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새꿈 공원에도 겨울의 세찬 바람이 분다.
동자동 사람들의 유일한 놀이터나 요즘은 주민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술 없이는 못 사는 몇몇만 술기운에 추위도 잊은 채 마실 뿐이다.


나 역시 날씨가 추우면 밖으로 잘 나가지지 않는다.
내가 컴퓨터와 놀듯,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 채널 돌려가며 지낼 것이다.






지난 23일은 목요일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밑반찬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9월7일부터 11월23일까지 열 차례 나눠 준 마지막 반찬 타는 날이다.


타는 사람이야 가서 바로 받아오면 되나 길거리에서 나누어주는
쪽방상담소 직원이나 봉사하는 송범섭씨는 두 시간 동안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추운 날은 실내에서 나누어준다면 덜 미안할 텐데, 받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제부터 다시 줄지는 모르나, 그동안 쪽방사람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쪽방에 살려면 쌀과 반찬만 있으면 연명하는 대는 지장 없기 때문이다.
다들 부엌이 없어 라면이나 끊여 먹는 현실에 밥해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나누어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있겠나?






이제 김장김치로 겨울을 나겠지만,

반찬 나눔이 쪽방 주민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지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비좁은 방에 살다보니 생활자재들도 자칫 짐이 될 경우가 많지만,
식료품 지원은 곧바로 돌아가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동자동에 들어와 두 번째 겨울을 맞지만,
그동안 가장 고맙게 생각한 것이 바로 밑반찬 나눔과 빵 나눔이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주는 빵 나눔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데 놀랐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순서대로 나누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하루에 하나씩만 먹으면 일주일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제공하는 김장김치, 밑반찬 나눔이나
‘한강교회’의 빵나눔이나 두 군데 모두 운영에 장단점이 있다.


빵은 누구나 얻어먹을 수 있는 반면 줄을 세우고,
밑반찬은 줄을 서지 않는 대신 사전에 신청된 사람에 한해 나누어 준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일 년 가까이 놓치다, 올 9월에서야 처음으로 신청해 받아먹었는데,
그냥 지나칠 끼니를, 그 때문에 해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맙고, 고맙다!
내년에는 좀 더 따뜻하게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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