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방콕하니, 편하긴 해도 무료해 미칠 지경이다.
덕분에 정영신씨 수행비서 노릇은 착실히 하는 편인데. 볼 일이 있다며 같이 가잔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 가야한단다.
스튜디오에는 독립운동 탐사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는데,
자전거 사학자로 알려진 고 강룡권 선생 유품도 있었다.
무려 열다섯 박스나 되었는데, 생전에 사용한 카메라와 녹음기를 비롯하여
탐사에 나선 매일 매일의 기록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 자료를 보며 새삼 그 분의 공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십 년 동안 자전거로 만주 벌판의 항일유적지를 찾아다닌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으로 빠짐없이 기록했다.
선생께서 찾아낸 것의 대표적인 것이 대종교 3종사 묘소인데,
많은 독립운동 사료가 그분의 노력에 의해 밝혀졌다.
연길시에서 출발하여 도문, 목단강, 호림, 상지, 하얼빈,
길림, 장춘, 대련으로 돌아오는 22,000리 길을 답사했다는데,
거리로 치면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돈 것과 맞먹었다.
‘분투는 천직,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글을 좌우명처럼 여겼지만,
1999년 단둥 답사지에서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연변사회과학원 연구원이었던 선생은 ‘동북항일운동유적답사기’,
‘죽은 자의 숨결, 산자의 발길’, ‘홍범도장군’ 등 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에 의해 수많은 항일 투쟁사가 밝혀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본받아야 할 분이 틀림없다.
며칠 전, 저녁 무렵에는 정영신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예쁜 여인과 함께 있으니, 녹번동 ‘풍년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요즘은 호흡이 가빠 가급적 술과 담배를 자제하지만, 어찌 사모님 명령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예쁜 여인과 함께 있다는데...
식당에는 ‘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도 함께 있었는데, 여인은 잘 모르는 분이었다.
첼리스트인 류필립씨라는데, ‘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이라고 했다.
천명의 악단을 만들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덕분에 즐거운 만찬의 시간을 즐겼는데,
그 녀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조문호사진판 >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를 기억하는 ‘그해 여름 노근리’展이 열린다. (0) | 2020.07.24 |
---|---|
남현범展 'What a Coincidence' (0) | 2020.07.16 |
KP 갤러리’ 개관전, 정예진의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0) | 2020.06.26 |
어처구니 없는 죽음의 행렬...6.25 그 때 그 순간 (0) | 2020.06.25 |
정예진展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