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선생의 사진 산문집 ‘마구간 옆 고속도로’가 ‘눈빛출판사’에서 나왔다.

초창기 사진으로 엮은 ‘사라지는 풍경, 사라진 풍물’이라 부제를 단 산문집에 눈이 번쩍 띄었다.

‘북촌’과 ‘흔적’에 이어 사진의 기록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집으로는 세 번째인데,

50여년 전의 도시풍경으로 구성된 사진 산문집이었다.

 

된장이나 와인처럼 세월에 의해 숙성된 사진이라

보면 볼수록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성남의 허허벌판에 들어 선 복덕방들이나 포니 승용차에 무탈하길 빌며 고사 지내는 장면 등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장면의 사진도 많았다.

칠순이 넘은 나 역시 리어카에 사진관 배경 막을 실고 다니는 장면은 처음 보았다.

사진 기록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절감한 것이다.

 

당시의 상황이나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엮은 산문 읽는 재미도 솔솔했다.

서울대 문학도였던 선생의 글 솜씨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감칠맛 나는 산문이 사진의 품격을 더해주었다.

더구나 선생께서 투병 중에 집필한 글이라 더욱 가슴 시리다.

 

사진이나 글이나 한 치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는 선생의 빈틈없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이 산문집도 편집자 실수로 사진 한 장이 빠져 다시 찍었다고 한다.

 

 

그 사진들을 살펴보며 예술사진에 밀려난 기록의 한국 사진사를 다시 되돌아본다.

초창기에 활동한 원로사진가들은 대부분 기록에 초점을 맞추셨다.

임응식선생의 생활주의 리얼리즘에 이어 ‘세계적인 사진전 ’인간가족전‘ 유치와

사진평론 하셨던 이명동선생이 관여한 ’동아일보‘ ’동아사진콘테스트‘ 바람에

스트레이트한 사진이 날개를 달았던 때다.

 

주명덕선생의 ‘혼혈아’나 최민식선생의 ‘인간’ 등 리얼리즘 사진이 주도했지만,

사진 본연의 기록성이 예술이란 겉멋에 현혹되어 어떻게 하면 그림을 닮아갈까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작가의 주관도 없는 아름다운 풍경사진에만 매달리는 수많은 아마추어를 양산한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진가 없는 공룡 집단 ‘사협’의 존재가 그 대표적이다.

 

한정식선생께서도 일본에서 사진유학 한 후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리얼리즘사진과 결별하게 된다.

선생의 깨우침에 의한 ‘고요’라는 주제에 천착해 일가를 이루었으나

리얼리즘 사진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한정식선생 뿐이겠는가? 주명덕선생도 어두운 톤의 풍경사진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일관되게 작업해 온 최민식선생의 '인간'이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이

그런대로 우리나라 대표적 리얼리즘 사진으로 남았다.

 

물론, 예술사진에 대한 집착이 사진의 다양성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세월이 흐르면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진사에 주명덕선생의 풍경보다 ‘혼혈아’가 먼저 오르고,

한정식선생의 ‘고요’보다 ‘북촌’이 호출되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오죽하면 사진의 기록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눈빛’ 이규상대표가 출판을 위해 보내 온

한정식선생의 사진원고를 보며 “최고의 역작”이라 감탄했겠는가?

 

아직까지 사진작업의 방향을 정해지 못했거나, 갈팡질팡하는 사진인이 계시다면

다시 한 번 현실적 기록성에 주목하기 바란다.

하기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예술로 포장해 사기를 쳐야 살아남지...

 

한정식선생의 산문집 ‘’마구간 옆 고속도로‘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책값은 18,000원

 

글 / 조문호

 

지난 23일에는 오랜만에 '눈빛출판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80년대 농민들의 삶을 기록해 둔 정영신씨 사진집 출판을 타진하는 자리에 따라 갔는데,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여지 것 갈 때마다 승용차를 끌고 갔으나 이번에는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더니, 같은 건물인데도 들어가는 입구를 몰라 한참을 헤매는 촌극이 벌어졌다. 세 차례나 사무실에 전화를 걸고 여기 저기 물어보는 등 완전 시골 노인 행세를 단단히 한 것이다.

 

어렵사리 구멍을 찾아 올라갔더니 이규상씨가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해 간 사진파일을 검토하는 동안 책상위에 늘린 사진집들을 살펴보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진집이 가 편집된 양승우의 ‘나의 다큐사진 분투기’였다. 미처 글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강열한 사진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정식선생께서 준비하는 포토에세이에 들어 갈 사진원고도 보여 주었는데, 여지 것 보지 못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도 얻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씨 내외와 성윤미씨, 그리고 정영신씨와 점심식사를 하러 갔는데, 담배 피우러 간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성매매를 반대한다는 어느 단체에서 ‘청량리 588’사진집을 두고 시비를 걸더라는 것이다. 이미 40여년이 지난 사진이고, 본인의 동의하에 찍은 사진이라며 설득하였다고 한다. 미투가 사회쟁점화 되니 별 것으로 다 시비를 건다. “책도 팔리지 않는데, 문제 한 번 만들어 책이나 좀 팔자”는 농담을 했으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평소 이규상씨와 술자리만 하다 모처럼 커피 마시는 오붓한 시간도 가졌다. 그이의 구수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뜻밖의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SNS가 성행한 10여 년 전부터 책보는 사람이 줄어들어 책이 팔리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책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진집이 아니라 주로 인문서적이 잘 팔린다지만... 코로나가 세상질서를 많이 바꾸고 있었다.

 

이제 정영신씨만 바빠지게 되었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아 얼굴보기 힘든데, 오래된 필름사진 수정하랴 그 당시 이야기 풀어 쓰랴 똥오줌 못 가리게 되었다. 늙어가며 편하게 살 생각은 않고 계속 일만 만드는 그가 안쓰럽지만, 어쩌겠는가? 죽고 나면 돈도 명예도 아무 짝에 쓸모없다는 내 말은 한 낱 메아리에 불과했다.

“노세노세 늙어 노세, 죽고 나면 못 노나니...”

 

사진, 글 / 조문호


'은막의 스타' 사진집 표지. 4만원, 256쪽, 눈빛출판사 

글 : 양해남 / 사진 : 노기흘, 홍기영, 윤동실, 박희재, 김규홍, 우명률. 



 김승호, 마부, 1961.



1919년 10월 27일, 지금은 귀금속 판매상가가 된 서울 종로3가 단성사 극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인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개봉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 눈빛출판사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스틸맨들이 간직한 작품들을 담은 사진집 ‘은막의 스타’를 출간했다.

19일부터는 충무로 반도카메라갤러리에서 1960-1970년대 한국영화의 명장면과 명배우들의 사진을 전시한다.



문정숙 신성일, 만추, 1966.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다.

6·25전쟁 이후의 고난이 이어진 어둡고 가난한 연대였지만 출중한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영화를 통해

이 땅의 관객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겼다.

당시는 서구의 영화를 들여와 우리의 짙은 정서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던 소중한 시기였다.


최무룡, 문희.

                              

1960-70년대 영화 제작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그리고 이곳엔 힘들게 자리를 지켜온 스틸맨들이 있었다.

촬영현장에 함께한 스틸 사진가들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기록해 정지된 한국영화사를 남겨 놓았다.


엄앵란, 신성일.

                             

이 사진집에서는 김승호, 신영균, 신성일, 남궁원, 최무룡, 박노식, 허장강, 황해, 최은희, 김지미,

윤정희, 문희, 남정임, 황정순, 김희갑 그리고 1970년대 하이틴영화 스타 이승현, 임예진까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빛낸 스타 50여 명과 ‘마부’ ‘로맨스 그레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만추’ 등

잊지 못할 영화 속 명장면을 다시 볼 수 있다.



김희갑, 도금봉

                             

1960-70년대 각 극장 앞에는 예고편의 예고편이라 할 스틸 사진이 붙어 있어서 사진만 보고도 영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찍은 스틸 사진에는 배우들의 감정과 시대상이 그대로 각인돼 있다.

영화는 우리의 인생처럼 흐르지만 사진은 남는다.


최무룡, 허장강,


전시는 10월 1일까지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chocrystal@newsis.com










태국에서 자리 잡은 고영준씨가 모처럼 서울에 나타났다.

죽도록 식구들 고생만 시키던 사진을 접고 사업에 몰입한지 15년째다.

사진을 그만두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사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진과 돈은 멀어도 너무 먼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 해도 돈은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나 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온갖 회한이 다 밀려온다.

잘 나가던 가게 내팽개치고 사진하지 40여년, 과연 얻은 게 무엇인가?

살기가 힘들어 몇 차례 직장을 전전하기도 했으나, 사진에 미쳐 오래가지도 못했다.



83년 인사동 포장마차에서..(좌로부터 고영준, 조문호, 윤재성, 유성준)



평생 저축 한 번 하지 않고, 만원 생기면 만원 쓰고, 십 만원 생기면 십 만원 썼다.

그렇지만 돈 없어 굶어 본 적 없고, 돈 없어 병원 못간 적도 없다.

한 평생 잘 놀며 잘 살았으니 여한은 없다. 죽고나면 말짱 도루묵 아니던가?

그렇다면 결혼을 하지말고 혼자 살아야하는데, 가족들 고생시킨 죄는 크다.

다들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처럼 살지만, 흉악한 돈에 물들지는 않았다.




같이 춤춘 이런 때도 있었네, 옆 여인은 누구지? ㅎㅎ



지난 11일 오후 고영준씨가 귀국했다는 전갈에 충무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모처럼 케케묵은 이야기로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한가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고영준은 40년 지기의 사우로 ‘사협’ 내막을 일찍부터 지켜 본 산증인이다.

인사동에 '예총'사무실이 있던 70년대 하반기부터 사진협회 총무로 일했으니,

원로사진가들의 이야기는 물론, 단체에 대한 내막을 훤히 깨고 있다.



85년 '동아미술제'에서 큰 상을 받았을 때 축하하러 온 사우들

(오른쪽부터 고영준, 신희순, 양은환, 홍순태, 조문호, 한 분 건너뛰어 정동석, 유성준씨)



김광덕이사장에서 시작하여 이정강, 이명복이사장을 두루 거쳤으나,

천성이 못된 짓을 못해, 못된 패거리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 때 그만두었기에 망정이지 더 있었다면, 똥바가지 뒤집어 쓸 수도 있었을 게다.

갈수록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비리의 규모도 비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달에는 400여명의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한꺼번에 회원으로 입회하였다니,

가히 사진작가를 생산하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고영준씨는 '한국환경사가회'를 비롯한 여러 모임에서 함께 일했는데,

사람 좋은 덕에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꼬인다.

그런데, 독한 구석도 있다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그 좋아하던 사진을 접고 사업에 매진한 것은 차지하고라도

'알중'에 가까울 정도도 좋아한 술과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어버렸다는 점이다.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난 담당의사가 끊지 않으면 죽는다 해도 끊지를 못하니, 어찌 존경스럽지 않겠는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브레송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강재구씨의 ‘12mm’사진전을 보러갔다.

전시 작가는 잘 모르지만,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12mm' 사진집 광고에 관심을 가져서다.

전시장에 아는 분이라고는 고정남씨 뿐이었으나, 군 입대를 앞둔 장정들의 긴장된 표정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전시된 ‘12mm’는 군 입대 전에 머리카락을 12mm로 자르는 행위를 통해 통제되고 집단화되어 가는 과정을 말했다.

전형적인 기념사진풍의 방식이었으나, 긴장된 표정을 강조하기 위해 인공조명을 사용한 점이 특이했다.

입대를 앞둔 장정의 긴장된 표정과 경직된 자세가 핵심인데, 사진에는 애인 같은 여성이 옆자리를 지켰다.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이 규율화되고 통제되는 것을 보여주면서, 여성을 통한 사회적 관계도 함께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젊은이의 표정과 자세를 통제하여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이끌어 내었는데,

남성이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군대라는 공룡집단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었다.

입영을 앞둔 두려움과 이질감은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강재구씨는 이전에도 군인을 소재로 한 작업을 두 차례나 가진 바 있었는데, 그 작업들이 궁금해 졌다.

병영의 기록은 이한구씨의 작업 '군용'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다녀와 고정남씨가 올린 페북 사진을 보니, 강재구씨도 나의 페친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평소 ‘오빠랑 놀고 싶다’는 젊은 애들만 아니면 무조건 페친으로 받아 주다보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

가끔 인사동이나 전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




강재구 사진집 ‘12mm’ / 눈빛사진가선 60
2019년 4월 ‘눈빛출판사’ 발행 / 가격12,000원



전시장을 나왔으나, 고영준씨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침 정영신씨와 연락이 되어 충무로 복국집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제기랄! 혼자 소주 한 병을 깠더니,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소주 한 병도 무리인 것 같은데, 술과 인연을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영준씨와 언제 만날지 기약은 없지만, 헤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 있다면, 볼 날이 있겠지...


사진, 글 / 조문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초대전으로 열린 엄상빈의 ‘두만강을 건너간 사람들’이
지난 12일 오후3시 일산 ‘애니꼴’에서 개막되었다.



사진가 엄상빈씨를 닮았다. 20여 년 후의 모습같다.



일산인데다 첫길이라 정영신씨 똥차를 끌고 갔더니, 고급 승용차 속에 끼어들기 남세스러웠다.
전시장엔 축하객이 얼마나 많은지, 갤러리 개관 후 최고의 관객동원이 아닌가 싶었다.





반가운 사진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작품을 살펴보니, 마치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치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 온 한민족에 대한 울분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동포들의 얼굴에 억측 서럽게 살아 온 흔적이 역역했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흘렀다.
문명 이기에 물든 우리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순박한 모습이었다.
물론, 오래된 사진들이라 지금은 생활상이 다소 바뀌었겠지만,
달아빠진 서울사람들 같이 빤질거리진 않을 게다.






난, 사진을 돌아보며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다시 절감했다.
남한바닥이야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으나, 연변은커녕 삼팔선도 넘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녘 땅을 밟지 못한 자가 나 뿐은 아니지만. 한 민족이 서로 나 몰라라 사는 현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하기야! 요즘은 개인주의가 극에 달해 가까이 사는 이웃끼리도 닫고 사는 현실이니, 더 무슨 말을 하랴!






난, 사진가 엄상빈씨가 두만강 변을 기록해 온 걸 전혀 몰랐다.
지인들 전시회나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들리는 바쁜 분이 언제 저렇게 귀중한 사진을 찍어 놓았는지 존경감이 일었다.
그동안 속초 아바이마을 사람을 비롯하여 동해안 비무장지대 등 분단과 통일문제에 천착해 온 줄은 알았으나,

연변의 조선족 기록은 짐작도 못했다.






그는 2001년 속초에서 취항한 동춘호를 타고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그 이후 수차례 연변을 방문하며 연변의 시장과 농촌마을 그리고 조선족 학교를 담아왔단다.





그의 눈에 인상 깊게 박힌 것은 차창 밖으로 힐끗힐끗 보이는 두만강이었다고 한다.
엄상빈씨에게 보인 두만강은 민족 분단의 상처를 안고 흐르는 슬픈 강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에게는 유행가 제목처럼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만 각인되어 있다.
얼마나 우리 동포의 한이 서린 강이었으면, 눈물에 젖었겠는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연변 동포의 애환이 절절이 배인 강이다.





그가 보여 주는 두만강은 우리민족의 비애가 흘렀다.
그렇지만, 그의 시선이 머문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정겨웠고, 사람들 표정마다 살가웠다.
동포를 대하는 사진가의 애착과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며 든 생각은 오로지 통일뿐이었다.
더 이상 민족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치밀어 올랐다.

"오! 통일이여~어서오라"






사진평론가 최연화씨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서는

연변에서 온 오인철 기자가 엄상빈씨에게 축하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두만강변 사람들'사진집에 서문을 쓴 인류학자 한상복씨와
사진집을 출판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도 차례대로 축사를 했다.






사진집 제목도 전시명 처럼 ‘두만강을 건너간 사람들’이라 정했으나 탈북자를 연상시켜

‘두만강변 사람들’로 갑자기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는 뒷얘기도 들려주었다.






애니꼴 정인영실장의 갤러리 소개에 이어 작가 엄상빈씨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두만강 변을 드나 던지 길게는 20여년의 여정이고, 짧게는 4박5일에 불과했지만,
자신에게는 애환이 담긴 훈춘이었다며, 간절한 통일의 염원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김보섭, 박찬원, 이기명, 박찬호, 강제훈, 김봉규, 양시영, 남 준, 오현경,
제이안 리, 김용철, 장경석, 김지연, 한선영, 임성호, 양시영, 곽명우, 장 숙, 김 원, 김유리, 권 홍
안미숙, 정영신, 성윤미씨 등 성함도 잘 기억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두만강변 사람들 / 엄상빈 사진집
-연변 조선족 동포와 두만강의 20년 전과 후
 눈빛 / 180쪽 / 값 25,000원
































































 




지난 15일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 기념전이 열리는 강남 ‘스페이스22’에서,

두달 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전 AP통신 기자 김천길(1929-2018)선생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김천길선생은 1950년 한국전쟁부터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기록해 왔다.

평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민주항쟁 촬영 현장에서 몇 번 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사진기자들이 제일 부러웠다. 생활이나 필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신 사진기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김천길선생의 명성은 익히 들었던지라, 멀리서 보아도 찾아가 인사드릴 정도로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 뒤 흐르는 세월 속에 서서히 기억에서 멀어져 갔는데, 갑작스런 눈빛출판사 이규상씨의 부고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한 것이다.






마침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에 맞추어 선생의 추모식을 갖는다기에 찾아 갔다.

그 날 따라 가야 할 전시오프닝과 겹쳐, 추모식만 참석하려 했으나,

전 로이터통신 사진기자였던 정태원씨 이야기까지 듣느라 바쁜 걸음 쳐야 했다.






그날 오후4시에 열린 김천길 선생 추모식에는 이규상대표를 비롯하여 고인의 차남인 김구철씨,

전 사진기자 정태원, 이창성, 전민조씨와, 현 사진기자로는 한겨레 김봉규씨만 찾아왔다.

눈빛의 안미숙 편집장, 사진가 엄상빈, 양시영, 곽명우씨 등

10여명이 모여 고인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차남 김구철씨의 장례 보고와 후배 사진기자들의 고인에 대한 회고가 있었다.

김천길 선생의 사진집 ‘서울발 사진종합’이 20여년 전에 '눈빛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나,

아쉽게도 절판되어버려 유족과 재출간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추모행사 후에는 한국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해 온 전 로이터통신 정태원 기자의

‘역사 현장과 삶의 기록’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그 이한열열사의 마지막 모습을 남긴...

흥미진진한 비화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안절부절 했다.

아쉽게도, 전 동아일보 전민조기자의 ‘오늘의 기념사진’ 강연은 듣지 못했다.






귀중한 사진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주신 김천길선생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추모한다.
먼 이국 땅이지만, 편안히 영면하소서! 

 

사진, 글 / 조문호







오는 2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사진책 450여권 선보여

2018년 11월 11일 (일) 23:32:30정영신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시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진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장되기도 빛을 보기도 한다. 고통 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대를 증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오롯이 한국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출판해온 ‘눈빛’이 지난 7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지하철 강남역 1번출구)에서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북페어,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선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책전종과 사진가들의 원판사진, 눈빛아카이브가 수집한 사진, 구와바라 시세이, 정태원, 권주훈, 엄상빈, 전민조, 장숙, 변순철씨등 20명의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사진과 미 군정기 외국인이 찍은 코닥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 되었다.




▲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 편집장 안미숙 Ⓒ정영신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한길을 걸어온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가 한국사진의 개요를 정리한

‘지금까지의 사진 –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도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 역사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80여명의 사진가 작품과 작가소개 등의 리뷰를 정리했다.


▲ '눈빛,한국사진의작은역사 1988-2018'이규상엮음 책표지 (사진제공:눈빛)


1988년 사진전문출판사로 시작한 ‘눈빛’은 지금까지 70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눈빛출판사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선생의 제의로 이규상씨가 편집장,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가 사장 겸 편집인,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유명한 여균동 감독이 주간을 맡아 1988년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발간한 책은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1958년 북한사회를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규상 대표와 부인인 안미숙 편집장, 그의 딸 이솔과 성윤미씨가 직원의 전부다.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중에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 Ⓒ정영신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사진과 숨은 사진가를 쉬지 않고 발굴해 온 ‘눈빛출판사’는 가난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언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검증된 사진가의 책을 내기보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작업하는 사진가들의 사진을 찾아내 책을 만들어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초심으로, 한권 팔아 다음 책을 준비하는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안미숙 편집장은 “사진집은 사진가의 의도를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출판의 꽃이다”고 말하며 “이미지로 읽은 책이 사진집인데, 우리나라는 활자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읽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700권의 책은 80%이상이 사진 관련이고, 나머지는 미술이나 문화 관련 책들이다.

안미숙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8.15해방부터 여수. 순천사건, 6.25전쟁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집으로,

외세와 남북한 냉전으로 이어진 해방직후의 역사적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선생의 <격동기의 현장>이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과

한 평생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 온 최민식선생의 <휴먼 선집>도 꼽았다.

지금은 세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 속에 책을 만들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현대사진의 이론을 소개하고,

30년 동안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일으킨 장 본인이다.

작가주의로 치닫는 사진가의 권위나 형식주의 사진에 선을 그으며,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선별해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사진 책을 펴내며, 지속적으로 숨은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특히 눈빛출판사가 시리즈로 선보인 ‘눈빛사진가選’은 잃어버린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중점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59권을 펴낸 ‘눈빛사진가선選’은 한국사진의 대표시리즈로 발돋움시킬 야심찬 계획이다.

시대적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이 큰데, 언젠가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눈빛사진가선善’사진책전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100년사 1919-2019’ 자료수집에 몰두하고 있는 이규상대표는

“사진 책으로 멋진 사옥을 짓는 꿈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빛출판사’가 걸어온 지난 30년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30년, 300년이 번창할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 기념전은 강남역 1번 출구 미진프라자빌딩 22층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전시 기간에는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 한다고 한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다.


11월 10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시- 5시 30분 /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월 13일(화)

오후 4시- 4시 50분 / 나와 아바이 마을 30년 / 사진가 엄상빈

오후 5시- 5시 50분 /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월 15일(목)

오후 4시- 4시 20분 / 전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시 30분- 5시 20분 /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시 30분- 6시 20분 /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월 17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년 /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시- 5시 30분 /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전시문의 : 대안공간 스페이스22 (02-3469-0822)


▲ 사진과 책이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곽명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부 유명작가의 사진집이야 다른 곳에서도 나왔겠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뿐 했다.

그것은 한국사진 역사이기 전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진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눈빛출판사가 태어 난지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 페어가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 강남역 일번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 책과 사진가들의 작품, 그리고 눈빛아카이브가 컬렉션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격동의 한국 50년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 이한열 열사의 주검을 포착한 정태원, 아바이마을을 찍은 엄상빈,

서울을 기록한 전민조씨 등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20인의 사진과 대표작 1점씩이 전시되고,

미군정기의 외국인이 찍은 코다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되었다



 

 


특히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의 사진-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 (이규상 엮음·사진)도 펴냈다.

한국사진사에 대한 개요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80여 명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행한 책이다.



    

 

눈빛출판사는 그동안 700여권의 사진관련 서적을 펴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8종을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사진 완성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사진의 오늘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집 시리즈다.






그리고 '눈빛아카이브'로는 격동한국50’, ‘개화기와 대한제국’, ‘골목안 풍경전집, ‘꿈의 공장‘, ’내 마음 속의 한국‘,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미군정 3년사‘,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진이 다 말해주었다‘. ’신동삼 컬렉션‘,

일제 강점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한국의 보도사진‘, ’한국의 장터‘, ’한국전쟁‘,

휴먼선집 최민식사진집등이 있다.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팔리지 않고 제작비만 많이 들어가는 사진집이다.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이규상씨가 돈 많은 독지가도 아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아직까지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는 성윤미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아내인 편집장 안미숙씨와 딸 이솔 양이 직원의 전부다.

거의 가내공업 수준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소명의식에 의한 투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세상에 소개하는 보람으로 견뎌낸 것 같다.



 


그것도 내달라고 기다리는 사진이 아니라, 숨어있는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어 사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가정을 꾸려가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권 만들어 팔면 다음 책에 몽땅 쏟아 부었으니, 사는 형편이야 보나 마나다.

책 낼 돈이 없어 장인께 가계수표를 빌렸다는 이규상씨 회고담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좋은 사진만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의 열정과 집념이 이루어 낸 억척스러운 결과다.

창고에 쌓여있는 사진집 보관료도 여간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사진가들이야 자비로 책을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어찌 사진집을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진가들은 물론, 쓰레기로 태워진 필름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야 그렇다치고 사진인 조차 사진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사진가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외국사진가들의 수입 서적은 잔뜩 꽂혀 있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칫 우리사진보다 외국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대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데, 우리를 모르고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잃고, 외국 사진 흉내나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규상 대표의 청년시절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 였다는데,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의 말에 따라 열화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술서적을 많이 내던 그곳에서 서서히 시각예술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조세희의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국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이나 찾아다니던 시기에, 삶의 어둠을 조명하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열화당을 그만 둔 이규상씨가 정진국, 여균동, 이영준 씨와 어울려, 1988년 무렵 광화문에 출판사를 차렸는데,

 첫 출판물이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었다.

이어 미군정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분단문제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국내외 사진을 발굴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경모, 성두경, 이형록, 김천길, 김기찬, 최민식, 황규태씨'눈빛'을 거치지 않은 국내 사진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페어가 개막된 지난 7일에는 김지연씨의 사회에 따라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정태원, 박현수씨가

차례대로 나와 축사를 했고, ‘눈빛출판사안미숙 편집장과 이규상대표도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엄상빈씨가 출품작가의 양해를 받아 냈다며, 전시된 작품 일체를 눈빛출판사에 기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전민조, 오상조, 김보섭, 김남진, 성남훈, 구본창, 김문호, 안해룡, 강제훈, 김봉규, 이주영, 아레아 박, 이한구,

박종우, 이순심, 한금선, 정영신, 이재갑, 장 숙, 이규철, 제이안 리, 김영호, 정진호, 이은숙, 박성태, 마동욱, 곽명우, 하지권, 남 준,

김 헌, 한선영, 곽대원, 김경수, 정명식, 김유리씨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사진인 들이 '눈빛출판사'의 창립30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참석치 못한 분도 있겠지만보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너무 많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잘 못되어가는 사진계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 꼬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원로 분들까지 눈치만 보며,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어찌 그냥 볼 수 있었겠는가?



 


이 날은 사정상 뒤풀이를 생략한다고 밝혔으나,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술집 북촌으로 모여 들었다.

"부어라~ 마시어라~ 눈빛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진,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북 페어는 한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가 되고 있으니 사진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오니,

많은 사진인 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1110()

오후 2- 330/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 530/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13()

오후 4- 450/ 나와 아바이 마을 30/ 사진가 엄상빈

오후 5- 550/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15()

오후 4- 420/ 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30- 520/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30- 620/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17()

오후 2- 330/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 530/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정영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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