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랜만에 동자동에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밀린 일을 하고 있는데,
옆방의 정선덕씨가 음식 타는 냄새가 난다며 문을 열었다.
우리건물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옥상에 올라갔더니,
옆 건물 옥탑 방에 불이 붙고 있었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방차 사이렌소리에 밑으로 내려갔더니,
서울에 있는 소방차가 다 왔는지, 온 동네에 소방차가 깔려 있었다.
옥탑 방이라 옮겨 붙을 곳도 없었기에 빠르게 불길은 진압되었다.
누구의 방인지는 모르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다들 전기시설이 허술하여 누전으로 불이 났을 확률이 많다.
그것도 불구경이라고 조인형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몰려 나왔다.






그 무렵, 시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자동에 왔는데, 어디 있냐는 것이다.
이 친구는 세 차례나 왔으나, 올 때마다 골목을 헤맨다.
중국집 골목에서 헤매는 그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사가지고 온 치킨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정선에서 죽을 고생한 이야기 풀어가며 노는 것은 좋았으나, 밀린 일 때문에 마음이 다급했다.
내일 밤늦게 다시 정선 내려가야 하는데다, 9일 만에 컴퓨터를 만났으니 얼마나 할 일이 많겠는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막걸리 한 병으로 끝냈지만, 어쩌겠는가?






무슨 대단한 일한다고 찾아 온 손님조차 빨리 보내야하는지 모르겠다.
죽을 때가 되어 마음이 조급한 건 아닐까?





그를 배웅하고 다시 4층으로 올라오니 낡은 건물이 눈에 밟혔다.

재개발 되면 정들었던 이 건물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행여 기억의 끈이라도 될까하여, 몇 장 찍어두었다.




새 것보다 헌 것을 좋아하는 난 분명 또라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7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송년잔치가
동자동 나눔의 집에서 열렸다.
실내에서 한다기에, 좁은 장소에 다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정해진 오후5시쯤 나가려니, 벽을 가린 무스탕 외투가 눈에 들어왔다.
몇일 전 친구가 날 입으라고 전주에서 가져온 옷이지만,
진즉 다른 사람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난, 부티 나는 옷 자체를 싫어하는데다,
아무리 거지로 살아도 내 스타일의 색깔이 있는데,
얼어 죽으면 죽었지 아무 옷이나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친구에게 전화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더니, 양해했다.






송년잔치에서 전해 주기위해 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고 나갔다.
누가 부티 나는 옷을 좋아하며, 제일 춥게 입었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요즘은 가볍고 따뜻한 옷들이 많아 다들 잘 챙겨 입고 나왔더라.
그 중, 걸어오는 김용만씨가 예비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저자가 임자다 싶었다.






이 옷을 입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좋아했다.
벗어 주었더니, 그 옷을 걸쳐 입은 채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딜 갈까? 궁금했으나, 사람들 만나느라 잠시 잊어 버렸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다시 돌아 왔는데, 그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옷을 다른 사람 주었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올 구정에 고향 갈 때 입으려고 방에 모셔두고 왔다는 것이다.
아낄 필요 없이 입다 구정에 입으면 될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예비군복도 그 친구 패션 스타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동자동 나눔의 집’은 이층과 지하까지 동네사람들로 꽉 찼다.
비좁은 틈사이로 정수현소장을 비롯한 상담소 직원들이 잔치 준비하느라 분주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뷔페 음식을 1층 주변에 잔뜩 차려놓았다.
음식을 담아가기 위해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을 정도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 가까이 가려했으나,
새치기 하는 줄 알고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사정을 이야기하여 간신히 음식 너머까지 진입했는데,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음식들이 즐비했다.






음식을 담던 한 사람이 이건 뭐냐고 물어 보기에 육회라고 했더니,
맛을 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 냉동된 육회를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는데,
하기야! 부폐 음식을 먹을 기회가 어디 있었겠는가?






다들 질서를 지켜가며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가 맛있게 먹었다.
모처럼, 복에 없는 음식으로 목에 때 벗기는 거룩한 송년잔치가 되었다.






식사를 끝낸 분들은 선물을 주었는데, 받는 사람이 선택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후원 물품이 들어왔으나, 량이 적어 나누어 주지 못한 것들을 가게처럼 펼쳐놓고,
필요한 물건을 한 가지씩 골라가게 한 것이다.
샴푸, 치약, 문풍지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난 비닐 랩을 챙겨왔다.






식구처럼 다 함께 식사하며,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무리했는데,
새해에는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2017년 11월 21일 (화) 18:43:13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동자동 쪽방촌 주민 등 300여 명 참가,신명과 봉사 한마당 펼쳐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 지난 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남영동과 ‘남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련한 이날 축제는 만추의 낙엽이 흩날리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려 한층 가을의 정취를 더 했다. 주민 300여명이 나와 함께 어울린 흥겨운 잔치였다.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의 난타그룹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맨 먼저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조 난타그룹의 춤추는 난타가 공원을 들썩이며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자 이상훈씨의 내빈소개로 단상에 오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도덕과 예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의 현실을 걱정했다. 한편으론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들의 망동을 꾸짖기도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만이 아니라 남영동 주민들도 더러 참석했다. 이 날은 신명나는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도 이어졌다. ‘용산보건소’에서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체크 및 건강 상담을 하며 응급체험관을 운영했고, ‘쎄아떼미용전문학원’ 봉사단들은 주민들의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씨아떼 미용전문학원 봉사단에서 주민들의 머리 손질을 하고 있다



한쪽에선 스리랑카 음식 체험도 하고, ‘남영동새마을부녀회’에서는 우동과 녹두전의 음식 나눔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인형, 매듭, 향초, 차 등 공예품을, ‘소망을 찾는이 교회’는 한지공예품과 무공해농작물을 판매하는 등 프리마켓을 열어 온 공원이 시끌벅적했다.


    

▲동자동 정용성씨의 행복한 표정



무대에서는 은지노래와 백댄서 춤이 어우러지는 색스폰 연주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만들었고, 김기환씨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를 트럼펫으로 구성지게 불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가수 한경아씨가 주민들에게 농담을 건낸다



최현선씨를 비롯한 4인조의 오카리나연주에 이어 가수 한경아, 김영남, 김시연씨가 나와 다들 좋아하는 트로트 곡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는데,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인기곡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포크가수 주석렬씨의 정겨운 노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숙인밴드 ‘민들레’는 최헌의 ‘오동잎’으로 쓸쓸함을 달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노숙인밴드 '민들레'가 '오동잎'을 연주하고 있다



이 날 주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켜 어께를 들썩이게 한 것은 단연 음악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며 즐겁게 한 것은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게임을 벌여 주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인 레크레이션이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한 효과도 있었지만, ‘신바람 나는 복지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취지와 같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 나누고 협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신발 차 넣는 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해진 공연 중간 중간에 주민들의 장기자랑을 넣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틀에 박힌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친근한 주민들의 노래와 장기자랑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주민들이 '가위 바위 보'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모처럼 ‘서울역쪽방상담소’와 ‘동자동사랑방’ 등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멋진 동네잔치였다. 쪽방에 갇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동네 분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루였다.








동자동 새꿈 공원에도 겨울의 세찬 바람이 분다.
동자동 사람들의 유일한 놀이터나 요즘은 주민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술 없이는 못 사는 몇몇만 술기운에 추위도 잊은 채 마실 뿐이다.


나 역시 날씨가 추우면 밖으로 잘 나가지지 않는다.
내가 컴퓨터와 놀듯,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 채널 돌려가며 지낼 것이다.






지난 23일은 목요일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밑반찬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9월7일부터 11월23일까지 열 차례 나눠 준 마지막 반찬 타는 날이다.


타는 사람이야 가서 바로 받아오면 되나 길거리에서 나누어주는
쪽방상담소 직원이나 봉사하는 송범섭씨는 두 시간 동안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추운 날은 실내에서 나누어준다면 덜 미안할 텐데, 받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제부터 다시 줄지는 모르나, 그동안 쪽방사람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쪽방에 살려면 쌀과 반찬만 있으면 연명하는 대는 지장 없기 때문이다.
다들 부엌이 없어 라면이나 끊여 먹는 현실에 밥해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나누어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있겠나?






이제 김장김치로 겨울을 나겠지만,

반찬 나눔이 쪽방 주민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지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비좁은 방에 살다보니 생활자재들도 자칫 짐이 될 경우가 많지만,
식료품 지원은 곧바로 돌아가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동자동에 들어와 두 번째 겨울을 맞지만,
그동안 가장 고맙게 생각한 것이 바로 밑반찬 나눔과 빵 나눔이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주는 빵 나눔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데 놀랐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순서대로 나누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하루에 하나씩만 먹으면 일주일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제공하는 김장김치, 밑반찬 나눔이나
‘한강교회’의 빵나눔이나 두 군데 모두 운영에 장단점이 있다.


빵은 누구나 얻어먹을 수 있는 반면 줄을 세우고,
밑반찬은 줄을 서지 않는 대신 사전에 신청된 사람에 한해 나누어 준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일 년 가까이 놓치다, 올 9월에서야 처음으로 신청해 받아먹었는데,
그냥 지나칠 끼니를, 그 때문에 해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맙고, 고맙다!
내년에는 좀 더 따뜻하게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듣고, 보고, 말하다’라는 서울 복지 박람회가 열렸다.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웠다.

‘듣고, 보고, 말하다’ 였지만, 귀도 얼고 입도 얼어 소통이 되지 않았다.

봄 가을, 좋은 계절 다 두고, 왜 이 추운 날 야외광장에 끌어 모았을까?

가난한 서민들은 추워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인가?






동자동 쪽방 주민들도 선물 준다는 미끼에 걸려 50여명이나 나갔으나, 추워 어쩔 줄을 몰랐다.

함께 간 ‘서울역쪽방상담소’ 정수현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서서 무릎에 덮을 수 있는

담요를 나눠주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별 도움되지 않았다.





도시락도 나누어 주었으나, 너무 추워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았다.

먹다 말고 덮었는데, 정용성씨가 자기 도시락까지 먹으라며 안겨주었다.

그 추운 가운데도 다들 부스마다 돌아다니며 자질구레한 경품 받느라 바빴다.

가져간들 다 쓰레기에 불과 할 텐데...





복지에 대한 바램을 적어 나무에 메 달면 휴대용 칫솔을 주거나,

뺑뺑이를 돌려 해당된 항목의 프레임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 조그만 견과류를 주는 식이었다.






새파랗게 경직된 이성 구로구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오죽하면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도 간단했다.

서울의 복지정책을 알리기 위해 어제 밤에 잠 안자며 두 시간 동안 쓴 원고지만,

이메일이나 다른 방법으로 전해주겠다며,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았다.

양천구는 50대 이상 남성 고독사 방지와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홍보하였고,

중구는 쪽방촌 공동사업장 ‘꽃피우다’를 소개했다.





광진구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자녀동반근무제 키즈룸’을 내 놓았다,

그 외에도 복지 관련 협회, 복지시설,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체험‧홍보 부스가 마련되었고, 

복지정책에 대한 법률ㆍ세무상담 서비스도 있었으나 날씨가 추워 제 기능을 못했다.






가수 홍진영씨의 축하공연에 이어 여덟명의 서울형 대표 복지사업 참여자들이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롯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청년수당,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등

여덟가지 의 ‘복지 이야기’로 다양한 체험 사례를 들려주었으나, 쇠귀에 경 잃기였다.






‘이제 말로 하는 복지정책은 집어치우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펴라“


사진, 글 / 조문호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 지난 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남영동과 ‘남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련한 이날 축제는 늦가을의 낙엽이 흩날리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려 가을 정취가 한층 더 했다.

주민 300여명이 나와 함께 어울린 흥겨운 잔치였다. 




  


맨 먼저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조 난타그룹의 춤추는 난타가 공원을 들썩이며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자 이상훈씨의 내빈소개로 단상에 오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도덕과 예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의 현실을 걱정했다.

 



  


행사장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만이 아니라 남영동 주민들도 더러 참석했다.

이 날은 신명나는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도 이어졌다.

‘용산보건소’에서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체크 및 건강 상담을 하며 응급체험관을 운영했고,

‘쎄아떼미용전문학원’ 봉사단들은 주민들의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한쪽에선 스리랑카 음식 체험도 하고, ‘남영동새마을부녀회’에서는 우동과 녹두전의 음식 나눔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인형, 매듭, 향초, 차 등 공예품을 내놓았고,

‘소망을 찾는 교회’는 한지공예품과 무공해농작물을 판매하는 등 프리마켓을 열어 온 공원이 시끌벅적했다. 



  



무대에서는 은지노래와 백댄서 춤이 어우러지는 색스폰 연주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만들었고,

김기환씨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를 트럼펫으로 구성지게 불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최현선씨를 비롯한 4인조의 오카리나연주에 이어 가수 한경아, 김영남, 김시연씨가 나와

다들 좋아하는 트로트 곡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는데,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인기곡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포크가수 주석렬씨의 정겨운 노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숙인밴드 ‘민들레’는 최헌의 ‘오동잎’을 연주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날 주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켜 어께를 들썩이게 한 것은 단연 음악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며 즐겁게 한 것은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게임을 벌여 주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인 레크레이션이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한 효과도 있었지만, ‘신바람 나는 복지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취지와 같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 나누고 협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해진 공연 중간 중간에 주민들의 장기자랑을 넣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틀에 박힌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데만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친근한 주민들의 노래와 장기자랑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모처럼 ‘서울역쪽방상담소’와 ‘동자동사랑방’ 등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멋진 동네잔치였다.

쪽방에 갇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동네 분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오층 집 옥탑 방에 사는 황춘화, 정용성 모자는 참 착하게 산다.
눈을 벌겋게 뜨고 설쳐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착한 사람의 인생이란 보나 마나다.
이리 당하고 저리 당하며, 동대문에서 양동으로 마지막 쫓겨 온 곳이 동자동 옥탑 방이다.






통장에 돈 한푼 없지만, 기초생활수급비로 겨우겨우 산다.
두 사람이 매일 마셔대는 소주 값도 장난 아니다.
한 달에 70만원 받아 23만원 방세 제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술값으로 날아간다.
이 험악한 세상에 취하지 않고 어찌 버틸 수 있으랴!






술이 슬픔을 날려주니, 매일 웃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마흔여섯이나 된 아들이지만, 여자라고는 엄마 밖에 모른다.
밤 낮을 술친구로 엉켜 사니, 두 모자는 늘 행복하다.
엄마 품보다 더 따뜻한 품이 어디 있겠냐?






지난 7일은 이른 시간부터 두 모자가 취해 있었다.
정용성씨가 나를 보자 자랑부터 해댔다.
“20킬로 쌀을 두 포나 받았어. 19일에는 김치도 10킬로 준대”
돈만 생기면 술값으로 탕진하니, 집구석에 먹을 게 남을 리 만무했다.






올 겨울을 날 수 있는 쌀과 김치를 해결했으니,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술이 좋아도 목구멍에 풀칠은 해야 살지 않겠나.
기분이 좋은지, 엄마는 술이 남은 데도 소주를 두병이나 사오고,
용성이는 담배 값 없다는 사내의 투정에 남은 삼천 원마저 꺼내 준다.



 


동자동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있는 사람이 베풀며, 하루를 다 같이 즐기는 것이다.






두 모자가 주연으로 나온 술자리는 여러명이 조연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한 쪽에서는 내일 벌어 질 축제 준비하느라 바빴다.
김정호, 김정길, 유영기씨가 무대에다 레드 카펫을 깔고 있었고,
'동자동 사랑방' 선동수간사는 차를 끌고와 짐을 실어갔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술 취한 두 사내가 싸움이 벌어졌다. 
가끔 있는 일이긴 하나, 스트레스 푸는 운동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싸우다 금방 술을 나누기도하니, 원한도 감정도 없는 그런 싸움이다.
그래도 싸움 판은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황춘화, 정용성 두 모자가 달라붙어 열심히 싸움을 말리는데,
사발통문 돌리던 쪽방상담소 정수현소장 까지 거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약한 여인네가 취객의 주먹질에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설까?
기어이 두 사람을 때어 놓으니, 죄 없는 술병에 분풀이를 해댄다.





시멘트 바닥에 축포처럼 터트린 맥주병으로 '동자동 블루스'의 막을 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오후 무렵 동자동 새꿈 공원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만남의 집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하고 있었고, 한 쪽에는 술자리가 벌어졌더라.

한 아주머니는 예방접종에 선물 준다는데, 이미 맞았다며 아쉬워했다.


 

공원에서 술 담배를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름만 새꿈 어린이공원이지 사실상 노인들 공원이다.

그 날도 공원 술자리에 경찰이 슬며시 다가가 술병을 옮겨 주겠다고 하니,

다들 공원 밖으로 옮겨갔다.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길바닥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재화씨는 어디에 다녀 올 때가 있는지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오고,

김정호씨는 골목을 걸어 나오며, 소보로빵 한 개를 전해준다.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지만, 빵 좋아하는 나에게 자기 몫을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이는 술 좋아하는 용성이 더러 술 값하라며 돈을 준다.


 

다들 돈은 없지만, 사람 냄새나는 곳이 동자동이다.

때로는 세상 풍파에 달라붙은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소통 없는 요즘 세상에, 시시콜콜 속내 털어 놓으며, 서로 사는 것을 확인한다,

술이나 담배, 심지어 돈까지도 나눈다.

어쩔 수 없어 돈을 체념했는지 모르지만, 욕심을 버렸으니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살 부대끼며, 이렇게 정 나누는 달동네가 요즘 어디 있나?

, 그래서 동자동이 좋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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