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렸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정영신씨와 데이트 약속을 했는데, 느닷없이 홍대로 가잖다.

북페스티벌에 구경 가자는데, 책을 좋아하는 정영신씨라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사주지는 못할망정 포터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 주어야 하니까..






마침,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많은 부스들이 6개동으로 나누어져, 홍대 주차장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참여한 출판사도 많았지만, 책도 다양했다. 그 종류만 제대로 살펴보아도 하루가 더 걸릴 것 같았다.

사진집 출판사로 유일한 ‘눈빛출판사’ 부스부터 찾아보았다. 책보다 성윤미씨의 복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시된 사진집들은 대부분 이미 본 사진집이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 ‘눈빛사진가선’시리즈에서 없는 책을 찿았다.

책값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정영신씨가 50여권 발행된 시리즈를 교본처럼 모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백원 짜리 동전 하나로 행운의 책을 받는 부스도 있었다.
처음에 뽑은 노란 공안에는 뇌 과학과 철학의 유쾌한 만남이란 부제가 달린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가 적혀 있었다.

정영신씨 입이 쩍 벌어졌다. 관심 있는 책인지라 욕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나에게 오백원을 얻어 다시 집어넣었는데, 이번엔 의외의 책이 나왔다.

’고흐 아저씨와 함께 떠나는 색칠여행‘이라는 어린이용 미술책이었다.

아쉬웠지만, 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했다.





뒤늦게 ‘눈빛’ 안미숙 편집장과 딸 이소리 양이 전시 부스에 나왔다.
정영신씨와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는 동안, 의자에 앉아 사진집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사진집들은 그동안 연이 닿지 않아 못 보았던 궁금한 사진이기도 했는데,

바로 손대광의 “광민탕‘과 박성태의 ’비린내‘였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한 권은 비릿한 바닷가 비린내로 서민들의 삶을 우려내고 있었고,

한 권에서는 목욕탕이란 특정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아무런 가식 없이 펼쳐 있었다.

단 돈 이만 원으로 사진다운 사진을 보며 갖는 행복감을 가진자들이 알지 모르겠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신나는 랩은 늙은이까지 흥겹게 만들었다.






난, 자판기스타일이라 커피숍에 가지 않았는데, 정영신씨가 나를 불렀다.

커피도 안마시는 주제에 염치불구하고 끼여 앉았는데, 눈빛 내외분의 책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눈빛출판사’ 사무실이 전시중인 주차장 부근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디쯤 되냐고 물었더니,

안미숙씨는 홍대에서만 세 번을 옮겼다고 했다.

무거운 책을 옮겨가며 힘들게 살았지만, 책이 좋아 평생을 함께 했던 지난 세월에 감회가 묻어났다.

통장에 남은 돈은 없지만, 쌓인 책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며 한 평생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스스로 고단한 삶을 위안했다.






그렇다. 돈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진사가 ‘눈빛’에 다 모여 있으니, 어찌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 위업에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