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준비로 정신없이 보내다, 아내에게 미루고 정선으로 갔다.
고추도 따야 하지만, 기가 빠져 자연의 충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전 날 밤 서울은 더워 잠을 설쳤는데, 귤암리 조양강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막바지 피서를 즐기는 젊은이들 레프팅 행렬로 강은 울긋불긋 요란했다.

밭에 달린 고추는, 빨리 안 따면 병들 것이라며 협박해댔다.
밤이 되니 쌀쌀해,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데, 풀벌레 소리만 요란했다.
없는 반찬에, 소주 곁들여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따뜻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방문 너머의 하늘을 보니 달이 훤했다.
취기의 등짝은 노골노골하고 찬바람까지 솔솔부니, 심신이 편안했다.


그래도 님은 그립더라.
이백의 명시 ‘월하독작’이 생각난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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