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불알에 요랑 소리 나도록 바빴다.
오전에는 주민들에게 배급되는 교회 빵 봉지 따라 다녀야하고, 정오에는 '빈곤철폐 퍼레이드' 찍으러 동대문 가야하고,

오후3시부터는 동자동 새꿈 공원에서 열리는 쪽방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찍어야 한다.

퍼레이드를 끝까지 지켜보진 못했지만, 아쉬운대로 마무리했다.

다섯시가 넘어서야 모든 일이 끝나 주민들도 뿔뿔이 헤어졌다.

바쁘게 쫓아다니느라, 오전에 빵 한 조각 얻어먹은 것이 고작이라 배도 고프고, 술 생각도 났다.

‘어디서 끼니를 해결할까?’ 걱정하고 있는 차에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태백에서 활동하는 광부 사진가 박병문씨 였다.
충무로 ‘브레송’으로 오라기에, 옷 갈아입으러 쪽방부터 올라갔다.

그날따라 4층 올라가는 계단이 왜 그리 힘든지, 끙끙대며 몇 번을 쉬었다.
그냥 갈 수도 있었으나, 카메라 전지도 갈아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하기 때문이다.
온 종일 땅바닥에서 헤맨 옷을 입고, 어떻게 지옥에 갈 수 있겠나?

기다리다 지친 김남진씨와 박병문씨 내외는 갤러리 밖에 나와 있었다.
지난 8월, 정영신의 ‘장날’ 전시장을 찾아줘 만나기는 했지만, 엄청 반가웠다.
멀리 떨어져 살긴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챙겨주는 고마운 후배다.

그 날은 모처럼 영양 보충시켜 준다며, 고기 집으로 끌고 같다.
갈비 살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더니, 술맛이 꿀맛이더라.

한 잔 먹은 김에, ‘서울도시빈민프로젝트’에 대한 기획과 진행을 김남진씨가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일전에 페북을 통해 복안을 밝히기는 했지만, 직접 말문을 연 것은 처음이었는데, 흔쾌히 받아주었다,

큰 짐 하나 벗었는데, 동자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 홀가분했다.

술자리에서 김남진씨의 이태원 촬영길에 따라 나서기로 했으나, 서울역에서 내려 버렸다.
몸도 지쳤지만, 박병문씨가 챙겨 준 음식이 마음에 걸려서다.
태백에서 가져 온, 삶은 고구마를 비롯하여 만두와 밥 등, 한 보따리였다.
이 정도 음식이면 이틀 동안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 웬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스럽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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