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일은 별로 없지만, 자식 하나 장가보내는 일이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몇 날을 실성한 듯 방황하다, 경상도로 강원도로 떠돌다 오니 좀 나아진 것 같다.





원인은 개인적인 일을 페이스북에 나발불어 떠벌인데 대한 부담감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내리라는 압박에 대한 거부감이었던 것 같았다.






신세진 분들께 인사도 드리지 못했지만, 도와주신 분의 목록은 무덤까지 안고 갈 것이다.
사진이든 글이든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차례 차례 보답할 작정이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린 내용은 오보가 있을 때만 수정하지, 전체 내용을 내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명예훼손으로 소송까지 걸려도 내리지 않는 것은 시정을 위한,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기된 사안은 새로이 맞은 사돈과 친동생 같이 지내는 김명성씨 요구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치관의 차이나 지레 겁먹은 것이지 하등에 문제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명성씨는 블로그 아이디를 알고있는 정영신씨에게 쓰리쿠숀을 쳐 더 열 받게 했다.
그 이후 비밀번호를 바꾸어 아무도 모르게 했지만, 그 날 기록은 기억조차 할 수 없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동자동으로 복귀하여 일상으로 돌아왔다.

허튼 일에 끌려 다니지도 않을 것이며, 성가신 생각일랑 말끔히 지워버렸다.

비록 쪽방이지만 내집이 편하다는 걸 실감한다.

배고프면 끼니 때울 걱정은 있으나,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






지난 토요일은 빵 타러 공원에 내려갔더니, 긴 행렬이 양쪽에 줄지어 있었다.
한 쪽에는 추석선물을 나누어 주었는데, 알아보니 삼성에서 돈 내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선물을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난, 추석선물보다 주린 배를 채울 빵이 더 필요했다.
빵을 탄 후에도 선물 주는 줄이 끝나지 않아 어렵사리 선물박스도 받았는데, 뭔가 무거웠다.
황금덩이는 아닐 테지만, 잔뜩 기대감에 4층까지 낑낑대며 들고 올라간 것이다.
열어보니 한 살림이 나왔다.





밀가루, 설탕, 부침가루, 국수, 당면, 간장, 고추장, 된장, 식용유, 참기름, 소금 등
주방에서 필요한 물건은 다 들어 있었다.






공간이 좁아 밥을 해 먹지 못하는 나로서는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들 좁은 방에 그 많은 물건을 둘 곳도 마땅찮을 것이다.
물론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필요 없는 것은 비좁은 방에 그냥 쌓아둘 수밖에 없다.





얻어먹는 거지 주제에 주는 대로 받지, 웬 말이 그리 많으냐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가난한 쪽방주민들을 위한다면 좀 더 합리적으로 도왔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한 사람에게 줄 액수만큼 상품권으로 나누어 주어, 필요한 것만 구입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품구입에 따른 리베이트를 챙길 수 없는데다, 나누어 줄 때 광고 효과가 없어 그러는 것 아닌가?
이런 이야기가 여러차례 나왔으나, 계속 줄 세우며 밀어붙이는 것은 좆 까는 소리 하지 말라는 건가?





더 이상 줄 세워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만들지 마라.

다른 지역에 없는 '쪽방상담소'는 당장 해체하고, 모든 일은 동사무소에서 전담하게 하라.

이런 일로 청와대에 민원 넣기를 바라는가?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7일은 입추였으나, 더위는 사람 잡을 날씨였다.

동자동 쪽방 촌 골목에는 오후3시부터 수박화채를 나누어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화요일은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화요카페'라는 식료품을 나누어주는 날인데,

시간을 정하여 줄 세우지 말라고 지적한 바 있었다,

그 뒤로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나누어 준다는 공고로 바뀌더니, 다시 원 위치.

아무래도 보여주기 식 생색내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싶다.

 

 

요즘은 날씨가 극성을 부리니 얼음을 줄 때도 있으나, 냉동실이 없어 얼음 넣어 둘 곳도 없다.

그리고 몇일 전에는 선풍기를 나누어 준다는 공지도 나 붙었다.

사용하는 선풍기가 오래되어 벌벌 그리지만, 너도 나도 장사진 칠 것 같아 나서지 않았다.

 

 

사실, 이 더위에 선풍기 없는 쪽방이야 있겠는가?

문제는 운신하기도 힘든 좁은 방에 선풍기가 두 대나 있는 사람도 있고,

어떤 주민은 받은 선풍기를 장사꾼에게 5천원이나 만원에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수요 조사는 커녕, 주민 실정도 모르며 생색내기 급급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지난 6일은 일인용 댓 자리를 나누어 준다는 공지가 붙어 어쩔 수 없이 줄을 섰다.

자고나면 요가 땀에 젖어 꼭 필요한 물품이었는데, 남은 선풍기까지 받는 횡재를 했.

 

날 주민들을 위한 돌다리골 빨래터개소식도 있다고 했다.

KT에서 시설을 제공하고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내는 빨래터라고 한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명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먼저 김형철 용산소방서장이 나타나 '현장응급의료안전캠프'에 모인 대원들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온누리복지재단' 이재훈목사, 박원순 서울시장, KT 황창규 회장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동자동희망나눔센터에 들려 더위를 식히고 있던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봉사요원들이 준비해 둔 수박화채를 주민들에게 담아주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들이 앞 다투어 사진을 찍어댔다.

주민들 화채 나누어주는 일보다, 사진 찍는데 더 신경 써는 진풍경이었다.

 

 

사진 찍기가 끝나니, 봉사자들에게 국자를 넘겨주고 빨래터 개소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민들과 취재기자들까지 뒤 엉켜 혼란스러운 빨래터는 '홈리스 주거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는데,

윤애숙씨는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대응하고 쪽방지역 재생계획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과의 정식면담 요청은 차후에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일부 주민들은 쪽방에 직접 들어와 봐라”, “더워 못 살겠다는 불만을 쏟아내며,

보여주기 식 행사는 그만하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 와중에서도 예정된 행사는 진행되었다.

용산소방서에서 준비한 소방호스로 물 뿌리는 이벤트도 벌였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 언덕 길 2-30m 뿌렸다.

뿌릴려면 주민들이 모이는 공원에 뿌려야 할것 아닌가?

지난 번 김부겸장관이 왔을 때도 살수이벤트를 벌였는데, 다들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제 빈민들을 들러리로 내 세우지마라.

진정으로 가난한 빈민들을 걱정한다면 전문가들과 머리 맞대어,

실질적인 일을 고민하고 집행하라.

 

사진, / 조문호

 

 

 

 

 

 




요즘의 쪽방 사람들은 참고 견디는 인내의 한계가 어디인지 실험하는 것 같다.

다들 찜질방처럼 발가벗고 살지만, 아무도 탓하는 이는 없다.

후덥지근하게 돌아가는 갇힌 바람은 선풍기가 아니라 온풍기다.

뜨거운 바람이 거슬려 잠간이라도 선풍기를 끄면 땀이 팥죽처럼 흘러내린다.

건물이 햇볕에 잘 달구어져, 찜질방이 쪽방을 형님이라 부를 지경이다








그렇지만 다들 폭염을 견뎌내는 그들만의 노아우가 있다.

한계에 부딪히면 화장실에 가서 물 한 두 바가지 뒤집어쓰면 되고,

그도 안 되면 술 한 잔 마신 후, 공원이나 바람 통하는 그늘에 뻗어버리면 된다.

그렇지만, 쪽방 사는 사람들도 가오가 있어, 아무데나 눕지는 않는다.

더워 곤죽이 되어도 견딘다. 그래서 여름철은 노숙하는 친구들이 상팔자다.






옆 건물의 이기영씨는 무더운 여름 나는데, 이골 난 사람이다.

덥다고 생각하면 더 힘드니, 아예 신경을 끈다는 것이다.

가끔 찬물 적신 타올로 몸을 식히지만, 이열치열이라며 운동까지 한다.

나더러도 근육 운동을 하라지만,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다.

이기영씨는 몸에 살이라도 남았지만, 난 뼈다귀뿐이라 개 달라 들 까 두렵다.





다들 지하철로 가면 시원하게 지낼 수 있건만, 끝가지 방에서 버티는 곰들이 존경스럽다.

옷을 몸에 걸치는 순간 땀에 젖기도 하지만,

비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더운데 힘만 빠져, 가만있는 게 상책이란다.







지난 토요일은 대전에 작업실이 있는 조성기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 서울역에 왔는데, 동자동 있으면 같이 식사나 하시죠?”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지라, 움직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당가에 내려가니 다른 분과 같이 왔는데, 안면이 많아 보였다.

예전에는 포항에서 사진을 했다지만, 지금은 군부대에 근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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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씨는 미술은행에 사진을 한 점 팔게 되었다며, 액자 맡기러 서울 왔다고 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경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조금이나마 숨통이 터일 듯 했다.

고등어구이에다 시원한 냉커피까지 얻어 마시며, 더위를 피하는 시간이 되었다.






손님들이 떠난 후 지하도로 내려갔더니, 처음 보는 사내가 지하도를 안방처럼 누워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그런지, 맛이 살짝 간 것 같았다.

노숙을 해도 최소한의 예는 갖추어야 하는데, 저러다 역무원에게 쫓겨난다.

저런 게 민폐라는 것이다. 다른 노숙자까지 힘들게 하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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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0일 현장에서 만난 강호씨가 포즈를 취했다.



이 무더운 여름철에 부식 타느라 줄서서 기다리는 쪽방 주민들 보니 또 속이 뒤집어진다.

지난 해 정수현 소장 때, 핏발 세워 가며 간신히 시정한 줄 세우지 않기가

올 2월부터 ‘온누리복지재단’ 김갑록 소장 팀으로 바뀌며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쪽방 주민들에게 식료품이나 물건을 나누어줄 때, 시간 정해 줄 세우지 말고 날자만 고지하라.

전담 직원이 출근하는 시간부터 퇴근하는 시간까지 편한 시간에 찾아가게 하라.

몸이 불편하여 나오지 못하는 분도 많은데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주민들을 타자화하여 자립심을 잃게 한다.

양이 부족할 것을 염려하는지 모르지만, 등록된 주민 수만큼 분량을 확보한 후 지급하던지,

그렇지 않다면 주민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차례대로 지급하면 될 것 아닌가? 



지난 6월26일, 김치 받으려는 주민들의 행렬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나와 길게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너희들은 보기 좋더냐?

더구나 요즘은 장마철이라 비도 잦지만, 노인들이 무더운 햇볕에 노출된다는 게 만만치 않다.

주는 입장에서는 하는 일을 떠 벌여 과시하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받는 사람들 입장은 죽을 맛이다.

아무리 거지지만 거지 취급받는 꼴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줄을 세우게 되면 받는 사람은 두 번씩도 받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줄서기 싫어하는 주민들은 받지 못하니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나누어 준 후, 찾아가지 않는 분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화도 해 보고,

이상이 있다면 방문해 보는 것이 원칙 아닌가? 혼자 지내다 고독사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제발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행정을 펴라.

부족분도 재고도 없애기 위해, 들어 온 물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편의성은 있겠지만,

항상 주민들 입장부터 생각하라.



비가 온 지난 6월26일, 김치 받으려는 주민들의 행렬



그리고 어떤 물품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지원되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라.

보내는 분의 고마운 뜻을 알아야 할 권리도 있지만, 그런데서 비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매주 화요일에 지급하는 부식 나눔을 지켜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었으나,

지난 달부터 동자동 사진을 더 이상 SNS에 올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공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 6월19일, 계란10개를 타오는 주민 모습


몇 개월 전 ‘동자동사랑방‘에서 벌인 어버이날 행사 때 있었던 일이다.

작년 추석 이후에 찍은 사진을 나누어 주는 빨래줄 전시를 하는데,

'사랑방조합' 김정호씨가 전시를 제지해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나, 지나고 보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떠 벌려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번거롭더라도 찾아다니며 전해 준다면 그 보다 좋을 수 없다.

사실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사진촬영에 반감 가진 주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퍼포먼스 성격의 의도도 깔렸다는 것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서 일 년에 두 번씩 해왔던 빨래줄 전시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은 찍을 필요도 없지만, 사진 값도 절약된다.




비가 온 지난 6월26일의 주민들



그리고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와 ‘동자동 사랑방’ 카페에 부지런히 올려 온

사진과 글도 가급적 올리지 않기로 작정했다.

한 두 사람의 반감보다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구책이다.

이젠 올려도 공익을 위한 알림이나 본인의 요구에 의한 사진이나 글만 올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왜 올리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있다.

시시콜콜 동자동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들이 찍힌 사진까지 올라와 은근히 기다렸는데,

요즘은 ‘동자동사랑방’ 카페에 들어가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나눔의 현장에서 만난 강 호씨도 그 이야기를 꺼내며,

자기사진이라도 올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식 올리지 못한 사정을 이야기하다보니, 말이 길어져 버렸다.



양파10개를 나누어준 7월3일, 주민들은 나누어주는 오후1시 30분이 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한 번 ‘서울역쪽방상담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 이상 주민들을 뙤약 볕에 줄 세우지마라.
언제까지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을 계속할 것인가?

이 또한 우리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 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무김치를 나누어준 7월10일의 주민행렬

















몇일 전 '동자동 희망나눔센타'에 들렸더니, 주민들이 종이공예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요즘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붓글씨, 종이공예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가르치고 있다.
돈벌이와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보람 있는 여가생활로 작가적 품성을 기르는 것이다.




입구에는 임대주택 이주자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신청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임대주택 이야기에 다들 손사래를 쳤다.
“어렵게 사는 것이야 마찬가진데, 방 좀 넓다고 대수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도 없는 모르는 곳에 징역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좁고 후진 쪽방이지만, 밥 한 끼라도 얻어먹기 편하고,
아는 사람 많은 쪽방에서 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역이라는 교통이 좋은 점도 작용하는 듯 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연명하니, 그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살면 얼마나 살 거라고, 그냥 한 곳에서 살고 싶은 거다.
가족도 친구와의 연락도 끊겼는데, 가면 외로워서 못산다고 했다.




신청마감일이 지난 23일 다시 들렸더니, 마감일은 내일까지 연기되어 있었다.
아래 공고를 참고하여 넓은 공간이 필요한 주민은 서둘러 신청하기 바란다.
짝이라도 있는 분은 비좁어 살 수 없지 않은가?

사진, 글 / 조문호







입주신청 받는 임대주택














어제는 비오다햇볕나는 등, 날씨가 지랄 같았다.

달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어 쫓겨난 친구가 얼마 전 쓰레기장 옆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비 때문에 이불이 젖게 되어, 응급조치로 천막을 치게 된 것이다.

그 것도 이사라고 집들이 한다며 막걸리 4병과 꽈배기 한 봉지를 사들고 갔다.



 

주인은 보이지 않고, 서울역 노숙거사 이덕영을 비롯하여 이경환, 김동진, 정용성 등

몇 사람이 딸막딸막한 술병을 놓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그들이 집들이 술을 다 빨아 버렸다.



이덕영을 알게 된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2016년 가을에 처음 만나 찍은 사진이 바로 카메라는 칼이다사진집 표지에 실린 것이다.

일 년 전, 그에게 사진을 뽑아 주었으나, 노숙자 신세라 보관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 그 사진 한 장 더 뽑아줘라고 다그치길래

사진 대신 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갑내기인 김동진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동사무소 복지과에 가서 이빨부터 하란다.

자기도 이빨이 없어 동사무소 도움으로 말짱해졌다며 자랑했지만, 난 구제 받을 급수가 아니다.

이빨이 없으니, 키스를 해도 걸리는 게 없어 좋더라고 했더니, 배꼽을 잡는다.

"지들이 게 맛을 알기나 하려나."


 

이덕영과 이경환은 천원 짜리 지폐한 장 놓고 가위 바위 보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그 돈으로 막걸리 사서 같이 마시겠지만, 술을 쏘는 갑이 되고 싶은 거다.



그런데, 결핵검진 받은 사람은 라면을 다섯개 추가로 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얼마 전, 안 해도 될 결핵검사 받아 탄 라면을 원용희씨에게 준 일이 있었다.

그게 불법이라면 천 번이라도 법을 어기겠다는 글을 올린적도 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경환이 이천원만 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돈 가지러 갔다 오며, 쪽방상담소에 라면 타러 갔더니,

여러명이 서예연습 하느라 한창이었다

 노숙자는 라면 끓일 불판도 없어, 청소하는 할매에게 받은 라면을 드렸다.



김용만는 고물하나 주워, 모터 빼내기 위해 드라이브로 나사구멍을 열심히 쑤셔댔다.

자기 일처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홍홍임 아짐의 모습이 정겹더라.


 

돈 만진 김에 어버이날  성금 내러 동자동 사랑방에 들렸다가. 그 앞에서 노닥거리는 유한수, 강명국씨를 만났다.

행사는 며칠 남지않았는데, 뽑을 사진도 골라놓지 않고, 사진 주겠다는 생색만 내고 다닌다.

빌어 붙을 데라고는 마음 약한 정영신씨 뿐이니, 하해와 같은 선처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이번 빨래줄 전시와 관련해 양해구할 일이 하나 있다.

몇일 전 혼자 이야기로,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할 빨래줄 사진 걱정을 했는데,

도와주겠다는 분들 전화나 댓글이 여럿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연은, 결코 떠벌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빨래줄 전시지 사진을 전해주기 위한 방법인데,

자칫 일이 부풀려지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동네 주민들 잔치로,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또 한가지 해명해야 할 것이 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는 나의 사진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메주알 고주알 사적인 생각들을 올리는데, 이걸 페북에 연결하다보니,

때로는 오해를 빚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작가란 양반이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올려?”

좋은 사진 한두 장만 올리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으나, 그건 내 뜻을 몰라 하는 소리다.



 

그 사진들은 나의 사진이 아니라, 찍힌 분들의 사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힌 분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더 우선인 것이다.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알 수가 없어, 모든 사진을 올릴 뿐이다.

또한 내가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빨래줄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그들이 좋아 할 사진이나 영정사진을 뽑는다.


 

사진의 작품성 운운하는 웃기는 소리 제발하지마라.

내 사진은 예술이나 작품이길 단연 거부한다.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길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순간순간을 기록할 뿐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나 빨래줄 전시에 관심 있는 분은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된다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가져와, 자식 없는 불쌍한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려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은 분이라면 대환영이다.

 

57일 오전 열시부터 오후 두시까지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 조문호


























지난 6일 ‘동자희망나눔센터’ 2층에서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관하는 반상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열렸으나 주민회의에 참석한 분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하여 끝날 때 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든 것이 고작 11명이었다.





왜 이리 ‘동자동사랑방’을 비롯한 각종 모임에 주민들의 참여가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예년 같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가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이다.

동자동에 재개발조합이 들어서며 부터 생겨나는 이상한 현상이다.

쫓겨 날 것이 걱정되면 자주 모여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일자로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을 비롯하여 전 직원이 교체된 것도 관계있을 것이다.

운영을 맡았던 지난번 소장 정수현 팀이 물러나며, '빅이슈'의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운영을 맡았기 대문이다.

김갑록씨가 소장으로 부임하고, 실장에 전익형씨, 복지사에 이선영씨로 바뀌면서 생기는 공백인 것 같았다.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면 자치회의 회장도 바뀌는지 그들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선출한다고 하였지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온갖 똥 폼 잡아가며 거들어주는 완장부대도 보이지 않았다.

도와주는 것이야 좋지만,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월권이 늘 눈에 거슬렸는데, 안 보이니 속이 시원하다.


상담소에서 주는 특혜가 없어서 일까? 아니면 새 운영 팀에 반감을 가졌을까? 



 



이 날 김갑록소장은 출장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익형 실장이 자상하게 회의를 끌어갔다.

자치회의라기 보다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쳤지만, 의욕은 넘쳐보였다.

일단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했으나, 앞으로 주민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펼칠지 지켜 볼 일이다.






화요일에는 오후1시부터 1시30분까지 새꿈공원에서 ‘화요카페’를 열어 티타임을 갖는다는 소식도 주었고,

17일에는 방충망을 설치해 주고, 19일엔 삼성에서 나와 설렁탕 1,000그릇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도 하였다.

그런 공지야 벽보로도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중단된 쪽방주민들에 대한 반찬지원부터 조속히 재개하기 바란다.






그 날 주민회의 참석자들에게 라면 한 박스와 건조한 피부에 사용하는 크림을 나누어 주었다.


다들 힘내어 우리의 권익을 위해 함께 싸우고, 살기 좋은 동자동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
“동자동 사람들, 화이팅~”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번 정선에서 돌아와 동자동에 갔으나
옆방에 사는 연영철씨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져 입원한지 보름 쯤 되었단다.
목뼈가 부러지는 등 다친 곳이 많아 중태라고 했다.




건물 계단이 가파른데다 잡을 곳이 없어 늘 조심스런 곳인데,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들 비슷 비슷한 쪽방촌의 계단에 손 잡는 줄이라도 달아주면 좋을텐데,

'서울역 쪽방상담소'도 '동자동 사랑방조합'도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다.




걱정되어 병문안 간다는 게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지난3일에야 정선덕씨와 함께 입원한 ‘보라메’병원을 찾아 갔다.




정해진 병실에 들렸더니,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꼼짝 못하고 눈만 말뚱거렸으나, 날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삶에 애착이 없으니,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환갑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홀 애비다.
사람이 그리운지, 그의 방은 유달리 야한 사진이 많이 붙어있다.
혈육이라고는 누님 한분 계시지만, 소식 끊긴지가 오래란다.




쪽방 사람들은 입원하면 뒷바라지 해줄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간병인이란 엄두도 못 내지만, 가끔은 심부름 할 사람이 필요하다.
혈육도 돈도 지식도,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무소유의 자부심도
이지경 되면 죽는 것이 상책이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셋방의 달세라도 아끼려 모든 짐을 포기했다.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아래층의 송범섭씨에게 맡기며,
방에 있는 짐은 모두 버려달라고 부탁했단다.




냉장고와 티브이만 고물상에 넘겨주고, 모든 짐은 쓰레기가 되었다.
사람이 죽었을 때나 볼 수 있는 방 정리가 토요일에 이루어졌는데,
그 작은 방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귀가 막혔다.




과연 이 세상에 신이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그냥 편안하게 눈감게 해주지, 왜 끝까지 고통을 주나?
평생을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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