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무렵 동자동 새꿈 공원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만남의 집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하고 있었고, 한 쪽에는 술자리가 벌어졌더라.

한 아주머니는 예방접종에 선물 준다는데, 이미 맞았다며 아쉬워했다.


 

공원에서 술 담배를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름만 새꿈 어린이공원이지 사실상 노인들 공원이다.

그 날도 공원 술자리에 경찰이 슬며시 다가가 술병을 옮겨 주겠다고 하니,

다들 공원 밖으로 옮겨갔다.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길바닥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재화씨는 어디에 다녀 올 때가 있는지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오고,

김정호씨는 골목을 걸어 나오며, 소보로빵 한 개를 전해준다.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지만, 빵 좋아하는 나에게 자기 몫을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이는 술 좋아하는 용성이 더러 술 값하라며 돈을 준다.


 

다들 돈은 없지만, 사람 냄새나는 곳이 동자동이다.

때로는 세상 풍파에 달라붙은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소통 없는 요즘 세상에, 시시콜콜 속내 털어 놓으며, 서로 사는 것을 확인한다,

술이나 담배, 심지어 돈까지도 나눈다.

어쩔 수 없어 돈을 체념했는지 모르지만, 욕심을 버렸으니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살 부대끼며, 이렇게 정 나누는 달동네가 요즘 어디 있나?

, 그래서 동자동이 좋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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