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만지산의 밤은 적막했다.
아궁이 앞에 퍼져 앉아, 두 시간 가까이 군불을 지피며 허튼 몽상에 빠져들었다.

비구름에 휩싸여 사위는 온통 시커멓고, 귀뚜라미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장작불마저 타닥거리며 혀를 날름대니, 마치 귀신이 나올듯한 음산한 분위기였다. ...


옛날, 울 엄마는 아궁이 불 지필 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짐작컨대, 오로지 자식들 걱정 뿐이었을 것이다.

오래 전 읽은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집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툇마루의 요강 위에 앉아 달을 쳐다보며, 난 언제 유명한 시인이 되고, 멋진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라고 했다.

그리고 돈 많은 과부를 만나는 거지의 꿈처럼, 유치찬란한 몽상을 한 것이다.


한 밤중에 산골 집으로 처녀귀신이 찾아 온 것이다.
귀신이, 나 귀신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이게 왠 떡이냐?”며 칙사 대접을 했다.

책장 뒤에 숨겨둔 머루주는 꺼냈어나, 안주가 없어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 주거니 받거니 황홀한 밤을 보낸 것이다.

술이 취해 그녀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앗 뜨거!” 장작불이 튀어 불똥이 날아 온 것이다.
“야 이 주책바가지야~.” 주제 파악 좀 하라는 메시지였다.


이런 생각의 발단은 내가 정선 내려오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 한 줄이다.

“정선에 가면, 울 엄마 등어리 잡초도 뽑아야 하고, 따뜻한 햇살에 고추를 말리며, 할 일도 많고 놀 일도 많은데,

아내가 따라나서지 않으니 무슨 재미랴? 차라리 정선에 새 할망이라도 얻을 까보다.”라고 올렸더니,

"병원에 있는 엄마 수발로 바쁘니, 새색시 얻어 쭉 정선에 눌러 살라"는 아내의 답 글이 올라 온 것이다.


물론, 둘 다 웃으려고 올린 글이지만, 말 나온 김에 바람 좀 피우려다 불똥 맞은 것이다.

그런데 여지 것 아내와 헤어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만감이 교차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나 혼자 새로운 작업에 빠지게 되었으니, 진짜 따로 놀게 된 것이다.

걱정은 각자의 작업에 빠져 들다보면 소통의 통로가 막히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운 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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