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춘천에서 열린 ‘강렬하게 리얼하게’ 전시가 끝나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제 밤 급히 보낼 원고들 정리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데다, 밥도 챙겨먹지 못했다.

사진을 가져 오려 차를 끌고 나온 김에, 여기 저기 볼일도 보고, 수리 점에 맡겨 둔 카메라 찾으려다, 고생깨나 했다.
차가 밀려 계속 변속하느라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언제 한 번 시원한 자동 변속 차 끄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것도 통행료 물지 않으려 국도로 가다보니, 더 늦어 버렸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오후2시가 넘었는데, 길종갑씨와 그의 친구들이 작품을 철수해 포장까지 해두었다.
다들 식사를 끝낸 후 쉬고 있다가, 나를 반기며 점심식사는 어쨌냐고 물었다.
사실, 엊저녁부터 굶어 뱃가죽이 붙어 꼬르락 거렸지만, 늦은 게 미안해 거짓말을 해댔다.
“아침을 늦게 먹어 별 생각이 없다”고...

그렇지만 그냥 헤어질 수 없다며 나를 끌고 식당으로 갔다.
한 그릇만 시킬 수 없으니, 남으면 안주하자며 맛 국수 두 그릇에 동동주까지 시켰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옆에 앉은 사람도 보이지 않더라. 아침을 늦게 먹었다는 말이 금방 뽀록난 것이다.
너무 고맙게 잘 먹었다며 실토했지만, 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체면 차리느라 선의의 거짓말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악의가 없을지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차라리 말없이 웃는게 좋을 듯 했다.
거짓말은 버릇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오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겐 자칫 불신을 심어 의심 받을 수 있고, 특히 공인일수록 삼가해야한다.
아무 것도 아닌 거짓말이 일파만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길종갑, 이희용, 신승복씨, 그리고 조각가 안승환씨와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사진도 한 장씩 찍어 두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늘 고마운 사람들이다.

난, 챙겨주는 후배들이 많으니, 복 받은 놈이라 생각되었다.
운전 때문에 동동주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으나, 갑작스런 포만감에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졸음을 물리치는 대마초를  비상약으로 준비해 두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돌아오는 내내, 8월 하순에 치룰 아내의 장터 전시에 골몰하다 보니, 금방 도착해 버렸다.

"종갑아! 고맙다.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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