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렸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정영신씨와 데이트 약속을 했는데, 느닷없이 홍대로 가잖다.

북페스티벌에 구경 가자는데, 책을 좋아하는 정영신씨라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사주지는 못할망정 포터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 주어야 하니까..






마침,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많은 부스들이 6개동으로 나누어져, 홍대 주차장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참여한 출판사도 많았지만, 책도 다양했다. 그 종류만 제대로 살펴보아도 하루가 더 걸릴 것 같았다.

사진집 출판사로 유일한 ‘눈빛출판사’ 부스부터 찾아보았다. 책보다 성윤미씨의 복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시된 사진집들은 대부분 이미 본 사진집이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 ‘눈빛사진가선’시리즈에서 없는 책을 찿았다.

책값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정영신씨가 50여권 발행된 시리즈를 교본처럼 모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백원 짜리 동전 하나로 행운의 책을 받는 부스도 있었다.
처음에 뽑은 노란 공안에는 뇌 과학과 철학의 유쾌한 만남이란 부제가 달린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가 적혀 있었다.

정영신씨 입이 쩍 벌어졌다. 관심 있는 책인지라 욕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나에게 오백원을 얻어 다시 집어넣었는데, 이번엔 의외의 책이 나왔다.

’고흐 아저씨와 함께 떠나는 색칠여행‘이라는 어린이용 미술책이었다.

아쉬웠지만, 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했다.





뒤늦게 ‘눈빛’ 안미숙 편집장과 딸 이소리 양이 전시 부스에 나왔다.
정영신씨와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는 동안, 의자에 앉아 사진집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사진집들은 그동안 연이 닿지 않아 못 보았던 궁금한 사진이기도 했는데,

바로 손대광의 “광민탕‘과 박성태의 ’비린내‘였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한 권은 비릿한 바닷가 비린내로 서민들의 삶을 우려내고 있었고,

한 권에서는 목욕탕이란 특정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아무런 가식 없이 펼쳐 있었다.

단 돈 이만 원으로 사진다운 사진을 보며 갖는 행복감을 가진자들이 알지 모르겠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신나는 랩은 늙은이까지 흥겹게 만들었다.






난, 자판기스타일이라 커피숍에 가지 않았는데, 정영신씨가 나를 불렀다.

커피도 안마시는 주제에 염치불구하고 끼여 앉았는데, 눈빛 내외분의 책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눈빛출판사’ 사무실이 전시중인 주차장 부근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디쯤 되냐고 물었더니,

안미숙씨는 홍대에서만 세 번을 옮겼다고 했다.

무거운 책을 옮겨가며 힘들게 살았지만, 책이 좋아 평생을 함께 했던 지난 세월에 감회가 묻어났다.

통장에 남은 돈은 없지만, 쌓인 책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며 한 평생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스스로 고단한 삶을 위안했다.






그렇다. 돈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진사가 ‘눈빛’에 다 모여 있으니, 어찌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 위업에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30일까지, 청운동 류가헌서, 사진집 출판기념전


2017년 07월 28일 (금) 16:59:01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사진가 김봉규의 ‘팽목항에서’사진집 출판기념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계레’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 간 후,

40여 차례 넘게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방문 기거하며 기록했다. 기자로서의 냉철한 시각보다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심정으로 찍었다.

객관성을 우선하는 신문사진과 주관을 우선하는 사진가로서의 갈등도 보였다.



▲김봉규 사진가.ⓒ조문호 사진가.


수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이 팽목항을 촬영했겠지만, 김봉규씨는 마치 친자식을 떠나보낸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아파하며 찍었다.

사진가로서의 소명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더 아팠다.

다큐멘터리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이 대상 속으로 들어가 이루어내는 공감인데,

김봉규의 평목항 전시가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공감이었다.

스스로 아파야 그 아픔이 사진에 드러나고, 보는 이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봉규의 사진을 덕목과 공감으로 평한 사진가 김문호씨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눈빛사진가선 50. 팽목항에서 표지



“다큐사진의 무게, 혹은 삶의 무게, 사진가가 찍는 대상인 당신이 곧 내가 되고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고,

그 "우리"를 "인간"이라는 단어로 환치할 수 있을 때, 가장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의 무게를 이루는 것, 그것은 대상과 사진가와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compassion)의 무게일 것이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다큐멘터리 사진에 진정성의 무게를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사람 되기는 그른 사람"이라 하고,

그것이 결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정성이 없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김봉규의 팽목항 사진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슬퍼하는 유족들에 대한 동정을 넘어서

바로 우리가 적어도 지금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체감해야 할 "공감"일 것이다.

사진이 이렇게도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니...”



▲동거차도 앞바다를 찾은 단원고 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혜 씨_2016년 4월 22일 오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이나 시신이 인양되는 비참한 모습이 담긴 직설적인 표현을 비켜간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가족처럼 차마 보여 주기 싫었던 것이다. 그 것만 으로도 사진가가 얼마나 아파하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들은 ‘객관적 앵글’로 찍힌 신문용 사진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의 사진이다.

오히려 직설적인 화법보다 간접적인 화법이 더 강하고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증명했다.



▲동거차도_2017년 3월 22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하는 평목항에 달려가 처음 맞은 동거차도의 밤은 적막감과 긴박감이 뒤섞여 있었다. 사진집 표지에 실린 사진처럼,

조명탄에 비친 가라앉는 세월호의 선수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둠의 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며 어렴풋이 먼 섬의 능선들이 드러났지만, 긴박한 비극의 현장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이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명탄만 흘러내렸다.

그 사진이 운명의 첫날밤에 맞딱뜨린 김봉규의 처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인양되는 세월호_동거차도 사고해역_2017년 3월 24일 오후



넋을 잃은 듯 절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먹구름이 뒤덮은 칠흑 같은 바다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마치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가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부표나 십자가, 노란 리본들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대개가 침울한 슬픈 풍경이다.

마치 유령이 나올 듯이 음산하며, 불쌍한 원혼들이 바닷가를 멤 도는 착시현상마저 생겼다.

중요한 것은 사진 곳곳에 작가의 분노가 똬리 틀고 있었다.



▲팽목항_2014년 4월 27일 오후



“여기에 실린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고 소설가 김훈은 해설했다.



▲팽목항_2014년 6월 2일 오후



이러한 작업을 이루어 낸 사진가 김봉규씨의 집념과 열정에 대해 몇 가지 부언하려 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90년대 초반 ‘사진집단 사실’에 함께 하면서다. 그는 사진이라면 물 불 가리지 않았고,

이루어내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당시는 다큐 사진가로서 살아남으려면 최선의 직업이 사진기자였다.

밥벌이로 작업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가 평소 관심 가진 ‘시사저널’주간지를 택했다.

사진기자 모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사저널’ 주필 방에 들어가 통사정한 것이다. 끈질기게 자기의 포부를 밝혀 특채가 되었다.

그 뒤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사진 찍는 일 외에는 전혀 한 눈 팔지 않았다.

대개가 취미사진가를 위한 강좌나 촬영지도 같은 부업을 갖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진이었다.



▲팽목항_2014년 7월 9일 오후



이 ‘팽목항’ 작업 역시 사진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의 열정과 끈기가 이루어낸 성과다.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의 현장을 통한의 시어처럼 기록해 남긴 것이다.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 장면들이다.



▲팽목항_2014년 11월 18일 오후


세월호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인재가 삼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양작업을 시작한 후 하루 만에 올라 온 세월호가 인양하는데 왜 3년씩이나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정말 우연일까?

특검도 밝히지 못한 박근혜 7시간의 행방이며,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우병우 구속신청기각도 석연치 않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범죄 집단 같았던 기득권의 뿌리가 여전히 깊다는 이야기다.



▲팽목항에 설치된 분향소. 2015년 12월 20일 오후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이데올로기조차 뛰어넘는 게 사람의 생명이요 인간의 존엄성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밝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자.

이 김봉규의 팽목항 전시와 사진집 출판을 계기로 빠른 시일 안에 진실이 밝혀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세월호 앞에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전시문의:‘류가헌’(02)720-2010

*사진제공=눈빛출판사





오랫동안 좁은 공간에서 꼼짝 않고 앉아 놀았더니 허리에 문제가 생겨 생각지도 않은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지난 10일 오후6시에는 숭례문에서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몇 분들과 술 한 잔하기로 몇 일전부터 약속해 두었는데,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못가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많은 분들에게 걱정 끼쳐 송구스럽지만, 정영신씨가 날 감금시켰다고 페북에 올려, 술자리가 병원부근으로 변경되었단다.

덕분에 반가운 분들과 마음껏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니, 아픈 허리 통증까지 사라져버렸다.

 

이 날은 오후2시 무렵부터 병문안이 이어졌다. 물리치료를 받는 중에 인사동 유목민주인장 전활철씨가 찾아왔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페북하는 혜영씨에게 들었다고 했다. 장사 준비할 시간에 찾아주어 송구스러웠지만 어쩌랴!

민폐이긴 하지만 정 나눌 수 있는 자리라 고맙고 또 고마웠다.

가고나니 사진가 김수길씨와 하형우씨가 차례대로 찾아주어, 오랜만에 얼굴 보며 희희낙락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가운 분을 만났으면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환경이 변하니 찍는 걸 잠깐 잊어버린 것이.

하형우씨와 인근 공원에 가서야 생각나 카메라를 끄집어냈다.





 

오후6시 무렵에는 반가운 분들이 때 거리로 몰려왔다.

부산의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이규상대표, ‘갤러리 브레송김남진 관장, 사진가 김문호, 강제욱씨 등인데,

반갑고 미안한 마음에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병원 부근의 먹거리를 꽤고 있는 정영신씨의 안내로 오리장터로 들어갔다.

허리가 불편하니 오리걸음으로 나와도 재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술자리 대화는 이광수씨와 이규상씨가 만나면 죽인. 요즘은 이규상씨가 좀 자제하는 편이지만, 코메디 수준이다.

세상에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 들어 점잖게 살아야 한다지만, 죽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잖아지니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이 날은 이광수교수의 구라로 시종일관 희희낙락했다. 폐북에 올라오는 글도 그렇지만, 일상적인 대화도 마찬가지다.

학자로서의 빈틈없는 논리를 바탕으로 시정잡배들이나 즐겨 쓰는 막말에 속이 다 후련하다.



 


그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싸움꾼이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바리다,

이미 SNS를 휘저어 그 영향력은 왠 만한 언론 빰 칠 정도다. 그동안 실검 1위에 오른 건만 몇 차례나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 최민식 선생의 사진상 문재 제기, 더불어 민주당의 사표 론에 따른 문재인 저주론 등을 펼쳤는데,

끈질긴 공격 끝에 결국 다 손들게 했다. 그래서 정의를 향한 혁명가 기질의 이광수씨를 존경하는 것이다.

난, 부산외대 교수라 부르지 않고, 교주님으로 따른다.


그런 분이 멀리 서울까지 병문안을 와 주셨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환자복 입은 체 졸라 빨아버렸다.

교주님의 그침 없이 쏟아내는 구라에 얼마나 웃었던지, 술을 마셔도 취하지를 않더라.

이차로 '새벽'이한 맥주집에 가서는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주제가도 불러버렸다.



 


그런데 사진가 강제욱씨가 이광수교수의 광주대동고등학교 후배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정도면 대동고등학교도 명문이다,

서당 훈장 같은 김문호씨의 덕담이나 광대같은 이규상씨의 유모어가 뒤섞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 와중에도 의미 있는 일 하나 하기로 합의했다,

이광수씨의 제안으로 사진단체들이 뒷짐 지고 있는 사진가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단체결성에 앞서 사진저작권문제의 구심점을 이규상씨가 운영하는 '눈밫출판사에 두기로 했다.

사진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서로 협력해 대처하기로 했다. 사진가의 권익은 사진가가 지켜야 하니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란다.

 

역시 교주님이 나타나면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도 만든다.

사진가들이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런데 뱉고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네...

 

사진, / 조문호






































 

 

 

 

 






지난 22일 오후3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사진가 엄상빈씨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경계’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작가 엄상빈씨의 작품 이야기뿐만 아니라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와 사진가 이재갑씨의 감상평도 들었다.


‘스페이스 22’의 정진호, 오윤택, 이은숙씨를 비롯하여 김보섭, 안미숙, 정영신, 곽명우, 남 준씨 등

40여명의 사진가들이 모여 작가의 사진세계를 돌아보며, 그 뒷이야기 듣는 보람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변 듣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다.

광화문으로 달려갔으나, 노동악법철폐를 위한 예술인대회‘가 끝났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사진전 이해한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이 전시는 5월2일까지 이어지고, ‘눈빛출판사’에서 ‘또 하나의 경계’ 사진집도 출판되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집 / 또 하나의 경계 / 눈빛출판사 / 40,000원)



엄상빈씨는 30 여 년 동안 분단을 상징하는 동해안의 철조망을 지켜보며, 분단의 한을 삭여 온 사진가다.

그 민족을 아픔을 조망한 “또 하나의 경계”전이 오는 14일부터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전시된다.

철조망을 잡은 주름진 노인 사진이나, 철조망에 걸린 죽은 새로 분단의 한을 표현한 다소 인위적인 사진들이 더러 발표되기도 했으나,

그런 사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진가가 애 끓이며 삭여 온 세월의 무게에 감히 얼굴 내밀 수 없다.

그가 붙들고 있는 분단의 상처에 대한 끈은 ‘아바이 마을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엄상빈씨의 대표적 작업으로 꼽힌다.

철조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자 집 담장 위에 쳐놓은 폭압적인 풍경들이다.
그 밑에다 유리조각들을 박아 두었는데, 정말 흉물스러웠다.

도둑 못 들게 하는 짓을 탓할 수는 없으나 조세현 같은 도둑이 그런 철조망 있다고 못 들어가겠는가?

엄상빈씨가 보여주는 동해안에 쳐 놓는 철조망도 마찬가지다. 그런 시대 뒤떨어 진 잔재물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자체가 슬픈 것이다.

처음엔 동물의 침입을 막느라 철조망을 치고, 동물을 가두어 키우느라 쓴 철조망이 이젠 사람을 막는 분단의 상징물로 남게 된 것이다.

이게 우리민족의 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엄상빈씨는 20여년 넘게 지켜 본 오래된 사우다.
떠벌리는 사진가들처럼 말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사람이다.

대개 그 나이가 되면 손자 재롱에나 파묻혀 사진은 뒷전 일 텐데, 미쳐도 제대로 미친 사람이다.

알고 미치는 것과 모르고 미치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찍는 것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 까지 그의 치밀함은 알아 주어야한다.

그것도 편하게 프린트하지 않고 암실에서 한 장 한 장 구워내는 프로 근성까지 보여 준 것이다.

오래된 이미지를 확대기에 걸어놓고 보며 당시의 회억에 빠지거나,

약물 속에서 서서히 드러내는 맛을 오래 작업한 사진가들은 대개 알 것이다.






몇 일 전 엄상빈씨가 동자동을 방문했다.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진인지 몰랐는데, 새로 출간된 사진집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여지 것 ‘아바이마을사람들’, ‘학교이야기’, ‘들풀 같은 사람들’, ‘창신동 이야기’처럼 사람 중심이 되는 사진은 보아 왔지만,

해안을 바라 본 서정성 있는 풍경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개 풍경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끝나는 것이 많은 데, 엄상빈씨의 풍경은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구질구질하게 말하는 사진보다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사진이 더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좋아하다 넘기는 사진과 여운에 끌려 다시 돌아보는 차이다.

작품의 내용 뿐 아니라 인쇄나 편집도 나무랄 곳 없는 훌륭한 사진집이었다.
전시된 오리지널 프린트의 맛이 좋은 거야 말할 필요 없겠으나, 집중적으로 감상하기에는 사진집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한 자리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점에다,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하는데도 용이하다.

그의 부지런함 또한 아무도 따를 자가 없다. 여지 것 선배 후배 가릴 것 없이 전시 열림식을 어김없이 챙기고 다녔다.

물론 전시를 본다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보려면 조용한 시간에 봐야지

열림식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 감상에 제대로 빠져들 수 없다.

그런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은 사진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나도 한동안 폐북을 통해 알게 된 전시에 쫓아다니며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축하주도 마셔왔으나,

폐북 중독증을 알고부터는 일을 줄이려 전시오프닝에 가급적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꼭 볼만한 전시는 조용한 시간에 보거나 사진집 구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엄상빈씨의 한 맺힌 사진은 슬펐다.
바다를 바라보는 주름진 아낙의 깊은 눈길에 시름이 가득했다. 철조망 너머 아득한 바다에는 보이지 않는 한이 떠돌았다.

두고 온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한이 되었는지, 구천을 떠도는 실향민의 넋인지 모르지만 아련히 번져 있었다.

마치 자신만 아는 진실을 지키려는 듯 침묵으로 이념의 갈등에 저항하고 있었다.

바람이나 파도 같은 자연의 소리는 애틋함과 슬픔을 노래했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라는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박봉우시인의 ‘나비와 철조망’이란 시 구절이 사진에 너울거린다.

5월2일까지 열리는 엄상빈의 “또 하나의 경계”전은 흑백의 진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사진전으로 꼭 한번 볼만하다.

흔하지 않은 은염 흑백사진 40여점을 비롯해, 최근 기록한 컬러사진 10여점에서는 시대변화에 따른 또 다른 이질감을 맛 볼 수 있다.



글 / 조문호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에 나가는 게 습관이 되어 토요일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지난 토요일은 집회가 없었지만 나갈 채비를 했는데, 마침 ’눈빛출판사‘의 이규상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류가헌‘ 전시장에서 만나 점심식사나 같이 하자는 것이다.

사실 ’류가헌‘이 옮긴지가 제법 되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더구나 나도 출품한 ’촛불의 구술사‘전이 열리고 있지 않은가.

첫 날 일이 있어 못 들리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것이다.

길눈이 어두워 물어물어 찾아 갔는데, 가보니 촛불집회 때마다 들락거린 청와대 가는 청운동이었다.

전시장에는 황규태선생을 비롯하여 이규상, 이규철씨가 나와 계셨고, 뒤이어 석재현, 박진영, 하지권씨도 만났다.

다들 반가웠으나 황규태선생을 뵈니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다.

몇 일전까지 ‘류가헌’에서 열었던 황선생님 개인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좋은 전시를 못 본 건 내 손해인데, 스스로의 게으름을 자책해야 했다.






2관에서는 강제훈씨를 비롯한 13명의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찍은 ’촛불의 구술사‘전이 열리고 있었고,

1관에서는 사진가 이규철씨가 컬렉션한 ‘我 之 我’전이 열리고 있었다.

매년 한 장씩 20년 동안 모은 작품 20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가난한 사진가가 매년 사진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사진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기에 허턴 작품은 있을 수가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도 있었는데, 사진보는 안목이 덜한 분은 믿고 살만한 작품들이었다.

전시된 작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작가와 연결시켜 주는데, 부담 없는 가격이라 제법 팔렸다고 한다.

또한 사진집을 구입한 분께는 작품사진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었다.

사진 컬렉션에 다시 한 번 관심 갖게 하는 좋은 사진나눔운동이었다.






이규상, 황규태 선생과 전시장 옆에 있는 떡 만두국 집에서 식사를 하고 ‘광화문광장’까지 걸어왔는데,

경복궁 앞길에는 유난히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많았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은 여느 때와 달리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순신동상 부근에는 ‘사회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인사동터줏대감 강 민시인과 방동규선생이 계셨고 옆에는 미모의 소설가 김단하씨의 모습도 보였다.

술 한 잔 하자는 강 민선생의 말씀에 간재미집으로 안내했다.

방배추선생의 구수한 옛 이야기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방동규선생 사모님께서 광장에 기다린다는 전갈이 받고야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사드저지 및 세월호 진상규명, 적폐청산의 날‘이란 퇴진행동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사진가 고 헌씨의 모습도 보였고, 무대에는 장순향교수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문제는 눈앞에 닥친 대선에서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분은 이재명, 심상정 후보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드철회는 물론 모든 진상규명과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촛불을 꺼서는 안 된다.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을 문화예술난장으로 만들어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전진기지로 만들자.


사진, 글 / 조문호













































김준호의 ‘애오개’ 사진전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시된 사진들은 마치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잔해더미 같았다.

집들은 폭격 맡은 것처럼 산산히 부서져 버렸고, 유령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틴 것도 있었다.

멀리 버티고 있는 아파트 숲은 마치 점령군 무리처럼 보였다.






이미 전쟁의 판세는 정해졌으며, 앞으로도 백전백패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명의 속성을 어쩌겠는가마는,

최소한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무차별적이라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옛 것을 허물고 새로 만들기는 쉽지만, 옛 것을 보전하고 그 것을 다시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기억하고 보존할 역사가 없거나 지워버리는 국가는 미래 역시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 했다.






김준호가 찍은 ‘애오개’사진은 속삭임이 아니라 아우성에 가까웠다.

대개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그리움에 대한 향수보다 사회비판적인 시각이 앞서 있었다.

세월의 변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분노가 곳곳에 똬리 틀고 있었다.

지금 애오개는 재개발에 의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김준호의 사진 속에서만 잔재가 남아 그렇게 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애오개’는 아현동과 만리재 사이에 있는 작은 고개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지역이었다.
아기고개에서 유래되었다는 애오개 일대는 마포에서 청량리를 잇던 전철이 지나가던 지역이었다.

자그마한 집들이 모여있는 고개 마루의 달동내로 서민들의 진득한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향상을 내세우는 재개발은 동전의 앞뒤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라진 후에는 항상 그리워하기 마련이지만, 돈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몇몇은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도 남아 있었다.

빗물이 새지 않도록 천막을 뒤덮어 놓은 지붕, 행여 바람에 날아갈까 돌이나 기왓장을 올려놓은 궁상맞은 풍경들,

가파른 골목 계단과  터져 나온 시멘트벽들이 마치 복잡한 우리네 인생처럼 굽이져 있었다.

그 속에서 일어났던 사연 또한 얼마나 많겠는가?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사연들이 다 있을 것이다.

옆집 순이와 연애 걸며 가슴조린 사연에서 친구와 코가 깨지도록 싸웠던 이야기까지 다들 절절할 것이다.





잘 모르는 재개발지역을 촬영하는 것과 자신이 어릴 적 살아 온 마을의 흔적을 찍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김준호의 비판적 시각 속에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고, 서러움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다”는 싯귀가 떠오르는 그런 쓸쓸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사라지는 사물처럼, 사람 또한 차례차례 사라질 것이다.





“이미지는 자신이 의미하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언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미지는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낯설게 남아 있어야 한다.

매체로서 비춰지지 말아야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되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허구로, 우화로 남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사건이라는 풀리지 않는 허구에 공명해야 한다,

자기 고유의 덫에 잡히지 말아야 하고, 이미지의 이미지의 이미지로 한 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재생 속에 갇히지도 말아야 한다.”는

장 보드리야르의 ‘사라짐에 대하여’ 한 단락을 여기 옮겨본다.



전시와 함께 ‘눈밫사진가선’ 38호 ‘애오개’ 김준호사진집(12,000원)도 발간되었다.



전시개막식에서는 주인공 김준호씨를 비롯하여 ‘브레송’ 김남진관장, ‘눈빛출판사’의 이규상대표,

엄상빈, 김문호, 곽윤섭, 정영신, 남 준, 김 원, 제이안, 나떠구씨 등 여러 사진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하재은씨가 선보이는 “세계10대 글로벌 명품시장”사진전이

지난 9일 오후5시부터 인사동 ‘아라아트’ 4층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약 13년 동안 우리 전통시장에 문화의 옷을 입혀 활성화시키는 일에 전념해 온 작가는

골목형시장 육성사업, 글로벌 명품시장육성 사업 등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의 연구용역 책임연구원과

상인대학 책임교수로 있으며, 국내시장 제도개발에 힘쓰고 낙후한 시장의 선진화에 전념해 온 사진가다.

2014년 미국CNN에서 세계 10대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발표할 때부터 시작된 이번 작업은

사진 기록으로 선진시장을 연구하는 또 다른 가치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세계 글로벌 시장 사진 200여점이 전시된 사진전에는 선진시장의 다양한 매장 형태와 기능,

효과적인 상품진열과 고객 관심 등, 평소 우리가 보지 못한 해외시장의 사례를 골고루 볼 수 있다.

그는 사진가이기 이전에 시장경영에 관한 전문가로서 사진의 예술성 추구보다 우리가 시장경영에서 배워야 할
사례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도쿄의 쮸끼지 생선 시장의 참치 경매하는 흥미로운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개막 공연으로 탭댄스가 펼쳐졌는데, 미국선진시장의 이벤트를 보는 듯, 또 다른 즐거움도 선사했다.

개막식에는 작가 하재은씨 가족을 비롯한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공윤희, 이규상, 안미숙, 정영신,

남 준, 곽명우씨 등 반가운 사진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사진전’은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전시와 함께 “The World’s Luxury Market” 하재은 사진집(‘눈빛출판사'/가격; 25,000원)도 출판되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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