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은 오후 무렵, 일산 사는 노인자, 이대훈 부부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저녁 술자리를 어디서 만들까 망설이자, 대뜸 ‘은평해물탕’이 맛있다고 했다.
우리 집 옆의 ‘은평해물탕’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몇일 전, 친구가 그 곳에서 해물찜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싸 왔다더라고 말했다.
우린 긴 세월 그 집 앞을 지나치고 다녔으나,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 때서야 “맞아! 그 집 해물탕 맛있다는 소문 들었어”라며 아내가 맞장구 쳤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말처럼 난 왜 그걸 여태 몰랐을까?
식당에 들어가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지나치다 자주 본 분이라 안면이 많았다.
해물찜을 시킬까? 아구찜을 시킬까? 망설이다. 해물찜으로 낙찰했다.
둘 다 먹고 싶었으나 가격이 45,000원이라 한 가지 밖에 시킬 수 없었다.
해물 찜은 너무 맛있어 소주가 술술 넘어갔다.

그런데, 노인자씨가 요즘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태극권이란 운동 배우러 강남으로 다닌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이젠 강사로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산에서 세 시간이나 걸려 용문까지 가르치러 간다는 것이다.
쥐꼬리 만한 강사료 받아가며...

“아~ 돈 많은 사모님께서 말년에 뭔 고생을 사서 하신단가?
이대감, 하루 종일 고생하고 돌아오면 따뜻한 저녁상이라도 좀 차려주지..“
이 말 하려다 그만 쑥 들어갔다. 세상물정 모르는 원시인 소리 들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성상위시대라 여성이 배위에서 노는 세상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정이 그런기 아닌기라...

두 내외가 떠나고 나니 슬슬 장난기가 도졌다.
무더운 날씨에 술이 취하니, 온 몸이 쩔쩔 끌었다.
옷을 홀딱 벗고, 좁은 방에서 스트립 쇼를 해댔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가 권총을 꺼내 들이댔다.
마침, 선풍기 바람이 커텐을 날려줘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큰 일 날 뻔 했다.
거시기만 나왔다면, 음란서생에 찍혀 쪽팔려 다니겠는가?

“폐친 여러분! 전, 본디 퇴폐적인 인간이오니 널리 양지 하시옵소서”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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