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떠돌고, 찍은 이가 밝혀지지 않은 사진이 있습니다.
해방이 되며 서대문교도소에서 나와 감격스러워 만세 부르는 수감자들의 모습으로,

추측 컨데 신문사 기자가 찍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역사자료집에 실려 있었고, 이젠 인터넷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빚진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은 작가를 몰라 원고 사용료를 드리지 못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되었겠지만, 무덤이라도 한 번 찾아가 술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

행여 사진의 주인을 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십시오.

그 내막은, 내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무렵인 40년 전 ‘감격시대’란 이름의 대규모 학사주점에,

이 사진을 메인사진으로 활용했습니다. 간판과 로고는 물론, 음악신청용지에도 그 사진을 사용했거든요.

복사한 사진을 술집 한가운데, 2m나 되는 크기로 프린트해 걸었는데도,

사진입자가 거칠었지만, 사진이 주는 분위기 자체가 감격스러웠습니다.

그 주점은 경남 진주의 불난 극장을 인수해 친구와 동업 했으나, 문을 여니 손님이 미어터졌습니다.

돈이 많아지면, 욕심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라, 친구를 잃을까 물러났습니다.

돌려받은 투자금으로 마산에서 제2의 감격시대를 열었으나, 쫄딱 망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젊은 손님들을 모으려면, 가장 마음이 들뜨는 이브나 연말에 맞추어 문을 열어야,

그 손님이 이어지는데, 시설을 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던 것입니다.

그 뒤, 빚내어 부산 서면에서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란 제목의 피난시절을 상징하는 술집을 다시 열었으나 손님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견디지 못에 서울로 야반도주했는데, 내가 떠난 이후부터 손님이 몰려들어 인수자는 돈을 많이 벌었답니다.

그 것이 화류계와 마지막인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나와 돈과의 인연은 끝났습니다.

돈 안 되는 사진이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찍고 마시며 잘 살았습니다.

어제 광복71주년을 맞아 불현 듯, 그 때 그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의 느낌을 찾으려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유진규의 ‘왜놈대장 보거라!’ 퍼포먼스에 갔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할 수는 없었으나, 공연을 끝낸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모습으로 갈음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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