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박찬호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저승이란 신화의 세상이 있는 걸까?
한 가닥 위안일 뿐, 죽고 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아는 분들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박찬호. 2013, 제주도 남원, 동백나무가 있는 마을당,



그런데, 엊그제 뜻밖의 사진집을 전해 받았다.
박찬호씨의 ‘歸’사진집인데, 마치 귀신 사진집 같았다.
그 사진집을 볼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였다.



ⓒ박찬호.2014. 제주도 표선면



난, 우물 안 개구리다.
사진가 박찬호씨는 알지만, 여지 것 어떤 사진을 찍는지 몰랐다.
그동안 인간의 죽음에 집착하여 오랫동안 그 현장을 찾아다닌 사진가였다.
오래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비롯된 의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십여 년 동안 작업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해외 전시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를 촬영하다’라는
제목으로 박찬호의 전시를 소개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박찬호. 2017 전라북도 부안



요즘은 가능하면 전시장에 나 다니지 않으나, 사진집을 보니 궁금증이 발동했다.
전시장에서 직접 죽음의 세계에 직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곧 끝나게 될 크리스 조던의‘아름다움 너머’도 꼭 봐야 할 숙제였지만,
어제 문을 연 안창홍씨의 작품도 볼 겸, 한나절을 전시장에 돌아다닌 것이다.



ⓒ박찬호. 2017.경기도 구리.



박찬호씨의 ‘歸’가 열리는 전시장에 들어가니 작가가 반갑게 손을 잡았는데,
마치 저승사자가 반기는 느낌이었다.
전시장은 시커먼 흑백사진들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무당의 신 칼이 번쩍였고, 마치 혼령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실상과 허상을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영혼을 추적하고 있었다.
직설적인 시신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이야기했다.
제사, 굿당, 무당, 꽃상여, 스님 다비식 등의 흔적을 찾았더라.




ⓒ박찬호. 2013. 경북 안동시 서후면



현실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 박찬호의 사진은 귀신 씌인 사진같았다.
느닷없이 화면에 빛이 새어들거나, 어떤 사진은 반사되어 뿌옇다.
비뚤어진 화면이 불안감을 일으켰다.
보이지 않는 혼령을 작위적으로 끌어 낸 것이다.



ⓒ박찬호.2013.제주도 남원읍


박찬호의 사진을 보니, 죽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실오라기 같은 기대가 생겼다.
진짜 영혼이 떠돈다면, 나쁜 놈들은 어떻게 지낼까?
뉘우치고 있을까? 거기서도 나쁜 질하는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박찬호. 2014, 제주 제주시, 굿-영감놀이.


영혼이고 귀신이고, 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생과 사의 경계를 기록한 박찬호의 ‘귀’ 사진전을 돌아보며,
앞만 보고 살아온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자.




ⓒ박찬호.2014,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



이 전시는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5월 12일까지 열리고,
5월24일부터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6월15일부터는 광주 ‘혜움 갤러리’에서 각각 순회전을 연다.




박찬호 ‘귀(歸)’사진집
양장본 143쪽, 6만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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