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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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씨의 목판화전 ‘이웃’과 ‘모심’이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몇 년 전 그 장소에서 보았던 작품들과, 대상과 소재만 달랐지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했다. 철판을 주워 모아 시뻘겋게 녹 슨 금속의 질감으로 담아내었던 그 때의 작품이나, 한 스린 민초들의 삶을 통해 우리민족의 아픔을 나타내는 시대정신은 똑 같았다. 거친 노동의 투박한 질감이 주는 동질감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전시된 김진열씨의 목판화에서 한 평생 인간에 초점을 맞추다 세상을 떠난 휴머니스트 사진가 최민식선생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바로 그의 작품이 소외된 서민을 통해 인간애를 담아내고 동시대의 아픔을 그려내려 했던 최민식선생의 작업과 너무 닮았다, 아래로부터 자신의 미학을 구현하며, 묵묵히 견뎌내는 서민들의 초상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존재의 진정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작년에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하였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꼭 받아야 할 작가라고 여겼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정신세계에 가장 적합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앉아서 그림만 그려내는 화가가 아니다. 그 생각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작가다. 오랫동안 원주에서 환경 운동을 하며 후학들을 지도해 왔는데, 지금은 대학 총장 직책까지 맡아 그 임무를 다 하고 있다. 학교를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접하며, 진짜 그 학교는 복 받은 학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썩어 빠진 교육 권력이 난무하는 현실에 한 가닥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외출,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본의 아니게,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좌, 우)
민중미술 경향의 칙칙하고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강한 소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사람중심의 작품에서 생명존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의 대상을 머리나 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공간인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찾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스쳐 가는 사람 모습을 스케치하며 사실적인 현장감을 작품 속에 불어넣어 온 것이다.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서성이거나 기다리는 모습에서, 서민적인 인간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말하며 그 배후에 존재하는 권력과 착취의 이데올로기를 인식케 하는 것이다.
전시 제목에 붙은 이웃과 모심(母心)은 그 모심을 통해 생명존중과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 놓은 목판화도 처음 보았지만, 드로잉과 사진들을 나란히 배치한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왼쪽에 배치한 흑백사진의 버려진 황량함과, 오가다 만난 사람을 드로잉한 그림을 나란히 배치하였는데, 자세와 표정이 다양했다. 많은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준 그 작품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려 한 것이 무엇일까? 인간의 소외감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간성 상실을 질책하는 것은 아닐까 유추해 본다.
미술평론가들은 "김진열은 삶의 체험적 질료를 중시하는 작가"라고 규정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 시대의 인간적 꿈, 우리 자신이 간과하고 상실해온 꿈이 끈적끈적하게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들의 벌거벗겨진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나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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