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송년잔치가
동자동 나눔의 집에서 열렸다.
실내에서 한다기에, 좁은 장소에 다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정해진 오후5시쯤 나가려니, 벽을 가린 무스탕 외투가 눈에 들어왔다.
몇일 전 친구가 날 입으라고 전주에서 가져온 옷이지만,
진즉 다른 사람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난, 부티 나는 옷 자체를 싫어하는데다,
아무리 거지로 살아도 내 스타일의 색깔이 있는데,
얼어 죽으면 죽었지 아무 옷이나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친구에게 전화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더니, 양해했다.






송년잔치에서 전해 주기위해 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고 나갔다.
누가 부티 나는 옷을 좋아하며, 제일 춥게 입었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요즘은 가볍고 따뜻한 옷들이 많아 다들 잘 챙겨 입고 나왔더라.
그 중, 걸어오는 김용만씨가 예비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저자가 임자다 싶었다.






이 옷을 입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좋아했다.
벗어 주었더니, 그 옷을 걸쳐 입은 채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딜 갈까? 궁금했으나, 사람들 만나느라 잠시 잊어 버렸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다시 돌아 왔는데, 그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옷을 다른 사람 주었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올 구정에 고향 갈 때 입으려고 방에 모셔두고 왔다는 것이다.
아낄 필요 없이 입다 구정에 입으면 될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예비군복도 그 친구 패션 스타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동자동 나눔의 집’은 이층과 지하까지 동네사람들로 꽉 찼다.
비좁은 틈사이로 정수현소장을 비롯한 상담소 직원들이 잔치 준비하느라 분주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뷔페 음식을 1층 주변에 잔뜩 차려놓았다.
음식을 담아가기 위해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을 정도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 가까이 가려했으나,
새치기 하는 줄 알고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사정을 이야기하여 간신히 음식 너머까지 진입했는데,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음식들이 즐비했다.






음식을 담던 한 사람이 이건 뭐냐고 물어 보기에 육회라고 했더니,
맛을 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 냉동된 육회를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는데,
하기야! 부폐 음식을 먹을 기회가 어디 있었겠는가?






다들 질서를 지켜가며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가 맛있게 먹었다.
모처럼, 복에 없는 음식으로 목에 때 벗기는 거룩한 송년잔치가 되었다.






식사를 끝낸 분들은 선물을 주었는데, 받는 사람이 선택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후원 물품이 들어왔으나, 량이 적어 나누어 주지 못한 것들을 가게처럼 펼쳐놓고,
필요한 물건을 한 가지씩 골라가게 한 것이다.
샴푸, 치약, 문풍지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난 비닐 랩을 챙겨왔다.






식구처럼 다 함께 식사하며,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무리했는데,
새해에는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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