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장(1988)ⓒ정영신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 8월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 ‘아라아트’ 5층(02-733-1981)에서 열린다. 정영신은 지난 30년간 전국의 오일장 600여개를 돌며, 시골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미 넘치는 삶을 사람냄새 나는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사진은 80년대에 찍은 초창기 사진으로 사람 사는 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고향을 떠나오며 잊어버린 따뜻한 인정이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진가의 장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색깔을 덜어낸 흑백질감과 합쳐지며, 사람 사는 정과 사라져가는 것들의 애잔함이 마치 마술처럼 되살아난다.

그리움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그의 사진들은 전자기기처럼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기준인 오늘 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단초를 마련한다.



무주장 (1989)ⓒ정영신



조문호 사진가는 “30여 년 동안 장에 미쳐 장돌뱅이처럼 쫒아 다닌 정영신의 ‘장날’은 세월의 두께에 의해 된장처럼 구수한 냄새도 베어나고, 잘 익은 막걸리 맛도 난다. 그는 아무런 기교도 멋도 부리지 않는다. 다만 따스한 인정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시골 할아버지의 등짐에, 아줌마들의 봇짐에 감춘 사연 사연들을 장마당에 풀어 낸 것”이라며 “정영신의 장터 사진을 보면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을 반성케 할 단초를 제공한다. ‘사람 사는 게 이런 것이라고’”라고 말했다.


이대흠 시인은 “정영신의 ‘장날’은 추억으로 가는 문이다. 이미 사라졌고, 잊힌 풍경이라 여겼는데, 벽돌 벽이 문으로 변하는 마법처럼, 사진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다. 정지된 것 같은 평면 안에서 이야기가 솔솔 새어 나온다. 사진을 보고 있자면, 나도 어느새 20년여전, 혹은 30년여 전으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정영신 작가는 오일장들이 마켓에 밀려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날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해 해내며,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민중의 소리] 권종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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