일 오후5시 무렵, 경복궁 옆 ‘학고재’로 민중작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 날은 그림판 낭만선생 주재환씨의 회고전 “어둠속의 변신”이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기괴한 형색으로 나온 사람들은 대개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민중예술의 핵심이었다.

끼면 끼, 쌈이면 쌈, 술이면 술, 다방면에 달관한 동지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봄 사건 나부렀다.

 





아는 사람들을 즐겨 찍는 나로서는, 완전 물 만난 것이다.
전시를 연 주재환선생, 그리고 손장섭, 신학철, 강요배, 민정기, 임옥상, 김정헌, 성완경, 장경호,

박불똥, 류연복, 최석태, 박진화, 박 건, 이인철, 이태호, 이강군, 박흥순씨 등 '민미협' 작가들을 비롯하여,

백기완, 신경림, 강 민, 구중서, 채현국, 방동규, 무세중, 이수호, 김종규, 우찬규, 김승환, 박현수, 민충근,

김양동, 박영숙, 심정수, 박시교, 정희성, 정동석, 임진택, 무나미, 윤범모, 곽대원, 김준기, 박 철, 김영재,

두시영,  박대부, 지미정, 장유정, 이도윤, 신학림, 김종철, 성기준, 양원모, 김태서, 정정엽, 정필주, 노형석,

조경연, 채원희, 김영중, 마기철씨 등 문화예술 각계에서 한 가닥 하는 분들이 다 모여들어, 사진 찍느라 바빴다.


전시장에 모여든 분들은 삼삼오오 와인 잔을 기울이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잘 모르는 관람객들도 한 둘 끼어 있었다.

초대된 분들이야 주재환선생의 작품들을 훤히 알고 있지만,

관람객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 주위를 서성거렸는데,

녹슨 못을 액자에 달아 놓은 ‘악보’라는 작품을 보며 누가 한마디 했다.


“이건 나도 만들 수 있겠네! 근데 재밋다.”








달관자가 내 뿜는 참을 수 없는 예술의 가벼움을 알아본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비꼬는 선생의 작품에는 곳곳에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민중작가들의 결연함이나 비장함 같은 것과는 다르다.

오브제로 활용하는 못 쓰는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일용품에서 영감을 얻는 풍자적 비판들은,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하면서도, 그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발랄함이 탁월하다.


회화와 오브제,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작품들은 난해한 현대미술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기도 하다.

80년도부터 2015년까지 제작한 50여점의 전시작들은 자본주의 비판에서 노동의 소외, 환경파괴, 청년실업 등

어두운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그의 시니컬한 위트가 찰라의 성찰을 꾀하게도 했다.

서문을 쓴 유혜종씨는 이렇게 적고 있다.
“밤은 주재환의 유화에서 중요한 주제이자 배경, 그리고 세계다. (중략)
그 밤의 풍경은 다른 한편으로 주재환의 유년 시절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중략)
주재환은 일상의 사물들과 현상들을 자신의 미학적 공간인 밤의 세계에 옮겨와

그것들을 새로운 감각적 환경에서 재 구성한다.“





올해로 일흔 여섯인 주재환선생은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일 세대다.
홍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만 끝내고 그만 두어야 하는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먹고 살기위해 야경꾼에서부터 피아노 외판원, 아이스크림 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일찍 체득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바로 작품세계로 연결되어,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인 그의 유회적 비판정신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본다.

 

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 참여를 계기로, 90년도에는 ‘민미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3년에는 베니스비엔날래 본선에 초청 받는 등, 다양한 단체전에 참가 했지만,

개인전은 환갑이 되어서야 시작해, 그 동안 몇 차례 초대전을 가졌다.

이번 기획전은 작가가 그동안 무엇을 보았으며, 왜 싸웠으며,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 만나러, ‘학고재’에 봄나들이 한번 가자.
이 전시는 내달 6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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