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더워서 난리를 쳤는데,
오늘은 술로 더위를 마취시켜 버렸다.
알딸딸하니 훨씬 살만하더라.






그래도 잠이 안와, 담배 한 대 물고 옥상에 올라갔다.


아이고! 깜짝이야.

건물 관리하는 정성덕씨 아지매가 먼저 자리 깔았네.






왕왕거리는 개소리에 깨어나 날 반겨주는데,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는 ‘오빠는 잘 있단다.’ 노래가 나오네.







행여 미투에 휘말릴까,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나온 김에 동네 순찰 한바퀴 돌았다.





바람 통하는 비탈 건물 명당자리에는 다들 자빠져 자고,
영달이는 더워도 그림 좋은 자리에 자리 잡았네.






새꿈 꾸려 새꿈공원에 갔더니, 아이구! 이게 왼 떡이냐?
술도 넉넉한데다, 잠 못 자는 놈들 다 모였네.






문신으로 폼 잡는 영철이를 비롯하여
추교부, 유정희 등 동자동 골통들이 판 벌여 놓았네.





삼양동 빨래터 아제가 따라주는 술을 졸라 빨아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노래는 금지다.

살아남기 위한 풍찬노숙의 철칙이다.






하나 둘 쓰러져 자기 시작해 비틀비틀 쪽방으로 기어올랐더니,
옆방의 완석이는 치질이 도졌는지 똥꼬를 내놓고 자더라.





나도 찬물 몇 박 뒤집어쓰고 기어들었으면 그냥 자빠져 자지,

또 일기 쓰느라 씰데 없는 짓거리나 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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