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하재은의 “The World’s Luxury Market”(세계10대 글로벌 명품시장) 사진전이

오는 119일부터 15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 4층에서 열린다.

 

3년 동안 세계 명품시장을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기록해 온 이번 사진전에는 세계 10대 글로벌 시장 사진 200여점이 전시된다.

다양한 매장들과 그 기능, 효과적인 상품진열과 고객들의 관심 등, 평소 우리가 보지 못한 해외 유수시장의 풍경과 사례들을

골고루 보여주게 된다.

 

2014년 미국CNN에서 세계 10대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발표할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이번 작업은

선진시장의 연구는 물론, 사진 기능의 또 다른 가치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사진의 예술성 추구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선진시장처럼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장 경영 전문가나 지자체관계자, 상인들에게 세계명품시장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이 사진전의 뜻이 있는 것이다.

 

전시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 보께리아 시장, 일본 도쿄의 쮸끼지 생선 시장, 미국 뉴욕 맨하탄의 유니온 스퀘어 파머스 시장,

태국 방콕의 오르 토르 코르 시장, 캐나다 토론토의 성 로렌스 시장, 영국 런던의 버로우 시장,

싱가포르의 크레타 에이어 재래시장(Wet Market), 미국 펜실베니아주 랑카스타의 랑카스타 센트럴 시장,

프랑스 앙티브의 프로방스 시장, 홍콩 코우룬시 재래시장(Wet Market) 9개국 10개시장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그는 일찍부터 사진을 좋아해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녔지만, 한 번도 사진가로 자처하지 않았다.

본래 경영컨설턴트였지만, 13년 동안 전통시장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활성화시키는 일에 매진해 왔다.

골목형시장 육성사업, 글로벌 명품시장육성 사업 등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의 연구용역 책임연구원과 상인대학 책임교수로 있으며,

국내시장 제도개발에 힘쓰고 낙후한 시장의 선진화에 전념해 왔다.

 

그 동안 우리 전통시장의 우월성을 살리는 동시에, 상품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품진열이나 매장환경개선, 고객을 맞는 태도,

시장의 볼거리개발 등으로 시장운영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켜 손님을 끌어들였는데, 그 대표적인 시장이 정선아리랑시장이다.

활인매장이나 대형마켓에 밀려나는 우리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소명의식 하나로 버텨 온 그의 집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본 전시는 사진의 작품성에 치우치지 않고, 해외 유수 시장의 살아있는 정보를 시장 관련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어,

예술이란 미명에 의해 사진의 실효성보다 허구의 사진을 쫒는 일부사진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시장을 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창조경제 혁신을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는 작가는

우리나라 시장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또 다른 장르의 사진에 사진인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한다.

 

전시와 함께 눈빛출판사에서 발행될 “The World’s Luxury Market” 하재은사진집도 출판된다

 전시오프닝은 119일 오후5, 인사동 아라아트’ (02-733-1981)에서 열린다.

 

 

글 / 조문호














[사진인을 찾아서 ⑨] 이수철론 -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레퀴엠


글 / 이광수 (사진비평가)

사진가 이수철은 일본에서 사진을 배웠다. 일본에서 사진을 배울 때 그는 '순수' 사진이라는 모순으로 가득한 어휘의 사진 범주를 전공했다. 왜 굳이 '순수'라는 말을 쓸까? 그 상대적 개념은 불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 '순수'란 사회적 메시지나 시대 정신을 담지 않는 예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대의 불온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지사적인 행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 '순수' 사진을 일본에서 배워 귀국한 그가 처음 작품을 발표한 것이 1998년의 일이고, 그가 잡은 주제는 기억이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거시사의 종말을 공공연히 말하던 것이 무르익을 때, 개인과 복합과 감성이 인간 세계의 중심 화두로 떠오를 때 그 때의 일이다. 사진가는 이후 꾸준히 사진에 대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진을 그 자체의 본질을 갖지 않는 한낱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도구론적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문제는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사진의 존재론적 범주의 최후의 조건인 뭔가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 대상을 찍는 것이 사진이다, 라는 전제조차 허물 수 있다.

카메라로 대상을 찍어 필름에 담고 그것을 인화하는 것이 보통의 프로세스라면, 카메라와 필름이 없이 바로 인화로 들어가 버리는 것도 사진 프로세스 중의 하나가 된 것이 1924년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예 뭔가를 찍지 않아도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창조된 이미지로 뭔가 작가만의 방식으로 말 하고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예술의 한 방식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 질문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건 매우 궁색하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그렇다면 과연 그것이 사진이냐, 정도이지 않을까. 그렇다. 그것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는다. 그것이 포토그라피(photography)면 어떻고, 그것이 이미지그라프(imagegraph)면 어떻고, 그것이 디지그라프(digigraph)면 어떠냐? 사진가 이수철에게 카메라는 현상을 포착하는 메커니즘의 하나일 뿐이다.

1. 디지그라프 : 저작권도 없고 장르 구분도 없는 세계



Hello Thomos-4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이수철

The Space for Renovation-1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이수철


The Space for Renovation-3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이수철


The Space for Renovation-4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이수철



사진가 이수철이 2008년에 연 <환상의 에피파니>전은 사진에 관한 몇 가지 통념을 깬다. 우선 남의 것을 훔쳐오는 것에 대해 당당함을 부르짖는 것이다. 이수철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가 토마스 루프의 사진을 스캔해서 베껴 와 자신의 작품에서 다른 의도로 사용해버렸다. <환상의 에피파니>다.

그가 토마스 루프의 별을 가져온 이유는 비단 그가 말 한 바,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의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그 별 헤는 밤, 그 꿈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것만은 아니다. 작가로서 사진의 존재 담론에 대한 도발을 시도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토마스 루프의 별을 베껴 왔지만, 사실은 토마스 루프 또한 어느 천문대 대원이 우주 관측용 망원 카메라로 찍은 천문 자료 사진을 가져와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있는 대상을 그대로 찍어 놓은 것을 이리 사용하고 저리 사용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자연에 존재하는 돌과 나무와 흙을 이리 배치하고 저리 배치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저작권에 대한 강력한 도발이다. 그 안에서 조작이나 왜곡은 기존의 근대적 개념을 넘은 하나의 창조적 예술 행위가 된다.

사진가 이수철이 토마스 루프의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와 자기 마음대로 사용함으로써 던진 도발은 단지 저작권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사진의 성격상 또 다른 맥락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할 점이 있다.

전유다. 전유는 존재의 성격이 그것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달라짐을 말하는 것이다. 본질도 없지만, 실존이라는 개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의 별 사진은 문자 그대로 다큐멘트다.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사물에 대한 본인의 시각이나 재현의 의사를 전혀 갖지 않는 것으로 마치 물이나 거울이 하듯 사물의 반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무미건조한 과학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그 이미지가 다른 위치에 전유되면,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원래 가졌던 성격은 무시하고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 사용하는 사람의 뜻대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때 원 저자의 허가는 필요 없다. 원래는 자료 사진이었던 것이 토마스 루프에 의해 흑과 백과 점들로 구성된 조형적 예술 사진으로 갔다. 그것을 이수철이 사랑하는 딸을 위한 아름다운 밤하늘 풍경 사진으로 만들어버렸다. 장르의 경계를 넘는 포토그라피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기억의 풍경-red archival pigment print (2006)ⓒ 이수철

기억의 풍경 industrial complex-4 archival pigment print (2006)ⓒ 이수철

기억의 풍경 industrial complex-3 archival pigment print (2006)ⓒ 이수철


<환상의 에피파니>나 그보다 먼저 발표되었던 <기억의 풍경>은 모두 복합 생성물이다.  <환상의 에피파니>의 경우, 각각의 이미지에서 아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 즉 다리나 들판 등은 모두 사진가가 직접 찍은 것이다. 카메라에 의한 전형적인 생산 방식에 의한 것이다. 거기에 독일 사진가 토마스 루프의 별을 무단으로 가져와 합성시켰다.

그런데 합성은 카메라나 필름 등 전통적 사진의 메커니즘을 통해 한 것이 아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했다.  카메라로 시작했지만 컴퓨터로 완성한 것이다. 이런 생산물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 카메라가 종이 되고 컴퓨터가 주가 되어 만들어낸 그 이미지를 포토그라피 혹은 사진이라 부르지 않을 방도는 없다.

후보정이 종이 아닌 주가 된 것은 <기억의 풍경>에서 더 잘 드러난다. 대상을 정하고 그것을 촬영한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하는 기록적 성격이 강한 사진이라면 그것에 후보정을 통해 색을 입히거나 톤을 바꿔 만들어내는 것은 예술적 성격이 강한 사진이다. 후보정이 보정이 아니고, 본 공정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진가 이수철에게 사진이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선 작업보다 후 작업이 더 우선이 된다면, 있는 대상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고, 없는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포토그라피이지만, 그 범주를 넘어선 것이라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사진 후(後)적 존재 포스트 포토그라피라고나 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렇더라도 사진가 이수철이 갖는 포스트 포토그라피에 대한 철학은 분명하다.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록 컴퓨터라는 기술일지라도, 자신의 그 사진이 기술의 현란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면 안 된다. 기술이란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 사용 목적은 개인의 감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진은 말하기 방식의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사진이 취해온 기존의 방식과 동일하다. 사실 혹은 리얼리티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가 주는 어떤 느낌을 주려 하는 전통적 예술 방식 그대로다.

2. 전유 : 개인 감성을 위한 미시 이미지의 세계


<화몽중경> Over the Dream - 1ⓒ 이수철

<화몽중경> The Last Lady-1ⓒ 이수철

<화몽중경> The Last Lady-2ⓒ 이수철

<화몽중경> 신데렐라 나를 찾아 나서다-1ⓒ 이수철



사진가 이수철의 <화몽중경(畵夢中景)>은 문자 그대로 꿈속 풍경을 그린 것이다. 물론 그린 것도 아니고 꿈속 풍경도 아니다. 현실을 카메라로 찍되 꿈속 풍경처럼 찍은 것이다. 컴퓨터로 작업한 것이 아닌 필름을 사용한 스트레이트 사진이다.

사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눈에는 마치 미니어처를 찍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을 미리 세팅해놓고 4"x5" 카메라로 초점을 조절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촬영한 사진들이다. 역시 기억 혹은 꿈에 관한 이야기다.

<환상의 에피파니>가 사진가가 속한 그 세대가 보았던 과거를 딸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기억 즉 집단의 기억으로서의 꿈이었다면, <화몽중경>은 사진가라는 한 개인이 경험했던 혹은 경험한 것으로 여기는 지극히 사적인 꿈이다. 내러티브가 있는 사진임에는 분명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 내러티브를 정하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정해진 이야기에서 특정 메시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고,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세계로 돌아가 마치 물고기가 유영하듯 자유롭게 해석하고 느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화몽중경>은 작가가 2000년 중반 독일의 유형학 사진에 푹 빠졌을 때 그로부터 빠져 나오면서 새롭게 시도한 작품이다. 전작에서 디지털 작업을 통해 포스트 포토그라피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다시 필름으로 돌아가되, 전통적인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식상함이라는 것은 싫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따라가기 싫다.

<환상의 에피파니>가 특별한 내러티브가 없는 유형학적 사진으로 토마스 루프의 사진들을 닮았다면 <화몽중경>은 일정한 내러티브를 미리 설정하고 장면을 세팅해서 찍었다는 차원에서 그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진가 샌디 스코글런드의 사진들을 닮았다. 그렇다고 해서 <화몽중경>이 스코글런드가 보여주는 일련의 사진과 같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코글런드는 환경이나 여성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만 이수철은 그런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는다.

스코글런드가 사회를 말할 때 이수철은 개인을 말하고, 스코글런드가 이성을 말 할 때 그는 감성을 말한다. 다만 그는 스코글런드가 견지하는 실체보다는 이미지, 실존의 세계보다는 가상의 세계를 더 소중하게 여길 뿐이다.

3. 크로스오버 : 넘나들기가 일어나는 무경계의 세계

인천여자 #02ⓒ 이수철

인천여자 #03ⓒ 이수철

인천여자 #05ⓒ 이수철

인천여자 #12ⓒ 이수철



사진가 이수철은 한 때 상업 사진을 했다. 그러다가 컴퓨터로 하는 디지털 예술 사진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다시 필름 작업을 했다. 그렇게 오는 동안 그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메시지로 담은 작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작업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이 하나 있다.  <인천 여자>다. 이 작업은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이미지보다는 사회적 의미에 방점을 찍은 사진이다.  <인천 여자>는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윤사비나를 모델로 해서 제작한 작업이다. 인천 여자라 말하지만, 인천의 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상업적 틀에 맞추어 외형과 내면까지도 지배당하는 현실' 속의 여성을 말하는 것이다.

윤사비나씨는 전신탈모를 동반한 자가면역결핍이라는 희소병을 20대 초반부터 앓아오면서, 희소병, 그에 대한 사회의 편견, 연극에 대한 애착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여성스러움'이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여성 혐오와 맞서 싸워 온 사람이다. 인천문화재단과 선광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해 온 이 작업은 먹고 살아야 하는 사진가로서 피할 수 없는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제작한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러하다고 해서 주문자의 뜻을 받들어 작업한 영혼 없는 제품 생산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해 온 이미지를 위한 감성의 환상곡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2008년에 발표한 <Architectural Photography>는 미완의 작품이다.

세콤이 된 건물ⓒ 이수철

피닉스모텔ⓒ 이수철

정체불명ⓒ 이수철



엄밀하게 말하면 완성했다고 해서 발표하였는데, 전시를 하는 동안 그 완성도에 대해 불만을 가져 스스로 미완을 선언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해 온 동안 줄기차게 이어 온 잊혀 져 간 것들에 대한 기억에 대한 작품이다.

작업의 대상은 이런 저런 여러 사연으로 건축물로서의 생명을 끝내고 죽어버린 그러나 여전히 눈앞에 존재하는 우리가 사는 집이다. 사람이 사는 집,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집 그러나 버림받아 폐기 되어버린 그 집은 흉물스럽다. 버려지고 잊혀 졌으니 흉물스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숨을 거두고 생명을 다 한 채 몸뚱아리만 살아 있는 사람들 눈앞에 덩그렇게 남겨 둔 형상과 같다.

사진가는 우선 그 버림받은 집들을 반듯하게 위치시킨다. 아니, 조금 더 나아가 프레임의 정 중앙에 폼 나게 위치시킨다. 그리고 잡아 낸 그 이미지 위에 화사하게 색칠을 해줬다. 사라져 가 버렸던 것들에 대한 예우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 <굿바이 (Departure)>에서 장의사 주인공이 죽은 사람을 곱게,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예쁘게 화장을 해주는 장면이 떠오르는 일이다.

사진가가 택한 대상은 한 때나마 하나같이 웅장하고 세련되고 멋졌던 건물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보여주고 함이 아니고 말하고자 함이다. 사진가 이수철은 그 형식이 어떻든 간에, 그 경계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괘념치 않는다. 예술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다. 요란하지 않는 경계 넘나들기다.

상상외 風景-1ⓒ 이수철



사진가 이수철이 해 온 경계 넘나들기의 대표작은 화가 조미영과 협업한 <상상 外(외) 풍경>이다. 사진가가 찍은 이미지에 화가가 깃털을 그려 넣어 사진과 회화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존재하지 않은 풍경을 상상으로 만든 콜라보 작업이다.

사진가 이수철은 물질의 세계에서 얻은 구체적 풍경을 이미지로 만들어냈고, 화가는 그 위에 가벼운, 그래서 언제 어디서고 간에 그 존재를 무시하고, 망각해 버리는 것을 상징하는 깃털 하나를 그려 넣는다. 이는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는 모든 사라져 간 것들에 대해 부르는 레퀴엠이다.

글이든 사진이든 그것으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니, '사실 그대로'라고 하는 개념은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세계는 그 자체가 불립문자일 수 있다. 세계는 이미지로 구성되고 이미지로 소통된다. 그것이 비현실이 지배하는 현실의 세계다. 그 안에서 사진은 결국 왜곡이고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조금 더 아니 좀 더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거짓말'로 말하게 한다는 것이 하등에 이상할 것은 없지 않은가. 사진가 이수철이 사진으로 말하고자 하는 사진의 방식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합성을 통해, 때로는 덧칠을 통해, 때로는 타 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그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레퀴엠(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을 바친다. 그가 노래하는 존재에 대한 노래는 그가 자유롭게 넘나드는 포스트 모던 세계의 전유 안에서 불러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궁무진한 이미지의 세계를 맛본다.









지난 24일 개막된 아내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을 축하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도와주고 힘을 보태주신 많은 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두고두고 보답하겠습니다.

더구나 마산 이종호, 김보현, 이종제, 조성제씨, 제주 송성민씨, LA에 계신 유성호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정진호씨가 베푼 온정은, 그 고마움에 앞서 미안한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란 걸 깨달게 했습니다,

즐거운 비명인지 모르지만, 그 날 기분이 좋아  많이 마신 후유증으로 이제 사 간신히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격일제로 마신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사흘을 연이어 마시다보니, 통풍까지 도져 혼 줄이 난 것입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처럼, 전시 뒤풀이에 묻어 치룬 저의 돌(칠순)잔치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자기 생일을 떠벌리는 것이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주변 분들의 채근으로 함께 치루긴했으나,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잘 치루었으니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날 전시오프닝은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사회로 한정식선생께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고,

음유시인 송상욱선생의 구수한 ‘열 두냥 인생’ 노래도 들었습니다.

‘사동집’과 ‘유목민’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가진 돌잔치에서는 ‘뮤아트’ 김상현씨를 비롯하여

하양수, 김보규, 류수씨 등 여러 친구들이 연주해 준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습니다.


그 날 참석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력이 신통찮으나 생각나는 대로 거명하오니 행여 빠진 분이 계시더라도 양해하십시오.

이 시대의 작은 거인 채현국선생, 조선의 낭만 주먹 방동규선생, 시인 강 민, 민 영, 송상욱, 김신용, 조준영, 김가배, 이행자, 김명지, 이만주씨, 문학평론가 구중서 선생, 소설가 김승환, 박인식, 정승재, 전태수씨, ‘아라아트’ 김명성 대표, 한겨레 노형석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 임동현기자, 사진가 한정식, 전민조, 엄상빈, 김보섭, 성남훈, 김문호, 김남진, 정진호, 박종우, 김정일, 신동필, 하재은, 남 준, 변홍섭, 노연덕, 양재문, 박진호, 강제훈, 이한구, 박영규, 윤길중, 안영상, 마동욱, 이주영, 곽명우, 이은숙, 정태만, 한선영, 김영진, 나떠구, 고 헌, 권혜진, 조명환, 최경자씨,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김영호씨, 사진예술 천수림 편집장, 조승원기자, 화가 정복수, 장경호, 이태호, 박불똥, 배인석, 김언경, 전강호, 길종갑, 김 구, 전인경, 신대엽, 서숙희, 조경석씨, 조각가 안승환씨 미술평론가 유근오, 곽대원씨, 전 경기미술관장 최효준씨, 미술관장 권미선, 이소라씨, 큐레이트 전인미씨, 안미숙 편집장, 도예가 황예숙씨, 성악가 주 은씨, 무용가 장순향씨, 영화감독 김 빈씨, 미디어아티스트 신신자. 김도이씨, 연극배우 이명희, 김종원씨, 뮤지션 김상현, 하양수, 류 수, 최보규씨, 국악인 김민경, 김정남씨, 여행작가 송일봉씨, 사나리오작가 최근모씨, 변호사 최혁배씨, 전통시장 사업단장 하명정, 이영순, 이남기, 엄주병, 김승원, 김종주씨, 사업가 전활철, 임경일, 공윤희, 송주원, 김미란, 장봉숙, 이병진, 서학연, 채재웅, 편근희, 홍태림, 반민규, 김현숙, 이정환, 배일윤, 조창호, 김정용, 최경숙, 마기철, 임미경, 김주연, 오현경, 박종진씨 등 많이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촛불시위 (2002)


’사진가를 찾아서‘ 여덟 번째 브레송 기획전 ‘신동필론, 부르지 못한 노래“ 개막식이 지난 22일 오후6시30분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는 신동필씨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사진가 엄상빈, 김문호, 김보섭, 김봉규, 성남훈, 강제욱, 안세홍, 고정남, 김영호, 윤길중, 남 준, 곽명우, 정영신, 이영욱, 이한구, 차홍규, 김진석, 박홍순, 고형모, 양재호, 안옥철, 임지원, 최승희, 김종현, 장병국, 신미식, 신희수, 이현동, 이영준, 노원섭, 조태용, 유승준, 박춘선, 김명정, 우종성, 최문선, 조웅현, 최지은, 정윤숙, 김현숙, 한선정, 한선희, 이정원, 민선희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부르지 못한 노래’전은 거리의 투사로 역사의 증인으로 온 몸을 내던지며 기록해 낸 작업으로 새로운 형식이나 창의력보다 모두가 힘들게 살아 왔던 그 시대 상황 자체만으로 감동을 준다. 이 번 전시와 함께 징용인들의 한을 담은 ‘교토40번지’ 사진집이 눈빛사진가선 30호로 출간되기도 했다.



광부 이춘하



여지 것 사진가 신동필 사진을 본 것은 2005년도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에 내놓은 사진이 전부였다. 그 당시 난 ‘두메산골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는 “탄광촌을 지키는 막장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이 강원다큐멘터리 사진 사업에 선정되며 알게 되었는데, 그 때 그의 사진을 처음 보았던 것이다.

그의 작품은 잿빛 탄광촌이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에 묻혀가는 아픈 시대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탄광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은 인간 존재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줄기차게 민족으로서의 핏줄을 내세워 온 그의 작업이 인간의 노동에 대한 문제로 옮겨 간 시점인 것 같았다.



교토 40번지



그리고는 한동안 사진판에 비켜 서 있던 그가 10여년 만에 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처음 보여 주었던 “탄광촌을 지키는 막장 사람들”과는 달리 광부 이춘하 개인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한 막장 노동자를 통해 노동자들의 위기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 작업이었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비전향장기수문제, 입양아문제, 강제징용 일세대인 ‘교토 40번지“, 위안부문제, 원폭피해자문제 등 한 민족의 아픔을 골고루 다루고 있었다.

사실 말은 쉽지만, 돈 안 되고 힘만 드는 이 같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함께 아파하지 않고 찍을 수도 없지만, 찍더라도 금방 본색이 드러난다.



명동성당 (1991)


그런데, 그가 초창기에 작업한 민주화운동은 나도 기록했는데, 왜 신동필을 그 당시엔 몰랐을까? 모두 민주화를 열망하며 분노한 것은 같았지만, 그는 민주화운동의 주체인 학생 측 입장이었고, 난 한 걸음 물러난 일반인의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 완장 없이 현장을 어슬렁거렸으니, 그의 눈에는 경찰 프락치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한국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권 철, 양승우와 함께 각각 정치, 사회, 민족 문제들을 일본에서 기록한 삼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특히 그가 작업했던 강제징용자 일세대의 삶을 다룬 ‘교토40번지’를 유배된 조선인을 가둔 유형지로 해석하고 있었다.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채 버려 진 그들이 겪는 가난과 질병, 정신분열증 등을 보여주며 파렴치한 일본인들의 염치와 치욕의 역사를 눈감은 대한민국 정부를 나무라고 있었다.



비전향장기수 (2000)


그런데, 사진전을 열며 그가 사진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다시 끄집어냈다. 왜 사진에 대한 미련을 떨치려는지, 그를 좌절케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난하게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설음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이나 끼리끼리 나눠 먹어 온 사진판의 오래된 갑질 권력에 대한 환멸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전시한 사진들을 조건 없이 관련 사회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단다. 정신대할머니들의 사진을 비롯하여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자료를 모두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사진이란 결국 당사자들의 몫이기는 하지만, 사진을 그만 두겠다는 그의 말에 구체성을 띈 것이라 더 가슴 아프다.


예술은 신동필의 사진처럼 인간의 존엄, 진리, 정의 등을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사진들은 어두웠던 터널을 함께 뚫고 왔던 우리 모두로 하여금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우리 시민 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그리고 그 위에서 전율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작품이란 이처럼 심장을 열어젖히는 것이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사진비평가 이광수씨가 말했다.

이 전시는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가 신동필씨





-아래 사진들은 개막식과 뒤풀이 모습이다-


























































































각박한 삶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사진전 정영신의 ‘장날’전이 열린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은 지난 30년간 전국의 오일장 600여개를 돌며 시골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미 넘치는 삶을 사람냄새 나는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80년대에 찍은 초창기사진으로 사람 사는 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영신의 이번 ‘장날’사진전은 고향을 떠나오며 잊어버린 따뜻한 인정이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진들로 채워져 사람 사는 정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함이 되살아나게 한다.





물건 파는 일보다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며 곰방대로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내는 할머니,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정겨운 모습이 사진 속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앉은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고,

자기 몸집보다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풍경이다.





그리움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이 사진들은 전자기기처럼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기준인 오늘 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단초를 마련한다.

 

정영신 작가는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오일장들이 마켓에 밀려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날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해 해내면서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장에 가면 따뜻한 인정이 고향처럼 반긴다마트에서 주는 포인트 대신 사람의 손으로 건네주는 덤을 직접 체험해 보라고 권했다.


전시제목 : ‘장날사진전

전시기간 : 2016824- 830(개막식: 24일 오후6)

전시장소 : 인사동 아라아트’5(02-733-1981)

전시작품 : 디자털 프린트 110cm X 164cm 6

디자털 프린트 40cm X 26,6cm 46

사진집출간 : 눈빛사진가선29장날’ (눈빛출판사) 12,000

  

정영신 약력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5일장을 모두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며 소설가다. 그동안 개인전 정영신의 시골 장터, (2008, 정선아리랑제 설치전), 정영신의 장터(2012, 덕원갤러리), <장에가자>(2015, 아라아트), 프로젝트 <장에가자2>(2015.정선버스터미널 문화공간)및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으며, 저서로는 시골 장터 이야기(2002, 진선출판사). 한국의 장터(2012 눈빛아카이브), 정영신의 전국 5일장 순례기(2015.눈빛) 가 있다. 2013~2014년 농민신문 정영신의 장터순례연재, 2014년 교통방송 TBN "정영신의 장터 속 이야기"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남북문학교류위원회 위원, 국제한국어 평생교육원에서 장터에서 만나는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iarari (한국의장터)

    


[이코노미뉴스 / 김미진기자]










장터는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며, 이웃과 인정을 나눈 만남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각박한 현실은 인터넷쇼핑이나 마켓에 서서히 밀려 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장마당의 정서나 인정은 물론 장옥이나 저울같은 옛날 집기들마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장터박물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인류사나 문화사에 중요한 몫이기에, 여러 지자체에 제안해 보았으나 감감소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직접 만드는 박물관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장날’ 전시를 기획하며 함께 할 발기인을 모집하려 합니다.

장터박물관을 위해, 제일먼저 30년 동안 기록해온 정영신의 장터사진 원고 35,000컷과

조문호의 장터사진 15,000컷 등 오만 컷 모두를 조건 없이 기부하고,

정영신의 ‘장날’ 사진전에서 판매되는 작품 값(제작비 제외)도

전부 장터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을 작정입니다.


오일장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기왓장 한 장 올리는 심정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금전적 기부도 좋지만, 자신의 재능을 보태거나 오래된 장터 집기 하나라도 내놓으며,

모두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운영방안은 마련되어야 겠지만...

그 지역 농민들의 유기농 농산물을 장터박물관 시장에서 팔기도하고,

다양한 장터 축제를 열어가며 함께 나누기 위해 관심있는 분들의 의견을 모우려 합니다.

국민들의 손으로 세우는 우리나나 최초의 장터박물관을 탄생시키기 위해, 

전시기간 내내 ‘장터사랑모임’에 함께할 분을 찾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장날' 사진전 : 2016년8월24일부터 30일까지 / 인사동 '아라아트'5층

개막식 : 24일 오후6시


정영신 올림




사진가이며 소설가인 정영신은 지난 30년간 전국의 오일장 600여개를 전부 돌아보며, 시골 장터사람들의 인정미 넘치는 삶을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이번에 열리는 ‘장날’사진전은 80년대 초창기사진으로 사람 사는 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가의 장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색깔을 덜어낸 흑백질감과 합쳐지며, 사람 사는 정과 사라져가는 것들의 애잔함이 마치 마술처럼 되살아난다.

물건 파는 일보다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며 곰방대로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내는 할머니,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정겨운 모습들이 사진 속에 살아 꿈틀거린다.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앉은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고, 자기 몸집보다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풍경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묵혀진 장맛처럼 의미가 진해진다.

그리움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이 사진들은 전자제품처럼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반성하게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기준인 오늘,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돌아보게 하는 사진전이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정영신은 오일장들이 마켓에 밀려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날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해 해내며,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곳 또한 장마당이란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장에 가면 따뜻한 인정이 고향처럼 반긴다며 마트에서 주는 포인트 대신 사람의 손으로 건네주는 덤을 직접 체험해 보라고 권한다.




전시제목 : ‘장날’ 사진전
전시기간 : 2016년 8월24일- 8월30일 (개막식: 24일 오후6시)
전시장소 : 인사동 ‘아라아트’5층 (02-733-1981)
전시작품 : 디지털 프린트 110cm X 164cm 6점
디지털 프린트 40cm X 26,6cm 46점
사진집출간 : 눈빛사진가선29호 ‘장날’ (눈빛출판사) 12,000원









전시와 함께 출간된 정영신 '장날'사진집



30여 년 동안 장에 미쳐 장돌뱅이처럼 쫓아다녔던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이 오는 24일부터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린다.

이번 장날전은 80년대에 찍은 사진들만 모았는데, 세월의 두께에 의해 된장처럼 구수한 냄새도 베어나고, 잘 익은 막걸리 맛도 난다.



1988 청양장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아무런 기교도 멋도 부리지 않는다. 다만 따스한 인정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시골 할아버지의 등짐에, 아줌마들의 봇짐에 감춘 사연 사연들을 장마당에 풀어 낸 것이다.




1988 남원장



솔직히, 아내나 자식 자랑하는 자를 팔불출로 치지만, 팔불출이 되어도 할 수 없다.

그 긴 세월동안 작업해 온 과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80년대 사진들은 나와 결혼하기 이전인 사진동아리에 함께 할 때 찍은 사진들이다.

같은 다큐사진을 하지만, 장터에 대해서는 선배고 스승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접근도 따를 수가 없다.




1987 구례장



전국 오일장 600여개를 다 돈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해내 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것도 경제적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 집안에 다큐사진가가 한 사람만 있어도 망한다는데, 두 사람이 모두 다큐사진을 하니 사는 꼴이란 보나마나다.

신용불량자 주제에 기름 값만 생기면 떠나기를 반복했으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짓이다.


어쩌면 내가 끼어들어,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아내의 사진철학을 그르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전국 오일장을 다 돌도록 재촉해, 그만의 방식에 재제를 가했기 때문이다.

버스타고 장에가 하루 종일 할머니들과 놀며 삶의 철학을 카메라에 담아왔는데,

난 사라져가는 현장을 빨리 기록해야 된다는 안타까움에 발발거린 것이다.



1990 무주장



장마당에 펼쳐진 사물이나 장에 나오는 사람들도  나처럼 바쁘게 서둘지 않았다.

행여 친구나 사돈이 나타나지 않을까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이 것 저 것 구경하며 느리게 느리게 장날을 즐긴다. 정 나누는데, 바삐 서둘 일이 아닌 것이다.



1986 담양장



그렇지만, 장터에서 마음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렵사리 나왔으면 한 군데라도 더 돌아야하는데,

그저 할머니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일어 날 생각을 않기 때문이다.

없는 돈에 할머니 물건까지 바리바리 사들고 일어나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만큼 사람사는 정을 중요시하는 그의 접근법은 이해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1988 순창장



다큐멘터리사진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현장성에 의한 휴머니티가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그의 장터 사진을 보면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1988 담양장



정영신은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장터의 사람을 겨냥했다.

장터를 기록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진을 선택하는 것과, 사진을 하다 장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르다.

대개 사진가들이 작업을 하다보면 시류에 따라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주제를 찾기도 해,

평생 작업으로 끌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오래 동안 장터를 찍었다는 사진가들도 대개 2-3년이면 끝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는 취미나 공모전용 사진소재를 찾아다니는 넝마주이식이 전부였다.



1989 순창장



정영신의 장터사진은 다소 산만한 느낌은 들지만,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터의 난장스러움이 잘 묘사되어 오히려 정감이 간다.

대개가 화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장애물을 치우거나 지워 기록적 가치를 망가트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짓은 절대 안 한다. 세월이 지나면 그런 하잘 것 없는 장애물도 역사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배경을 택해 장꾼들을 연출시키는 기존의 사진들에 비해,

이 처럼 소통하며 찾아 낸 상대방의 감정묘사나 장마당의 어지러운 분위기가 주는 잔잔한 울림이 훨씬 오래간다.




1989 남원장



대개 사진인들이 습관적으로 찍을 대상을 만나면 화면부터 구성하게 된다.

특히 장터 특성상 위에서 내려 보고 찍을 경우가 많은데 정영신이 구사하는 카메라앵글은 대개 수평이다.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의 자세가 평행이거나 아니면 더 낮은, 즉 동격을 의미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물건을 사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것 또한 그만의 어프로치다.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보다 몇 배로 값진 장꾼과 사진쟁이의 소통된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영신식 색깔의 장터세계고 작품세계인 것이다



1989 장수장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다섯 차례의 장터개인전을 가졌고,

14년 전에 펴낸 정영신의 "시골장터 이야기"는 이미 13쇄에 이르도록 많이 팔렸다.

그 이후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장터사진아카이브 한국의 장터도 재판이 나왔다

눈빛 포토에세이 전국5일장 순례기에 이어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눈빛사진가선 장날사진집(12,000) 전시되는 작품이 모두 실려 있다.




1989 고창장



정영신의 장터 사진을 보면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을 반성케 할 단초를 제공한다.

"사람 사는 게 이런 것이라고..."

이 전시는 인사동 아라아트‘(02-733-1981)에서 8월30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식은 8월 24일 오후6시


글/ 조문호



1990 순창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