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진발통 곽명우씨가 사진 소장의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로 훈훈한 연말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의 사진전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렸다.
이 소장전에는 국내외 작가의 사진 40여점이 선 보인다.
이갑철작
그는 2003년 프랑스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가의 방’이라는 오픈행사에서,
추첨에 당첨된 행운의 사진이 소장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한 점 한 점 모우기 시작했는데,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도 있어,
유 무명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들을 골랐음을 알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을 소장할 수야 있지만, 가난한 사진가의 소장전이라 더 돋보인 것이다.
사진하는 사람이 곽명우를 모른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다.
사진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사진바다’ 블로그를 통해 알리는 일을 해 온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이젠 전시 개막식에 곽명우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들 의아해 할 정도로 기다리는 사진가가 되어버렸다.
파워 블로그로서의 홍보 역량만이 아니라 상대의 소중한 자료를 기록하지만,
보수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없는 야박한 현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부지런하게 몰아 붙이는 사진기록에 대한 소명의식은 오늘도 쉼 없이 사진발통을 굴리게 한다.
가난한 처지에 허구한 날 봉사만 하고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는데,
좋아하는 사진을 구입해 소장전 까지 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례로 받은 작품도 있다지만, 형편에 맞추어 꾸준히 사 모았다고 한다.
장가를 들지 못한 노총각이라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구입해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인이 사진을 사주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 더 가상한 것이다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순수한 곽명우 작가의 말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22일 오후5시 무렵 전시장을 찾았는데, 곽명우씨는 스스로의 오프닝 행사를 찍기 위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양재문, 엄상빈, 이기명, 이규철, 박찬원씨 등 반가운 사진가들도 여럿 만났으나,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이미 잊혀진 구세대, 즉 꼰대가 되었다는 걸 다시 절감한 것이다.
그 날 따뜻하게 데운 와인 두 잔에 마음이 따뜻해 진건, 술 기운보다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진을 갖고 싶어도 사진가들이 가난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 아니던가.
사진가끼리 좋아하는 작품을 교환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들기도 했다.
사진 사랑의 곽명우씨 인사말에 이어 '레드로우'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다른 약속이 있어 끝까지 지켜볼 수 없었다.
아무쪼록, 그 작품들이 또 다른 분들의 소장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전시가 되어지길 바란다.
새해에는 여러분의 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전시 작품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 황규태, 조문호, 엄상빈, 김남진, 양재문, 김대수, 최광호, 김광수,
진동선, 이갑철, 최병관, 신현림, 최영진, 이정록, 양승우, 이동준, 박태희, 이순행,
현경미, 김원섭, 이건영, 차경희, 이주영, 조병준, 최인수, 사 타, 최수정, 정희승,
권도연, 조현택, 박재현, 권오철, 김지연, 손기헌, 남 준, 허영환.
우리카미 마스카즈. 래드로우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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