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사진-



박근혜가 구속되니, 삼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며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지은 죄를 뉘우칠지 모르겠다.

그동안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헤아리면 죽어 마땅하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측은한 생각도 든다.

그동안 일 핑계 대며 컴퓨터와 날밤 까기를 밥 먹 듯 하였더니, 몸이 말이 아니다.
술 취해 들어와 담배연기 자욱한 쪽방에서 잠 않자고 노닥거린 탓이다.

이것저것 사진 찍어오면 정리하는 일도 만만찮은데다,
인터넷 검색하고 페북 질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에 잠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거리를 미루지 못하는 습관도 있지만, 페북에 들락거리며 더 심해진 것 같다.

정영신씨가 나더러 인터넷 중독이란 진단을 내렸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핸드폰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지만,
일 때문에 컴퓨터와 씨름하다보니, 수시로 들락거린 것이다.

일이나 술도 갖고 놀아야 한다는 게 평소 신조였는데, 끌려 다녀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내 몸의 적폐 하나 청산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세상의 적폐를 운운 할 수 있겠나?

일단 컴퓨터를 몇 일 동안 켜지 않았다.
지난 주말의 촛불집회를 비롯하여 찍은 사진이 수두룩했으나, 그냥 정리하지 않고 쳐 박아 두었다.

사진을 정리하지 않으니 찍기도 싫었지만, 사진을 찍지 않으니 할 일이 없어졌다.
더구나 박근혜 파면으로 쫒던 대상을 잃고 생긴 멍한 상태였는데,
거기다 일까지 없으니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타협안을 찾아냈다.
밀린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컴퓨터를 열었는데, 폐북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여지 것 찍어 온 사진들은 내가 필요한 사진도 있지만, 대개 상대를 위한 배려에서 찍어왔다.

그러니 사진이 좋든 말든 모든 사진을 블로거나 페북에 올렸는데, 주위로 부터 핀잔도 많이 받았다.

“왜 모조리 올리냐?”는 것이다. 안 좋은 사진은 작가의 이미지를 흐리게도 만들지만,

좋은 사진까지 왜 인터넷에 공개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난 생각을 달리한다.

사진가 입장보다 찍힌 사람의 입장이라는 배려가 전제되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사진이란 서로 많이 보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숨겨두면 무슨 소용이냐?는 나름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젠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인터넷의 포로가 되어 찍는 것보다 보여주는데 더 골몰한 것 같다.

그러니 밤과 낮이 뒤 바뀐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건강을 해치고 말았다.

죽고 나면 아무 일을 할 수 없으니,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만 찍어 일을 최대한 줄이고, 일기 쓰듯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과 글도 몇 장만 올리기로...
폐북도 연결만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다음 주에 정선 가서 기력 찾아, 그동안 소홀했던 동자동 작업에 매달려야겠다.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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