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역사'전에 추가한 사진이 많으니 한 번 봐달라는 정영신씨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모처럼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보니, 그 뜨거웠던 열기는 오간데없고,
최병수씨의 설치작품들이 늘린 텐트촌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관객 몇 명을 앉히고 손병희씨가 노래부르고 있었고, 최병수씨는 또 뭘 만들려는지 자재를 반입하고 있었다.
송경동 촌장이나 신유아씨 등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여전했고, 광장극장에서는 철거를 앞둔 쫑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해성 극장장이나 춤꾼 장순향 교수의 모습도 보였다.
‘궁핍현대미술광장’ 앞에는 곽명우씨와 정영신씨가 서 있었다. 광장에 사람이 얼마 없었지만,
나온 사람 대부분이 전시장을 찾으니 일반 전시장보다는 관객이 많은 편이었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돌아보니, 너무 많이 걸려 답답해 보였다.
그러나 힘들게 만들어 온 곽명우씨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한 장이라도 더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의 마지막 전시인 '촛불역사'전은 정영신씨가 맡았으나, 좀 더 치밀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사진가들의 작품을 모았으나, 급하게 추진된 일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떤 분은 사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 와 들죽 날죽 했다.
정영신씨는 작은 전시장이지만, 촛불집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메인 전시장은 기존 사진가들이 보내 온 기록으로 채우고,
그 옆엔 ‘광화문미술행동'의 기록과 함께 촛불시민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급히 SNS에 올려 다양한 사진을 모았는데, 화가 김진하, 이재민씨의 사진을 받기도 하고
시인 정덕수, 김명지씨 등 시인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사진을 모았다.
광장에서 노숙하는 정덕수시인은 뜨거운 현장의 열기대신, 그 이면 생활상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촛불시민들이 보내 온 사진은 핸드폰사진이라 크게 뽑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작은 규격의 사진을 200여장 뽑았던 것이다.
전시장이 작으니 오밀 조밀 재미있겠다 싶었으나, 막상 DP를 해보니 좀 허전했다.
열림식을 치룬 뒤, 몇 장만 다시 크게 뽑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진계 마당발 곽명우씨가 나선 것이다.
곽명우씨는 규격을 바꾸는 사진에 한정하지 않고, 더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의 파일에서 이런 저런 사진들을 골라 내 프린트 업체에 맡겼다고 한다.
그 이틀 날 사진을 찾아와 곽명우씨와 빈자리를 채웠으나, 사진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좀 남기고 싶었으나, 빈 틈 없이 다 채워 버려 전시장이 답답해 보인 것이다.
사진가의 주관이 개입된 사진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대로 찍은 순수한 사진이 대중에게 더 친숙하겠다며 자위했다.
집회 현장의 텐트전시장이니 만큼, 전시 분위기나 작품성보다 그 날의 현장을 돌아보며
촛불시민으로서의 보람을 되 세기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모습이나 반가운 분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으니, 책 보듯 한 장 한 장 살펴보는 재미를 느끼시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조문호사진판 >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정식선생의 ‘고요’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8월6일까지 열린다. (0) | 2017.04.07 |
---|---|
촛불의 口述史 (0) | 2017.04.05 |
촛불의 승리를 기록한 ‘촛불 역사전’이 열렸다. (0) | 2017.03.15 |
김대수展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 (0) | 2017.03.07 |
김준호의 ‘애오개’는 사라짐에 대한 아우성이다. (0) | 2017.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