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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북적이고 활기 돋는 장터 가운데 하나인 강원도 정선오일장.
ⓒ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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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경기도 성남 모란역 앞 모란장, 일산역 앞 일산장, 파주 문산역 앞 문산장 등 수도권에 있는 오일장 장터들을 알게 된 건 정영신 작가의 사진집 <한국의 장터>를 읽고 나서다.

특히 아파트들이 빈틈없이 들어선 신도시 일산에선 능숙한 솜씨로 여러 모양의 칼을 다루는 칼갈이 할아버지, 각종 곡식이 담긴 양철통 옆에서 연신 쇠통을 돌리는 뻥튀기 부부, "꼬끼오~" 우렁찬 목소리로 우는 수탉 등의 모습들은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외에 강원도 양양장에서 제주도 모슬포장까지 책 속엔 500개가 넘는 오일장터 사진들이 담겨 있다. 사진들을 보며 아직도 전국 동네방네 곳곳에 저마다의 날짜에 맞춰 오일장들이 서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읍은 물론 시골 마을까지 들어선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들의 세상에서 이런 오일장터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자생하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이후 여행 삼아 가까운 곳부터 찾아가보곤 했다.

내겐 좋은 여행 가이드이기도 했던 <한국의 장터>의 저자 정영신 작가가 남편인 조문호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와 함께 전국의 오일장 522곳을 약 30년에 걸쳐 기록한 사진들을 모은 사진 전시회 <장에 가자>를 열고 있다(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1987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전통 시장을 돌며 사진으로 담아낸 작품 80여 점을 볼 수 있다. 추억 속 장터와, 동네주민이자 장꾼들의 삶, 장터의 변두리 풍경 등이 정겨우면서도 애잔하게 펼쳐진다.

정겨움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우리네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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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보이는 흑백사진은 더욱 진하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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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 이상이 모여 사는 아파트, 모든 것이 편리하지만 이웃 간 소통하고 사는 이는 드문 한국의 도시. 이렇게 팍팍하고 메마른 도시 생활에 도무지 정이 안 갈 때 찾은 오일장은 고향 같은 푸근함을 느끼게 해줬다. 유년 시절 방학 때마다 놀러 갔던 시골 외갓집에 대한 기억이 유일한 내게 오일장이 펼쳐지는 공간은 고향의 정감을 나눠주는 곳이다.

그런 정경을 기대하고 찾아간 사진전에서 의외의 풍경과 마주쳤다. 아내인 정영신 작가의 감성적이며 푸근한 인간미가 넘치는 사진들이 있는가 하면, 남편인 조문호 작가의 사진은 마트와 시대에 밀려나고 있는 장터에 드리운 그늘과 스산함을 담아냈다. 승자보다는 패자, 강자보다는 약자에 시선을 돌려 톺아보는 다큐멘터리 사진 앞에서 자꾸만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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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와 시대에 밀려 스러져가는 시골 오일장.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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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기록하고 증언하는 생생한 현장감 외에 그만의 내공과 미학이 느껴지는 조문호 작가의 '불편한' 사진들은 묘한 공감과 감동을 전해줬다. 타인의 어려움과 아픔에 동정심보단 혐오를 드러내는 삭막한 시대에 다큐멘터리 사진이 좋은 보루가 되겠구나 싶었다.

전시장은 정 작가의 '희망을 엮는 집어등'으로 시작해 조 작가의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으로 끝난다. 잔돈을 거슬러주며 물건 파는 장꾼의 생동감 있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짐을 짊어지고 어딘가로 가는 노인의 쓸쓸한 뒷모습 사진은 내 부모의 모습 같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컬러 사진 외에 간간이 보이는 흑백 사진 또한 푸근한 장터를 색다르게 느끼게 했다. 화려한 색을 뺀 단순한 흑백 사진이지만, 사진을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여러 감정이 배어 나왔다. 손님이 뜸한 늦은 오후 머리를 맞대고 단출하게 차린 밥을 먹고 있는 장꾼 부부. 사람이 그리워 채소 몇 단, 호박 몇 덩이 가지고 나와 장터 외진 곳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할머니. 하루 종일 바람과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도 오일장터를 지키는 사람들의 사진은, 누가 굳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말해주지 않아도 정겨우면서도 아릿했다.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해야 할 생활 문화 박물관,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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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서 관람객을 맞이해 주는 부부 다큐 사진가 정영신, 조문호 작가.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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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70, 1880년대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 국민이 됐지만, 마을 공동체와 정다운 이웃 사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외국 작가의 말대로 기적을 이뤘지만, 기쁨을 잃고 말았다. 약자를 배려하고 슬픔과 고통을 함께하던 미풍양속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렇게 경제적 부(富)와 바꾼 것들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모여 아직도 이렇게 오일장터가 남아 있게 된 것일 게다.

오일장터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오일장은 서양의 대형 할인마트처럼 대량으로 상품이 거래되는 곳이 아니라 5일간의 일용할 양식과 물품을 장만하던 소박한 유통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강점은 서구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 간의 교류와 정(情)이라는 무형의 물품이 함께 유통된다는 것.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거나 교환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대처의 소식을 듣거나 인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광장이요 소통의 공간이었다. - 정영신 사진집 <전국 오일장 순례기> 가운데

동학 혁명이나 3·1운동도 장날을 참고해 전개됐다 하니, 오일장의 사회적 의미는 큰 것이었다. 두 작가 또한 "​장터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 문화를 꽃피우는 무대요, 전국에 흩어진 장터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해야 할 생활 문화 박물관"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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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터 사진 앞에서 옛 추억을 나누는 어르신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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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가면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장면이 오롯이 담긴 사진들은 언뜻 '이런 사진은 나도 찍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는 쉬워도, 사진에 담아내기 어려운 게 장터 사진이다. 생계가 걸린 고된 장터 일을 하는데 낯모르는 타인이 와서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을 좋아하는 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전시장에 정영신 작가가 나와 있길래 어떻게 장터 사진을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었는지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카메라보다는 먼저 인사를 건네고 물건도 사고, 조금씩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오일장터에 구경 가서 사진을 찍게 될 때 참고해야겠다.

 

 

오마이뉴스/김종성 시민기자 

 

부부 다큐사진가 정영신과 조문호의 전통시장 사랑하기 캠페인

 

"장에 가자"

 

 

‘아라아트’ 기획전

정영신  ‘희망을 엮는 集魚燈’

조문호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2015_0121 ▶ 2015_0217

 

 개막식 : 2015년 1월 21일 오후5시30분

관람시간 / 10:30am~06:30pm

 

 

사진집 출판

정영신의 전국 오일장 순례기

 

 

부대행사 

1. 2015년을 ‘전통 시장 사랑하기’ 원년으로 하는 선포식과 그에 따른 행위예술

                                        2. 전통시장을 사랑하는 관람객 모두에게 무료로 초상사진 찍어주기

                                                           초상사진 촬영작가 : 정영신, 조문호 (다큐사진가)

                                                                             촬영시간 : 매일 오후1시부터 오후5시30분까지

 

 

아라아트센터

‘아라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9길 26

전화 02-733-1981

 http://www.araart.co.kr/

 

후원

 

 

정영신 '희망을 엮는 집어등(集魚燈)'

 

2012,02 영천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정영신 작업노트 -

 

“요런거 폴아 갖고 밥묵고 살믄 존일이제, 욕심이 너무 많으문 나도 심들고, 남 눈에도 숭해 보인당께." 홍시감 몇 개 소쿠리에 담아, 고루내리는 햇빛을 보듬고 앉아 있는 할머니가 건네는 말속에, 달콤하고 찐득한 온정이 전해온다. 물건이 곧 사람얼굴이라 거짓말도 못한다는 장터는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이다. 사람과 사람이, 지역과 지역이 이어지고, 정보와 정보가 이어져 새로운 인간관계의 소통으로, 우리네 가치관과 풍속이 만들어진 곳이다. 시간과 공간이 살아있는 현장이고, 농촌사회의 문화가 생동하는 고향이다. 사람이 그리워서 호박 한 덩이 갖고나와 온종일 바람하고, 햇빛이랑 놀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그곳, 나는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러 장으로 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또한 장터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장터에서 만나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장이 쇠락해 가는데도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장날이면 장터에 나와 삶의 현장인 장터를 지켜내고 있었다. 어떤 장은 시간이 과거에 머물러 장을 지키는 사람들 입에서만 살아나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는 마음을 주고받는, 인정이 넘실거리는 휴식처 또한 장날이다. 그래서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은 통 크게, 밭 한 뙈기를 장터로 옮겨와,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 스스로가 공급자이면서, 수급자가 되는 것이다. 장터에 가면 말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흥정하는 소리가 가락을 탄다. 농촌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오일장 또한 하나둘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내 흔적이 묻어, 고향 같든께 장날 되면 맨 날 오제, 더 존데 생겨도 딴디로는 안가, 그게 사람 사는 정(情)아니여.” 나는 얼른 “워매, 그라제라~...” 하고 맛장구를 치곤했다. 이렇듯 장터에 가면 그 지역의 생활이나 풍습, 인정을 만난다.

 

지금껏 30여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다니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5일장 촬영을 모두 끝마쳤다. 강원도 삼척근덕장외 45개장터, 경기도의 동두천장외 56개장터, 경상남도 합천초계장외 100개장터, 경상북도의 경주건천장를 비롯한 98개장터와 전라남도의 함평나산장외 89개장터, 전라북도의 무주무풍장및 44개장터, 충청남도의 예산덕산장외 49개장터, 충청북도 옥천청산장및 32개를 비롯해 제주도의 모슬포장및 9개장터를 합쳐 522개의 장을 모두 촬영했다. 좋아하는 장터는 10번도 넘게 다녔다. 그러나 내게 있어 장터는 끝이 아니다. 5일장이 열리고 있는 한, 또 다시 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대상을 보는 관점이나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보부상에 대한 사료를 찾아가면서 포괄적인 인문학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장을 지키는 개개인의 사람들에 집중되었다. 그 사람을 모르면, 그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찍히는 사람과의 소통에 관점을 두어 인터뷰도 했었다. 사진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달하고, 벙어리로 남는 사진이 아니라, 말을 건네는 사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따뜻한 인간의 정(情)과 덤이 살아있는 그곳, 장터는 희망을 엮는 집어등(集魚燈)이다.

 

                                                                                                                                                                   

2013.03 진도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2013. 02 해남 송지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2013. 09 순천 아랫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2013.03  정선아리랑시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2012.12 부산 구포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2014.03 경주 양북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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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2011. 10  함안 가야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조문호 작업노트

 

어린 시절, 고향 장날은 동네 잔칫날 같았다.

지금의 시골 장은 노인들뿐이라 장꾼들도 잘 오지 않는다,

마치 장막이 걷히는 파장 분위기다.

 

오일장을 되살리려 하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읍내 하나쯤은 살아남겠으나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본다.

우리가 기록하는 동안에도 작은 장들은 줄줄이 사라졌다.

시골마다 '하나로 마트'가 버티고 있으니 될 수가 없다.

 

그 사라져가는 5일장을 아내와 함께 기록했다.

 

공동작업인 ‘장터 기록하기’의 변두리 풍경들을 모아,

쓸쓸하게 밀려나는 오일장의 파편들을 내 놓는다.

찾는 이 없어 켜켜이 먼지만 쌓여가는 장옥 한 편에,

그리움에 한 숨 짖는 늙은이들만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정영신의 사진에서는 따뜻한 연정이 피어오르고,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암울한 적막감이 감돈다.

그 장터의 쓸쓸한 풍경과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함께 내놓는다.

 

이제부터라도 지속적인 ‘전통시장 사랑하기’ 캠페인을 벌여

작은 힘이나마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

 

 

2013.03 나주 세지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2013.05 무안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2013. 07 보성 벌교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2012. 01 의성 금성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2014.01 안성 일죽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2013. 08 완주 삼례장                피그먼트 프린트_2014                                     조문호

 

 

 

 

작가 약력

정영신 : 30여년간 시골 장터를 기록한 사진가이며 소설가이다.

그동안 "시골장터" 개인전을 세 차례, 단체전은 다수 개최하였으며,

2002년 진선출판사에서 '시골장터이야기'를,

2012년 눈빛출판사에서 사진아카이브 '한국의 장터'를 출판하였다.

그리고 농민신문에 '정영신의 장터순례'를 2년간 연재한바있다.

 

조문호 : 30여년간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사진가이다.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전농동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등 열다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동강 백성들' 포토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사진집 등을 출판하였으며,

월간사진 편집장, 한국환경사진가회 회장을 역임한바 있다.

 


 

사진 같은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림 같은 사진도 있다.
변홍섭씨가 내놓은 작품이, 바로 그림 같은 사진이다.

'시간을 찍는다'는 작가의 메시지 전달을 위해

사진으로서의 본질인 리얼리티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작가는 카메라로 찍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일전에는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어 촬영한 적도 있었다.

아무튼 물위에 비친 건물들의 잔영은 아름다웠다.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건물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작가는 건물의 미래를 내다보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그러진 이미지가 건물의 황폐함으로 전달된다.

이 전시는 12월 9일까지 인사동 리서울갤러리(02-720-0319)에서 열린다.

글/ 조문호

 

 

 

 

 

 

 

 

 

 



조성제씨는 자연생태환경을 기록하는 환경사진가다.

30여년 전, 아타 김을 비롯한 여러 명이 함께 했던 부산의 사진동아리에서 조성제씨를 처음 만났다.

그 후 흐르는 세월에 묻혀 소식이 끊겼는데, 10여년 전 환경사진가란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웠던 사진작업의 한계를 일찍 알아차려 한동안 사업에만 전념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후 계명대 사진영상디자인과와 계명대학원 사진전공 석사과정을 거치는 등 사진에 전념해 왔다고 한다. 그 노력의 결과로 “습‘, ’주남판타지‘, ’람사르총회 특별전, ‘WHITE SPACE', 영국’AM갤러리 초대전’, ‘동서미술상 수상 기념전 등의 전시와 세 권의 사진집을 출판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 간직한 사진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그는 ‘봉암 갯벌’과 ‘주남저수지’에 이어 ‘우포늪’의 생태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어 왔다.

기록에 앞서 우리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알리는 파수꾼 역할도 톡톡히 해 온 것이다.

초창기 작업은 자연환경의 생태적 리얼리티를 기록했겠지만, 2006년도부터는 희뿌연 안개에 덮인 수묵화 같은 늪지 풍경을

촬영해 왔다. 안개로 가려진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천년의 전설 속으로 회귀한다는 뜻도 있을게다.

그리고 이번에 보여 준 그의 작업은 대상의 기록에서 한걸음 나아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몽환적 전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맛이 있다.

사진 기법에 의해 우포늪의 이미지들은 흐릿하게 쓸려 나간다. 아득한 천년의 세월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기도, 점쳐지지 않는

미래로 이끌기도 한다. 그의 말처럼 늪은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과 비밀을 내포한 곳이자 다양한 생명을 품은 곳이다.

그 베일에 가린 신비의 전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천년의 전설 우포’ 사진전은 12월1일부터 31일까지 창원에 있는 송원갤러리(055-274-2066)에서 열리고 있다.

글/ 조문호

 

 

 

 

 

 

 




민병헌展 / MINBYUNGHUN / 閔丙憲 / photography
2014_0913 ▶ 2014_1214 / 월요일 휴관

 

 

민병헌_DeadPlants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6~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317d | 민병헌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0920_토요일_03:00pm

관람료 / 5,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행사 일정에 따라 휴관하거나 관람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방문 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RT MUSEU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Tel. +82.31.955.4100

mimesisart.co.kr

 

 

온전히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보여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에게 사진은「다른 눈目」이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 中) 민병헌은 어느날 우연히 동생이 Nikon F3 카메라 한 대를 건네받아 사진작가의 삶을 1984년 시작한다. 35mm Lens를 끼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도시의 변두리를 빈둥거리며 뒷골목의 전봇대나 불도저가 쓸고 지나간 자리를 찍어대곤 했다. 이 시기 발표한 「별거 아닌 풍경」과 「잡초」 연작에 대해 작가는 ‘하루 종일 라면 한 그릇 먹고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현실적 곤란과 불확실한 미래, 내 재능에 대한 불안감. 그 불편과 불안이 살아 있는 꽃이 아닌 죽은 풀들에 투사된다’고 말한다.

 

민병헌_SKY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4~8

 

 

땅바닥만 쳐다보던 그가 하늘로 렌즈를 돌린다. 허공을 바라보듯 회색빛 하늘을 담으며, 그의 사진은 사색하기 시작한다. 사진 속 하늘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적막감이 에워싼다. 하늘을 떠도는 공기의 어떤 분위기 또는 결을 미세하게 인화한다. 이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옅은 회색의 고른 톤은 다름 아닌 카메라의 피사체가 남긴 빛의 잔해일 뿐이다. 그의 풍경 사진은 거의 추상에 가깝게 변화한다. 그것은 멋지고 미묘한 흑색과 회색이 거의 단색조로 전개된 평면이다. 불현듯 나타나는 한 점의 빛, 나무 잎새 혹은 파도의 가장자리, 다리, 제방, 언덕 위의 경계선 등이 풍경의 추상적 면을 구성한다. 새벽의 안개 속에 잠겨버린 풍경을 응시하노라면 그것이 가리고 있는 세계의 저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늘과 인화지가 감당할 수 있는 백색의 극한을 실험하는 듯하다. 민병헌의 사진은 관념적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생각이며 감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정지한 것이거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과정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움직이고 변화한다. 회화적 사유를 한다. 사진적 추상이다. 그 사진 속의 형식은 무엇인가 보여준다는 도해적 의미에서 추상되어, 즉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산만하고 습한 빛들로 가득 차 있는 새벽녁, 반투명의 하늘은 빛과 그림자의 차이를 줄이고 공간을 부드러운 밝은 빛으로 균일하게 번져 나가게 한다.

 

민병헌_강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2
 
 

그의 이미지를 보면 우리는 사진과 사진의 관념을 망각하는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이미지 속에 잠긴다. 마치 깊은 사색에 빠지듯.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안개 속에 쌓인 세계의 비밀에 살짝 다가선 듯 말이다. 사진 속 세계는 단지 침묵하고 있음에도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치 구도자처럼 아주 내밀한 길을 따라 나아간다. 구도자에게 세계는 아주 조금씩 자신의 비밀을 풀어놓는다. 민병헌의 사진은 명상하는 자의 내면 풍경이다. 인화지 위엔 언제나 하얗게 바래진 사념의 앙상한 절대만이 가까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지워지고 생명 현상의 실존만이 처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병헌_Snowland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사진이 사실 진술과 기록의 기능을 멀리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하지 오래되었다. 기술과 예술의 해묵의 논란도 아주 오래전 일이다. 사진은 현대의 예술을 특징하는 미적 주제로 다뤄진다.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섬세한 사진술을 민병헌에게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젤라틴 실버프린트Gelatin Silver Print는 휘발성 있는 디지털 인화 사진과는 차별되는 은염을 이용한 전통적 사진 인화 방식이다. 민병헌은 젤라틴 실버프린트 작업은 늘 절제되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작가만의 조형성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극단적으로 밝은 톤으로 연회색의 농담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반대로 진한 회색 혹은 갈색 톤으로 일관함으로써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촉각성을 자아내는 그 미묘한 계조의 프린트는 그만의 독특한 미학이 되었다. 그가 담아내는 회색조의 풍경들은 원경과 근경 모두 다양한 시각이지만 하나같이 절제된 언어와 균형미를 갖고 있다.

 

민병헌_mg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먼 곳 풍경이나 풍경 속 사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속의 많은 피사체들과 달리, 민병헌의 「mg」 연작은 대체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심지어 극단적인 접사에 가까운 신체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질감이 재현된 모델의 살결과 체모들, 노출된 성기의 적나라함은 시선과 욕망의 위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민병헌_Wall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04
 
 

이번 전시에서는 관념적 사진, 회화적 사진이라는 민병헌적 사진에서 벗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함께 소개된다. 미발표작이었던 「Wall」연작은 2003-4년 제작되었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는 잠실 시영아파트. 건설 당시인 80년대의 벽지 패턴이 주는 시각적 재미, 장롱 자리를 뺀 나머지 벽에만 벽지를 발랐던 삶의 흔적 따위가「Wall」연작에, 동일한 구도로 담긴다. 이 15점의 연작 옆에는 한 장의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이 벽들이 찍힌 시영아파트 한 동이다. 이 건물은 폐허 속에 마지막 한 동으로 우두커니 서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할 수 있는 이 사진 연작을 작가는 동일한 구도로 아름다운 회색 톤의 미묘한 변화들로 포착한다. 철거를 기다리는 아파트의 빈 벽을 차지하는 빛바랜 꽃무늬 벽지, 그리고 꽃이라는 자연이 인간의 삶과 어우러진 소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민병헌_군산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4

 

 

내가 50년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의 모습들이 군산에는 현존한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에 60-70년대 난개발 문화가 더해진, 시간 멈춰버린 풍경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킨다.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로 돌아가, 군산의 다큐멘터리로 내 사진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中) 이번 전시는 올해 작업을 시작한 「군산」연작 40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20여년의 양수리 작업실을 정리하고 군산으로 이전한 민병헌은 오래된 소도시의 독특한 매력에 한껏 매료되어 있다. 텅 빈 화면,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명상적인 느낌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연에 대한 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렌즈를 대상에 적극 투입시켜 촬영한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소개한다.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광의 향연과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빛으로 미술관」으로,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변합니다.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조진성기자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을 담은 사진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 갤러리 나우에서는 김종범 사진작가의 뉴질랜드 사진전 'View NZ' 개막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은 3년여의 기간 동안 김 작가가 뉴질랜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30만 컷 중 일부다.

주제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 격랑 그리고 고요와 평온'으로 김 작가는 좋아하는 빛을 얻고자 주로 새벽이나 비 내리는 날에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는 패트릭 라타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는 패트릭 라타 대사의 축사를 시작으로 김종범 작가의 인사말, 갤러리 나우 이순심 대표의 건배사로 이어졌다.

이날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이 초청한 뉴질랜드 마오리족 공연단의 에너지 넘치는 춤과 노래였다.

전시장이 날아갈 듯한 함성 소리와 강렬한 마오리족 전통 의상과 분장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패트릭 라타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김종범 작가의 사진전 오프닝 행사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김 작가의 뉴질랜드 사진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소중함과 광활함을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범 작가는 "뉴질랜드의 맑은 날 경치는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눈과 카메라에 담아 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비 내리는 흐린 날이나 새벽 무렵 뉴질랜드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촬영하게 됐다"며 "개막식에 참석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종범 작가의 뉴질랜드 사진전 'View NZ'은 17일~23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포토에세이집 출판 기념식은 오는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cjs@newsishealth.com

“별이,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을 연 이창수 사진작가.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작가 이창수씨가 3년여 동안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찾아다니며 ‘영원한 찰나’를 포착했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찍은 게 아닙니다. 그저 산을 걸으면서 빠져드는 감정, 그때 마주치는 광경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래선지 관람객들도 ‘멋있다’가 아니라 ‘감동이다, 가슴이 찡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 작가는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14좌를 모두 찍겠다는 목표로 K2를 찾았다. 체력적이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안됐던 탓도 있었지만 4500∼6700m 설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탈진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지점에서 걷다보니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뭔가를 찍으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라는 걸 깨닫고 내려놨다. 대신 걷는 것을, 숨 쉬는 것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4좌 여정이 끝났을 때 이 작가가 깨달은 것은 ‘그저 한 걸음’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번은 동행한 후배가 무척 힘들어했다. 이 작가는 후배에게 “한 걸음만 걸어”라고 했다. 한 걸음, 또 다시 한걸음, 그러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의 한 걸음이었는데 어느새 한걸음에 목적지에 와있더라는 것이다.

이번 사진전에서 ‘영원한 찰나’라는 큰 주제 아래 ‘한걸음의 숨결’이란 소주제가 제일 앞으로 나선 이유다. 그리고 산은 신, 절은 인간, 새는 그 둘을 이어주는 영매임을 드러낸 ‘신에게로’, 신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은 ‘나마스떼’, 산과 구름, 별과 달, 그리고 인간이 이루는 우주의 조화를 담은 ‘별이 내게로’ 순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별이 내게로,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한 초오유 베이스캠프에서의 새벽녘 사진은 우주의 신비가 드러난 하늘 아래 신의 땅인 정상을 향하는 인간의 발자취가 랜턴 빛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다시 주제인 ‘한걸음의 숨결’과 맞닿는다.

이창수 작가는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둘러보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 번은 로체 남벽에서다. 깜깜한 구름 속으로 걷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언덕으로 뛰어올라가니 구름이 열리면서 주변 일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오체투지하는 사람을 찍을 때다. 그의 경건함과 고단함이 느껴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작가가 느낀 영원한 찰나다.

“관람객들이 사진전에 걸린 100장의 사진마다 다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둘러보다가 저마다 어디에 꽂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이 있겠죠. 감동을 받아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그 순간이 관람객들이 느끼는 영원한 찰나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8월11일까지 열린다.

국민일보 /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사진=김중만 작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를 말하지 말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를 내버려 두지 말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에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꽂지 말자
이제 우리는, 우리는 그냥 독도가 되자(-김중만 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2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김중만의 독도 사진전 제목이다.

직설적인 건 사진전 제목 뿐, 사진에서는 민족이나 애국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되레 독도의 사물을 침묵시킴으로써 역사적 발언을 한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세련된 대응방식이다.

시인 고광헌은 "(김중만은) 빛을 감추거나 집적해 드러내는 방식으로 차이에 대한 존중과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상업사진 촬영을 중단한 김중만 작가는 독도 사진전에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촬영된 사진은 추후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찍은 사진 'Sea 2014416 Ⅲ'도 전시된다. 김중만 작가는 "바다에 나설 때마다, 영문도 모른 채 참담히 죽어간 그대들의 이름을 부르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김중만 작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과 해양경찰청이 공동 주최한 이번 사진전은 김중만 작가가 2년(2012~2013년)에 걸쳐 촬영한 독도사진 53점을 전시한다.

8월 11일까지. 무료 입장. 문의는 02-399-1114~6

 

CBS노컷뉴스 / 문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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