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11시경, 춘천(온의동 스포츠타운길 530 (2)에서 강원도 전통시장 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이 주관한 개소식에는 양민석 경제진흥국장과 서상건 강원상인연합회장,

서동엽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장, 조호순 경영관리부장, 박현지 지원센터 주임, 노명우 진흥과장, 현금서 지원담당자 등

강원도와 도의회, 춘천시, 강원상인연합회, 춘천지역상인회, 강원경제단체연합회 등 강원도의 전통시장을 이끌어 갈

핵심 인사 80여명이 참석해 현판제막식을 여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 관 플랫폼을 구축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강원도전통시장지원센터'개소식에는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외에도 전통시장 특화음식 시식회, 개소 축하메시지 동영상 시청 등의 부대행사도 열렸다.





'강원도 전통시장지원센터'는 서민경제의 뿌리인 전통시장 활성화에 민간의 전문성을 접목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설립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와 상인, 지역주민, 금융기관 등이 협력하는 센터에는 2개팀 8명이 근무하는데,

센터장에는 정선아리랑시장 사업단장으로 일하며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에 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허승영씨가 임명되었고,

팀장에는 창업, 홍보, 마케팅 등에 전문성을 갖춘 신유회씨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민간전문성을 전통시장 활성화에 접목하기 위해 홍보 마케팅전문가, 상인,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전통시장지원센터에서 시장활성화를 위해 추진할 사업은 중앙부처공모사업관리, 청년상인육성, 마케팅.홍보, 교육,

사업컨설팅, 대기업사회공헌사업 유치, 안전관리 등이다.

또한 다양한 정책 발굴 및 각종 통계관리, 상권분석, 등 민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도 맡게된다.






그런데, 개소식장을 사진으로 장식했는데, 바로 정영신씨의 추억어린 한국의 장터사진을 내건 것이다

사무실을 오르는 계단에서 시작하여 실내와 심지어 준비된 액정화면 두 곳에서도 정영신의 장터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사진전인지 개소식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진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사진전을 부탁받아 하루 전에 사진 디피를 마쳤는데, 일을 하면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불과 한 시간 정도로 끝나게 될 개소식을 위해 사진전을 마련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무실 전체를 온통 사진으로 도배해 주객이 뒤 바뀐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시경비를 받으니 시키는데로 하면 되겠지만, 전시의 효용성에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의도한 내용을 듣고서야 무릎을 쳤다.

강원도 전통시장을 이끌어 갈 핵심 요인들에게 강원도 시장이 나가야 할 중요한 컨셉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바로 우리 고유 시장이 가진 휴머니티, 즉 강원도 장터의 인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은 8~90년대 찍은 사진들로 구성했는데, 세월의 두께에 의해 된장처럼 구수한 냄새도 베어나고,

잘 익은 막걸리 맛도 난다. 아무런 기교도 멋도 부리지 않는다. 다만 따스한 인정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시골 할아버지의 등짐에, 아줌마들의 봇짐에 감춘 사연 사연들을 장마당이 아닌 사무실에 풀어 낸 것이다.


다큐멘터리사진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현장성에 의한 휴머니티가 짙게 깔려있다.

그의 장터 사진을 보면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추진 팀에서 강원도 전통시장 지원센터 오픈과 함께 정영신의 장터사진을 끌어 들인 것 같았다.





개소식 현장은 물론 참가자들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춘천으로 가려했으나 문제가 생겨버렸다.

전 날 까지만 해도 잘 따라 주던 자동차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시동을 걸면 변속이 되지 않았는데, 중고차를 구입한 지 이틀 만에 일어 난 일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한 시간 넘게 씨름하다 하는 수 없어 견인차를 불렀더니, 그 때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서둘러 출발했으나 차까지 밀렸는데, 가 보니 모든 행사는 끝나 버렸다.





가자마자 전시 작품을 철수하느라 취재는 물론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마침 사진 걸 때 찍어 둔 사진과 참관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는데,

강원도 실무자와 지원센터 관계자들의 이야기로는 성공적이었다며 다들 만족해 했다.

모든 행사 참가자들이 사진전에 관심을 가졌고,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강원도 전통시장의 활로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흡족한 마음으로 사진을 철수하여 서울로 돌아왔다.

통행료 아끼려 늘 국도로 다니는데, 네비는 자꾸 고속도로로 끌고 가려 했다.

네비 안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엉뚱한 길로 진입하고 말았다.

길이 낯설어 살펴보니 홍천 팔봉산이 나왔고, 돌아 나오다 보니 강촌 유원지도 나왔다.

일을 잘 마쳤으니 너무 서둘지 말고 주변 관광이나 하라는 계시 같았다.





그 때야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차가 애를 먹여 조반은 물론 점심식사도 못했기 때문이다.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문상호 코다리 냉면을 먹으러 갔으나 너무 메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성남훈씨 전시가 개막된다고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돌아오다 공짜폰이란 현란한 광고가 걸린 핸드폰 매장 앞에서 차를 세우란다.

내가 사용하는 고물핸드폰이 통화가 잘되지 않으니, 이 기회에 핸드폰을 바꾸라는 것이다.

난, 있는 핸드폰마저 버리고 싶었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노인을 위한 구형 핸드폰이라 다행이다 싶었는데, 페북 까지 연결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디서나 핸드폰만 들고 사는 사람들 모습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천하 지존인 차주의 말씀을 어찌 감히 거역할 수 있겠는가?

집으로 돌아와 애마가 더 이상 속을 썩이지 않도록 고사를 지내자고 했다.

사실은 고사 지낼 술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문제는 차주와 기사가 모두 취해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내가 술 취해 노래 부르며 울고 웃는 모습을 내 핸드폰으로 찍어 정영신이가 페북에 올려 버린 것이다,

나 역시 낄낄대며 댓글까지 달아놓고 자빠져 잤는데, 정오 무렵 일어나 확인해 보니 귀가 막혔다.

본 바탕이 못 생긴거야 어쩔 수 없겠으나, 생지랄 발광하는 꼬락서니로 보아 청춘사업에 치명타였다.

부랴부랴 내렸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때 늦은 후였다.





19일의 하루는 보람된 날이기도 했지만, 애간장을 태운 치욕스런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라! 그게 운명이라면 묵묵히 따를 수 밖에...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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