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의 사계에서 인생을 바라본 ‘연연전’, 오는 25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려..
2018년 11월 16일 (금) 16:18:31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긴 세월동안 자연은 예술가들의 작품 모티브가 되어 왔다. 꽃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강한 생명력으로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피고 또 진다. 특히 꽃은 인생을 가르치는 무언의 언어와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볼 때 겉으로만 보지 않고, 그 꽃이 갖는 격조와 고귀함을 느끼면서 본다.
▲ ‘연연(蓮緣)’전의 박영환 사진가 Ⓒ정영신
풀꽃사진가로 불리는 박영환씨는 삶이 힘겹던 어느 날, 우연히 연못에 핀 연꽃을 보며 맑고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이 끌려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오브제들을 통해 자연 섭리에 따른 이치로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했단다.
그동안의 풀꽃 작업과도 맥락이 이어지는 연꽃에서, 연이 태어나 살아가고 꽃피우고 떠나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을 5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동안의 작업을 묶어 ‘연연蓮緣’사진집을 출판하며 지난 1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연(蓮)으로 연(緣)을 생각하다’는 전시회를 열었다.
▲ Lotus No.301,2018 삶과 죽음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는 연꽃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았기에, 전시제목도 ‘연연 蓮緣’이라 이름 붙였다. 연꽃은 진흙 속에 태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다시 씨앗을 뿌리고, 끝내 뿌리째 다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간다. 진흙 속에 피어나지만, 결코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의 의미는 작가의 청순한 정신과 너무 닮아 보인다.
▲ 박영환사진가‘연연(蓮緣)’책 표지
풀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려, 그는 스스로 ‘풀꽃사진가’라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풀꽃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바로 풀꽃처럼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이른바 ‘민중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굳이 풀꽃만 찍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오로지 가치 있는 사진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느 날 문득 뒤 돌아보니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정의로운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병신무란 하야제‘, ’조국의 산하전‘, ’광장, 환대의 문지방‘, ‘박근혜 하야전’, ‘촛불 역사전’등 시국전에도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를 온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그는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을 오브제로 자아의 심연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다. 사진으로 흐르는 세월을 멈출 수는 없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비전을 정립해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빛처럼 늘 젊은 생각으로 세상 한 가운데 존재하기를 희망 한다” 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정세훈시인은 사진집 서문 제목에 ‘연, 지극히 인본 적이고, 민중적인 삶을 발굴하다’고 붙였다. “연연(蓮緣)”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거의 고아한 자태를 앞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고아함에 가려있는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 삶을 발굴해 내었다.
연의 생을 삶 그대로만 본다면, 제 아무리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 해도, 꽃과 연잎을 받쳐주고 있는 뿌리는 진흙 속에 그 근본을 내리고 있으며 연잎 또한 흙탕물에 제 몸을 부려 흙탕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인가. 때가 되면 연꽃도 반드시 시들고 마르고 낙화한다”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풀꽃 사진가 박영환의 ‘연연蓮緣전’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02-720-201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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