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울 엄마 제삿날이다.
아버지 제사 지낸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제사다.
‘가난한 집 제삿날 돌아오듯’한다는 옛 속담이 실감난다.

마누라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독감에 끙끙댄다.
죽어도 제사상은 차려야하니, 지켜보는 내가 더 죽을 맛이다.
없는 돈에 장보아, 찌지고 뽁아 상 차렸다.
누님과 동생까지 찾아와, 옛이야기 비벼 잘 먹었다.

사실, 힘들게 장만한 음식이지만, 귀신이 먹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다 먹는다.
먹고 남은 음식이면, 닷새 동안은 매끼마다 제삿밥을 먹을 수 있다.
제삿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동안 반찬걱정 안 해도 된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옛날에는 살기 힘들었으니, 골고루 영양보충 하기는커녕
끼니를 거르는 게 비일비재 했을 것이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은 건과 같은 제수는 다음에 쓰고 싶어도, 못쓰게 했다.
한 번 올린 제수는 다시 쓰지 않는다고 못 박아 두었으니,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삿날이라도, 골고루 잘 먹으라는 배려였다.

그런데, 그 좋은 미덕을 미신으로 모는 서양귀신들로 풍비박산 직전이다.
이 제사도 서양귀신에 홀린 형님께서 내 쳐, 내가 이어 받은 것이다.
가족들도 남북 갈라지듯, 제삿날에 다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좆도 모르는 것들이 탱자탱자 하는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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