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브레송‘ 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 다섯 번째 사진가,
이재갑의 ‘역사, 사진을 만나다“ 전이 지난 23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시와 함께 ‘눈빛사진가선 24호로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사진집도 출판됐다.

지난 23일 오후6시30분부터 열린 개막식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 김남진관장,

사진비평가 이광수씨를 비롯해 구자호, 엄상빈, 정진호, 김문호, 박신흥, 성남훈, 이상엽,

강제욱, 마동욱, 방종모, 하지권, 이경문, 정재열, 노승장, 이은숙, 윤승준, 남 준, 곽명우,

이한구, 오혜련, 이혜숙씨등 많은 사진가 들이 참여해 전시를 축하했다.

개막식에서 사진비평가 이광수, 이규상대표가  말했듯이. 사진이 너무 좋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들이 독버섯처럼 피어 있었다.
일제의 잔재와 한국전쟁에 의해 희생된 동족의 처참한 학살현장,
베트남에서 저지른 잔혹행위와 우리민족 치욕의 현장들을 샅샅이 찾아냈다.


이재갑의 사진들은 자극적이거나 이상적으로 치장되지 않고,
조용히 대상을 관조하며 사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3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사진작업들은 하나같이 역사의 이면을 조명했다.
정면에 기록된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고 묻힌 침묵의 역사였다.
바로 국가가 감춘 치욕의 역사였다.


또한 사족을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울림이 더 크다.
울분을 삼켜야 했던 사진가의 감정이 보는 이에게 바로 전달되었다.
이건 예술지상주의에 빠진 사진가들에 대한 일대 경종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부터 광대들의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무대 뒤의 쓸쓸한 풍경을 보여주며 사진판에 등장했다.
모두들 무대의 화려함에 관심 가질 때, 그는 뒤에 숨겨진 것들을 보여준 것이다.

사회적 소수인 혼혈인 역시 냉담하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세상에 항변했다.
경산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현장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그들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과 일본에 흩어진 조선인들의
유산 작업, 베트남의 증오비 등 하나같이 패자의 한을 들춰냈다.

그는 머리로 찍은 게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작업해 왔다. 
상처투성이의 현장과 정면으로 맞서는 아픔 또한 컸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에 벗어나려 시작한 ‘뇌안의 풍경’ 역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건 기록과 기억의 역사를 넘어 개인의 주관적 기억을 담은 역사였다.   

가슴아픈 역사를 담은 대 서사시,  이재갑 ‘역사, 사진을 만나다“ 전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눈빛출판사 발행, 12,000원














개막식과 뒤풀이의 이모 저모













































































































어버이의 날에 즈음하여 다큐사진가 박병문의 “아버지의 그늘” 사진집(눈빛출판사) 출간과 전시회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려 애잔한 가족애를 일깨우고 있다.

5월6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박병문 사진전은 검은 분진으로 휩싸인 탄광촌 철암의 오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 사진들은 쇠퇴해가는 탄광촌의 현실에 앞서 광부였던 아버지를 그리는 사진가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다.

사진들을 보면 왠지 슬퍼진다. 그 삭막한 폐광에서 인간애를 느끼는 것은, 사진들이 주는 잔잔한 울림 때문이다.

사진가가 보여주려 한 것도 사라져가는 탄광의 빛바랜 풍경이 아니라 아버지가 힘겹게 살아 온 공간과,

그 안타까운 삶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올랐던 삼방동 언덕길, 빛바랜 월급봉투, 칠흑의 냉기에 휩싸인 지하막장,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까치발 건물과 분진이 날리는 저탄장 등 아버지가 살아 온 자취들이

마치 한 편의 흑백영화처럼 나른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가 박병문이 유년시절의 기억까지 들추어내며 추억 속 아버지의 발자취를 기록해 온지도 어언 십여 년이 넘었다.

꾸준히 아버지의 흔적들을 추적해 온 것은 아버지의 자취를 통해 탄광촌의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을 게다.

한 편으론 사진가의 기억을 통해, 보는 이의 아버지와 고향, 그리고 슬픈 기억들을 떠 올리게 하였다.

여지 것 탄광을 촬영한 사진가들이 여럿 있으나 대개 한 차례의 작업으로 끝냈지만, 박병문씨는 달랐다.

탄광 바깥에서 들여다 본 사진가의 시선이 아니라, 탄광은 그가 살아온 추억의 공간이고 아버지의 혼이 박힌 곳이었다.

선탄부(여자광부)에 이어 진폐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그의 다짐은 한 개인의 가족사기 전에

우리 탄광의 소중한 역사로 길이 남을 것이다.

박병문씨는 2010년 강원도사진대전 대상과 2013년 제1회 최민식사진상 특별상 대상을 받으며 사진계에 알려졌다.

2014년에는 “아버지는 광부였다”란 사진전을 열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사라져가는 탄광의 아픔을

슬픈 가족애로 이끌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새까만 얼굴에 맺힌 아버지의 눈물은 한 개인의 슬픔을 넘어

우리의 시대적 아픔으로 닥아 왔던 것이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작업은 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해 “검은 땅 우금에 서다”에 이어 또 다시 ‘아버지의 그늘’을 펼쳐 보이는 등,

아버지에게 바치는 세권의 사진집을 연이어 펴낸 것이다.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는 “기록으로 불러들인 기억 그리고 광부 아버지“란 서평에서

박병문의 사진은 아버지께 바치는 헌시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6시에 열린 사진전 개막식에는 전시작가 박병문씨를 비롯하여 ‘갤러리 브레송’ 김남진 관장,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사진비평가 이광수, 사진가 엄상빈, 황규범, 김문호, 강제훈, 김봉규, 노형석,

강제욱, 최영진, 하지권, 성남훈, 은효진, 김재영, 김가중, 정태만, 박영환, 방종모, 남 준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자리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 박병문 사진집 아버지의 그늘’ (눈빛출판사) 책표지


삼방동, 2014


삼방동, 2012년


폐가, 2007년


선탄장, 2012


대한석공, 2012년


퇴근하는 선탄부, 2007


선술집, 2007


철거 중인 철암시장, 2014


철거 중인 철암시장, 2014


눈 속의 광부 동상, 2015

 

철암 전경, 2012년


-전시 개막식 사진들-






















-전시 뒤풀이 사진-














































다큐멘터리사진가 남 준씨의 '갤러리 시이'초대전 ‘무경계(無經界)’ 개막식이

지난 16일 오후5시, 신촌 홍대부근에 위치한 ‘갤러리 사이’[02-323-0308]에서 열렸다.

난, 옛날 사진들을 급히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겨, 요즘 일에 쫓겨 산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지만, 작정한 사진전이라 모처럼 나들이를 한 것이다. 

지하철 홍대 역에서 구자호 선생을 만났다. 주말이라 사람들에 끼어 밀려 나와야 했다.

번잡함에 촌놈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내 몸은 기상측후소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려 그랬는지 아침부터 온 몸이 쑤셨는데, 진짜 비가 내린 것이다.

전시장에는 작가를 비롯하여 최은경관장, 미술평론가 홍경한씨,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구자호, 엄상빈, 김남진, 성남훈, 강제욱, 김영호, 정영신, 김재훈, 유별남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함께해 전시를 축하하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가 티베트 히말라야 산맥의 오지에 들어가 찍은 사진이었다,

종교적 신앙심 하나로 살아가는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적 풍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범접하기 힘든 오지를 여행 삼아 찍은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며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에 나오는 장면처럼, 오체투지로 찍은 것이다,


그리고 예술을 모방한 비틀어진 사진이 아니라, 정석의 앵글로 참 잘 찍었더라.

직설적인 그의 사진언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 의미를 일깨우고 있었다.

생생하게 드러난 어린이 눈동자에서 그들의 현실과 꿈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뒤풀이 장소로 옮겨서는 사진계 많은 뒷이야기들을 들었다.

유별남씨는 요즘 물의를 일으킨 장국현사진전을 반대하는 일인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연일 이어지고, 전시 작가는 '예술의 전당'전시장에 뒷구멍으로 들어가

뒷구멍으로 나온다는데, 쥐새끼같은 부끄러운 전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구자호 선생은 신문의 위기를 말하기도 했다.
10년내에 모든 신문사들이 사라진다지만, 벌써 신문사 교열부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진부는 물론 취재 기자들까지 외주업체에 위탁할 처지이고, 심지어 사무실에 컴퓨터가 없는

언론사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자가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현장에서 직접 일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조선일보' 사진부장에서 퇴임한 그가 지난 번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을 때 일이란다.

조선일보에 비엔날레 기사가 나지 않아, 4면으로 된 색션지를 만들어 신문에 나오게 하였다고 한다.

담당기자는 물론 문화부장도 모르는 대구사진비엔날레 특집이 나온 것이다.

세상, 참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사진,글/ 조문호








"내면으로 건져 올린 삶의 숨결, 시선에 덧대다."



미술평론가  홍경한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대규모 설악산사진으로,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아라아트’ 1층부터 지하4층까지 열리는 임채욱씨의 “인터뷰 설악산”에 이어
사진가 조명환씨의 NO! 케이블카 “설악산 사진전과 ”가리왕산의 나무들“이 ‘아라아트’ 3층에서는 열린다.
그리고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는 민중미술의 거목 신학철, 권순철, 민정기, 임옥상, 황재형, 고영훈, 이종구,
오치균씨가 참여하는 “리얼리즘의 복권”전도 열린다.

민중미술의 진수도 보고, 설악산 절규 들으러 인사동 나들이 하자.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임채욱씨의 “인터뷰설악산”은 1월6일부터 3월22일까지 열리고,
조명환씨의 NO! 케이블카 “설악산 사진전은 1월27일부터 2월10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인사아트센터의 “리얼리즘의 복권”전은 1월28일부터 2월28일까지 열린다.




아래는 조명환씨의 “설악산 사진전에 붙인 박인식씨의 글이다.

“철팔백만 산 사람들이여 분노하라!”

여기에 케이블카는 없다.
이 그림에 케이블카가 등장하는 순간, 산의 시공간과 동화하려던 우리 영혼의 혼불은 꺼지고 만다.
설악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올려 놓는다는 것은 관광수익 증대라는 경제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영혼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 본질이 드러난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한국인의 가장 고매한 영혼의 영역을 제 영혼마저 정치적 타산에 팔아넘긴
정치모리배들의 ‘관광개발경제가치창출’이라는 속임수에 현혹된 관광객 난장판으로 바꿔치려 하려는가.

설악의 정수리에 케이블카를 놓을 철탑을 박는 일은 자신들의 핏줄에서 산악민족의 유전자를 일찌감치 찾아 낸
이 땅의 천칠백만 산사람들 부모의 영혼에 철탑을 박는 일에 다름없다.

진정 산사람이라면 이 엄청난 음모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으랴.

분노하라! 분노의 힘으로 뭉쳐라! 분노의 힘으로 떨쳐 일어나라!
천팔백만으로 뭉친 분노의 힘으로 케이블카 음모에 당당히 맞설 때, 이미, 케이블카는 없다.
조명환의 작품이 설악의 절규를 전한다.

설악의 파멸은 한국인 영혼의 파멸이다.














정초부터 좋은 사진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스페이스22’에서 개막된 권태균씨의 유작전에서다.

 

기다린 전시였으나 인사동에서 강 민 선생님을 만나 지체되었다.

부리나케 달려갔으나 30분이나 늦었다.

    



생전의 약속 따라 첫 유고사진집을 펴낸 눈빛출판사이규상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많아 운신이 어려웠지만, 곳곳에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몇 번이고 전시된 사진들을 돌아보았다.

보았던 작품도 몇 장 있었으나, 대부분 처음 보는 사진이었다.

잊고 있던 80년대 추억들을 얼마나 끌어내는지 가슴이 애렸다.

나른한 자세로 앉아있는 세 가족의 모습에서, 그 시절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 땐 몸은 피곤했지만, 곳곳에 화롯불 같은 온정이 있어 행복했다.






어찌할꼬! 이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이건 곡마단 광고판에 적힌 문구다.

우린 그런 기구한 삶을 보며 웃고, 울었다.

행여 누가 볼가, 곁눈질하며 눈물도 훔쳤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난 권태균씨가 의령 촌놈이라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맛을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런 맛을 낼 수 없다.

우연히 한 두 컷이면 모를까모든 사진에 특유의 애수가 묻어 있었다.

시골다방에서 담배피우는 남정네 표정이나 다방분위기 한 번 보라.



집에서 자판기를 두드리다, 또 열불이 터졌다.

그 흔한 사진상, 이런 사람한테 안주고 대체 누굴 주었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끼리끼리 돌려먹다, 이젠 그 제자들이 돌려 먹는다.

시류에 눈치 안보고, 초지일관 떠돌며 찍은, 이토록 진솔한 언어가

어떻게  빤짝 생각들에 밀려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

저승에서 잠시 내려와, 우리에게 말 걸고 있는 것이다.

이게 진짜 사진이라고...





다행스럽게 눈빛출판사의 이규상씨가 생전의 약속대로 근사한 책을 펴냈다.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마치 오리지널 프린트 같았다.

내 가난함을 불쌍히 여긴 한정식선생께서 책을 사 주셔서

이제 보물 상자 하나 두게 되었다.


'눈빛출판사'에서 주요작 100여점을 실어 펴낸 사진집 <노마드> 값은 70,000원

2월22일까지 서울 강남역 1번출구에 있는 '스페이스22'에서 작품들을 볼 수 있고, 사진집도  살 수 있다.






개막식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대구서 올라 온 양성철씨와 석재현씨도 만났고,

부산의 이광수씨, 광주에 사는 오상조씨, 장흥의 마동욱씨도 만났다.

그 외에도 한정식, 전민조, 엄상빈, 김보섭, 성남훈, 김남진, 이기명, 안해룡, 이갑철, 이상엽,

장 숙, 김상현, 마기철, 강재욱, 남 준, 김동희, 이재갑, 견석기, 이한구, 정진호, 최재균, 김영호,

박종우, 김대수, 구본상, 안미숙, 이순심, 정영신, 이은숙, 성윤미, 노형석, 고정남, 권양수씨를 만났다.

마치 심봉사 딸년 잔치 집에 온 듯 기분 좋았다.

















































전시를 주관한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 내외 따라 뒤풀이 장소로 옮겼다.

술집 북촌에서 술꾼들만 남아 더 마셨다.


! 서울 이빨과 부산 이빨이 주고받는데, 막상막하더라.

경상도와 전라도 말이 짬뽕된 이광수교수 구라도 대단했다.


술좌석에서 '사진예술'이기명씨가 이렇게 물었다.

"젊은 마누라와 살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할 말이 없어 이렇게 말했다. "몸 안 아끼고, 최선을 다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나중엔 총알이 떨어져 사진도 찍을 수 없었지만, 김보섭씨가 먼저 가라고 눈치주네.


 

촬영 : 2016.1.4. / 사진, : 조문호






권태균씨의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왠지 애잔하고 처연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꽃과 천진난만한 애기를 찍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애기의 표정도 한 몫 했겠지만, 꽃이 가진 양면성도 작용한 듯 싶다.
그래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권태균씨의 자화상 같았다.

권태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가 어저께 같은데, 벌써 일 년이 되었단다.
신이 어찌 나같이 못된 놈들은 살려두고, 착한 사람들만 데려갈까?
그래서 지옥같은 이승보다는 저승이 좋다는 걸, 눈치 챈 것이다.

그 친구는 복 받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일찍부터 사진에 입문하여 좋은 직장에서 돈 걱정 안하고

유목민처럼 떠돌며 사진만 찍지 않았나?
사랑하는 처자식과의 잠깐 이별이 아쉬울 뿐,

더 좋은 천국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일찍 준 것이다.

내일 그가 이승에 잠시 내려와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 모아 사진전을 벌인단다.
80년대에 기록했던 사람사는 모습이라기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 거린다.
분명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사진들이 나를 감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그를 만나, 저승에 먼저 가신 분들의 소식도 들어보고,

저승사자에게 와이로 쓰는 방법은 없는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

글 / 조문호



권태균 1주기 추모전 "노마드"는 1월4일 오후6시에 개막되어 2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장소는 "스페이스22" 인데, 강남역 1번출구로 나가는 미진프라자22층이다.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권태균 '노마드'사진집 출판기념회도 있다.




진도 팽목항 포구에 놓인 콘크리트 방파제. 도판 김문호 작가 제공

다큐사진 작가 김문호 개인전
팽목항·폐광산·개펄·고사목 등
전국 곳곳의 상처 앵글에 담아



물속으로 사라진 학생들의 영혼을 마냥 떠올리기만 했던 곳, 진도 팽목항 포구에 놓인 콘크리트 방파제 한 덩어리가 사진 속에서 말을 걸어 온다. 숱한 죽음을 지켜보고 배웅한 방파제는 침묵하는 자신의 몸으로 1년여 전 포구에 아로새겨진 사람들의 상처들을 이야기한다. 사각진 몸 덩어리 정면에 갈라지고 파인 숱한 홈들과 오랫동안 빗물이 흘러내리며 남긴 시커먼 수직의 얼룩들이 화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네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견 다큐사진가 김문호씨의 신작들은 팽목항 같은 이 땅의 피폐해진 풍경들의 이야기들을 담는다. 지난 30년간 도시 공간 구석구석의 비루한 인간군상들을 찍으며 문명의 뒤안길을 훑었던 작가는 지난해부터 사람들 대신, 이 땅에 사람들의 상처가 남은 곳들을 돌며 앵글을 들이댔다.


지난 1년 사이 각별한 눈길을 쏟았던 팽목항 포구를 비롯해 전북 신태인의 농가 배추밭, 강원도 상동의 폐광산, 경기도 소래포구 옆 월곶 신도시의 개펄, 신탄진 대청호에 잠긴 고사목 등이 등장하는 그의 풍경사진들은 한결같이 과거의 쓰라린 기억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겨울이 되도록 수확을 하지 않아 동사한 주검처럼 꼿꼿이 얼어붙은 신태인의 배추밭이나 물속에 있어야 할 물고기가 절집처럼 풍경이 되어 매달린 팽목항의 쪽지 줄, 아름다운 태백산맥 설경 아래 방치된 상동폐광산 건물들의 고즈넉한 모습 등에서 느껴지는 독백 같은 느낌은 다른 다큐 작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김문호 사진의 내공이라 할 만하다. 흔들리는 구도로 장노출해 찍은 팽목항의 저녁 어스름 바다와 포구의 풍경은 이런 작가의 힘이 단적으로 드러난 수작이다. 이 어슴프레한 풍경은 세월호가 새겨놓은 유족들의 아픔과 세간의 논란과 의혹, 생명에 대한 절실한 바람 등을 농축한 삶과 죽음의 묵직한 파노라마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는 간곡한 기계’(소설가 최옥정)이기에, 작가의 눈힘만으로 캐어낸 객관적 이미지들이 현실에 대한 절박한 웅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전시는 여실히 보여준다. 21일까지. (02)2269-2613.


한겨레신문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그림처럼 만드는 작가 네 명 [변홍섭, 윤 옥, 창 남, 최영진]과 사진가 두 명 [이성은, 이현권]이 어울린

각양각색의 사진 전시회가 지난 16일부터 오는22일까지 인사동 ‘리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바다를 장시간 노출로 찍은 사진도 있고, 새의 날개 짓을 원형에 모자이크한 작품,

그리고 수중사진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 작가를 비롯한 지인들이 함께한 조촐한 오프닝과 뒤풀이 사진들을 모았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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